12월에 떠나면 좋은 국내 여행지, ‘간이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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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떠나면 좋은 국내 여행지, ‘간이역 여행’
  • 김효설 기자
  • 승인 2016.12.08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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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길 따라 추억을 찾아가는 낭만 여행지
12월에 떠나면 좋을 테마여행지로 선정한 '간이역'은 시간이 멈춘 듯 오래된 역에는 지나간 세월이 묻어난다. 빛바랜 낙엽 위로 사연이 겹겹이 쌓이고, 옛 역사와 녹슨 철길에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는다.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가볼 만한 국내 여행지로 ‘간이역 여행’을 추천한다. 한국관광공사가 테마 여행지로 선정한 간이역은 모두 4곳으로 경기도 양평의 구둔역, 강원도 태백의 철암역, 충남 논산의 연산역, 전북 군산의 임피역 등이다.

시간이 멈춘 듯 오래된 역에는 지나간 세월이 묻어난다. 빛바랜 낙엽 위로 사연이 겹겹이 쌓이고, 옛 역사와 녹슨 철길에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는다. 멈춰 선 기관차와 객차 역시 철로 한편에서 겨울 역의 아련한 정취를 더한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첫사랑이 내려앉다, 양평 구둔역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첫사랑이 담긴 촬영지로 세간에 알려진 목조 양식의 구둔역은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까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자리한 구둔역은 940년 4월, 중앙선의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다.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몇 차례 지나가던 간이역은 청량리-원주 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종전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의 순서를 밟았다.

지금은 추억의 간이역보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첫사랑이 담긴 촬영지로 세간에 알려졌다. 목조 양식의 구둔역은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까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천장이 나무로 된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 등이 남았으며, 대합실에는 열차가 오가던 시절의 시간표와 매표소 유리창 등이 빛바랜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다.

기관차 엔진은 식었지만, 구둔역은 올가을 단장을 마치고 올해 말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을 조성,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장소를 마련했다.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구둔역이 화려한 조명을 받은 것은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든 영화 〈건축학 개론〉 덕분이다. 극 중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풋풋한 장면이 담긴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김국진과 강수지가 〈불타는 청춘〉에서 훈훈한 철길 데이트 코스로 선택한 곳이 구둔역이다.

기관차 엔진은 식었지만, 구둔역은 올해 말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구둔 마을 주민들이 올가을 구둔역 단장을 마쳤다.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을 조성,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장소를 마련했다.

열차 옆 공간에 있는 새끼 돼지와 토끼는 역 앞을 서성이던 견공 몽구와 함께 아이들의 사랑을 고대한다. 사무실은 카페로 꾸미고, 고구마 피자와 빵 만들기 체험장도 문을 연다. 승강장 옆에는 군불을 쬐며 추위를 다스릴 모닥불 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70년 역사의 선탄장은 석탄산업의 상징, 태백 철암역

철암역은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 시설이자 우리나라 근대산업사의 상징적인 시설로 평가받아, 등록문화재 21호로 지정됐다. 영화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주먹다짐을 벌인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한때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640만 t을 생산했던 태백은 정부가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태백에는 50여 개 광산이 있었다. 태백에서도 철암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탄광 마을로, 한때 인구가 5만 명에 이르는 도시였다. 당시 철암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는 곳이 철암역. 석탄으로 번성하던 시절을 웅변하듯 4층 건물이 우뚝 섰다.

철암역은 1940년 묵호-철암 구간 철도가 개통하면서 영업을 개시했다. 현재 역사는 1985년에 지은 것이다. 장성탄전에서 생산된 무연탄 수송이 주 업무였지만,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지금은 무연탄과 경석을 주로 수송한다.

남쪽 신설교에서는 철암천 변을 따라 선 ‘까치발 건물’은 주민에 비해 부족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천 바닥에 목재나 철재로 지지대를 만들어 넓힌 집으로, 탄광촌의 상징물과 같다.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철암역은 역사보다 그 옆에 자리한 선탄장이 유명하다. 철암역 선탄장은 70년이 넘는 역사가 녹아든 우리나라 석탄 산업의 상징이다.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 시설이자 우리나라 근대산업사의 상징적인 시설로 평가받아, 등록문화재 21호로 지정됐다. 영화 〈인정 사정 볼 것 없다〉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주먹다짐을 벌인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탄장 건너편에 자리한 마을 풍경도 독특하다. 1970년대나 1980년대 어디쯤에서 멈춘 듯, 2~3층 건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다. 호남슈퍼, 한양다방, 젊음의 양지, 진주성, 봉화식당, 산울림, 페리카나 등 선술집과 식당, 치킨집 간판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철암탄광역사촌으로 재단장해 박물관이며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남쪽 신설교에서는 철암천 변을 따라 선 ‘까치발 건물’ 11동을 볼 수 있다. 까치발 건물은 주민에 비해 부족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천 바닥에 목재나 철재로 지지대를 만들어 넓힌 집으로, 탄광촌의 상징물과 같다. 물속에 기둥을 박아 세운 수상 가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철암역 건너편 미로 마을도 가보자. 거미줄처럼 연결된 1km 골목에 광산 근로자들의 생활상을 담은 벽화가 있다.

