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편성 전 사업 발표까지 강행…법적 근거·예산 절차 모두 논란
박규남 시의원 “결과 정해놓고 추진한 것 아닌가…예산 심의에서 집중 점검할 것”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서울시가 추진한 '달빛야장 조성 사업'이 조례 등 법적 근거를 갖추지 않은 채 형식적인 설문조사와 불투명한 행정 절차를 거쳐 추진됐다는 비판이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다.
상인 130여 명을 대상으로 단 3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사흘 만에 사업 방침을 확정하고, 추경 예산 편성도 이루어지기 전에 사업 추진을 언론에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업의 필요성과 별개로 행정 절차의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특별시의회 박규남 의원(더불어민주당·동대문4)은 11월 5일 열린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민생노동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달빛야장 조성 사업의 추진 과정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서울시의 졸속 행정을 비판했다.
상인 130명 설문에 단 3일…사흘 만에 사업 방침 확정
박 의원이 문제 삼은 첫 번째 쟁점은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된 설문조사의 신뢰성이다.
서울시는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사흘간 상인 130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조사 종료 사흘 만인 8월 5일 설문 결과를 반영한 사업 추진 방침을 확정했다.
설문조사부터 결과보고서 작성, 검토, 사업 방침 확정까지 사실상 짧은 기간에 일련의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진행 속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불과 3일 만에 130명이 넘는 상인을 대상으로 직접 대면조사를 하고, 이틀 만에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며 "무엇이 그리 급해서 이렇게 빠르게 처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듣는 것은 필수적인 절차지만, 조사 기간과 결과보고서 작성 과정이 지나치게 짧았다면 의견수렴의 충실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설문 결과가 사업 추진의 주요 근거로 활용된 만큼 조사 문항과 응답 내용, 의견 반영 과정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추경 편성도 전에 사업 발표…행정 절차 앞뒤 바뀌었나
사업 추진 순서도 논란이 됐다.
서울시는 8월 5일 사업 방침을 확정한 데 이어 8월 20일 달빛야장 조성 사업 추진 계획을 언론에 먼저 발표했다. 그러나 사업 방침 확정과 대외 발표 모두 추경 예산 편성 이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예산 확보와 사업 타당성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사업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박 의원은 "이 모든 과정이 추경 편성 전에 이루어졌다"며 "사업 진행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신규 사업은 정책적 필요성뿐 아니라 법적 근거와 예산 확보 가능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사업 방침을 먼저 확정하고 언론 발표까지 진행했다면, 이후 조례와 예산 심의 과정이 실질적인 정책 검증보다는 이미 결정된 사업을 뒷받침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적 근거 불명확했는데 사업 추진…조례 제정은 뒤늦게?
박 의원은 사업의 법적 기반이 불명확했다는 점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서울시가 6~7월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도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사업이 계속 추진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자치구에 관련 조례 제정을 요청한 과정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박 의원은 서울시가 사업을 먼저 추진한 뒤 자치구에 조례 제정을 요청하는 방식은 자치구에 조례 제정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은 관련 법령과 조례에 근거해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사업의 지속성과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정책 결정 단계에서부터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사업을 먼저 결정하고 뒤늦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은 지방의회의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야생마처럼 질주한 졸속 행정”…예산 심의에서 집중 검증 예고
박 의원은 이번 달빛야장 조성 사업의 추진 과정을 법적·행정적 정당성이 부족한 사례로 규정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은 조례 등 법적 기반을 갖춰야 하지만, 이번 사업은 법적 기반도 없을 뿐 아니라 설문조사조차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며 "정당한 절차 없이 야생마처럼 질주한 졸속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결과를 염두에 두고 조례 상정 없이 추진했던 사안에 대해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와 의견수렴의 적정성, 예산 편성 절차 등을 중심으로 중점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달빛야장 사업의 성과나 정책적 필요성을 넘어 서울시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행정 절차와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고 있다.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정당하더라도 그 과정이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업에 대한 시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서울시는 설문조사의 구체적인 진행 과정과 사업 방침 확정 경위, 조례 및 예산 확보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행정적 정당성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