100년 넘은 급수탑 보고 느림을 즐기는 여정, 논산 연산역

연산역은 철도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체나 개인이 미리 신청하면 안전 복장에 헬멧을 착용하고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체험을 위해 기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간이역을 찾아가는 여행은 느림을 즐기는 여정이다. 새마을호도 서지 않는 호남선의 간이역 연산역을 찾아간다. 논산 연산역은 상·하행을 더해서 기차가 하루에 10회 정차한다. 대전과 논산 사이에 있어 대전으로 통학하거나 장사하러 가는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타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은 도시로 떠나고, 자동차로 다니느라 기차 타러 올 사람이 없다. 덕분에 연산역의 시간은 자연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흐른다.

연산역의 재미는 두 가지다.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된 급수탑을 구경하고, 철도 문화 체험을 하는 것이다. 연산역 급수탑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급수탑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1911년 호남선 대전-강경 구간이 개통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급수탑을 세웠으니, 100년이 지났다. 충남 지역에는 서대전역, 강경역, 연산역에 급수탑을 만들었으나 현재 연산역만 남았다.

연산역의 재미는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된 급수탑을 구경하고, 철도 문화 체험을 하는 것이다. 1911년 호남선 대전-강경 구간이 개통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운 연산역 급수탑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급수탑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사진 출처/논산시

연산역은 철도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체나 개인이 미리 신청하면 안전 복장에 헬멧을 착용하고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체험을 위해 기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승차권이 없으면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은 물론, 청소년과 어른 체험객도 있다.

급수탑 견학, 전호(깃발 신호) 체험, 기관사 체험, 선로 전환기 체험, 철도 안전 교육, 통일호 방송 체험, 승차권 발권 등 내용도 다양하다. 역대 1일 역장의 명패가 가득한 벽면이 이채롭다. 그러나 2014년 이후 1일 역장 체험은 중단됐다. 역 안에는 ‘연산역 타임 엽서’를 위한 우체통이 있다. 오늘 발송 우편함, 1년 후 발송 우편함, 3년 후 발송 우편함이다.

삶의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군산 임피역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연 임피역은 일제가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다. 임피·서수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으로 운반,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거점이었다. 그 후, 1936년에 보통역으로 승격하고, 역사도 새롭게 지은 건물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지금에 이른다.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장항선이 지나는 군산시 임피면 술산리에 간이역이 있다.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연 임피역은 일제가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다. 임피·서수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으로 운반,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거점이었던 임피역은 1936년에 보통역으로 승격하고, 역사도 새롭게 지었다. 이때 지은 건물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지금에 이른다.

임피역사는 화장실까지 포함해 2동으로, 목조건물 벽면은 모르타르로 마감했고 맞배집 형태다. 정면 출입구와 반대편 개찰구 위에 직선으로 박공을 설치하고, 철로 변 대합실 출입구 상단에 차양을 달아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대합실과 사무실 사이에는 난방시설을 갖추고, 지붕에 굴뚝도 만들었다.

임피역은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과 승강장 쪽에는 나무 벤치를 마련해 간이역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외부 조경과 전시 시설로 단장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임피역은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 양식을 결합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208호로 지정되었다. 역사 서쪽에는 시계가 귀한 시절, 사이렌과 스피커로 정오를 알리던 오포대와 추억 속의 펌프도 있다. 임피역에는 삶의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군산선 통근 열차는 2007년 12월 31일까지 운행되었다. 2008년 1월 1일부터 임피역이 장항선에 편입되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잠깐 운행되기도 했으나, 그해 5월 여객 운송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이제 임피역은 외부 조경과 전시 시설로 단장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 〈레이메이드 인생〉 〈논 이야기〉 등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들어서고,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도 생겼다. 승강장 쪽에는 나무 벤치를 마련해 간이역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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