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가면 ‘오리구이’ 먹고, 홍콩가면 ‘거지닭’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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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가면 ‘오리구이’ 먹고, 홍콩가면 ‘거지닭’ 깨고
  • 최승언 기자
  • 승인 2016.11.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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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요리 순례 북방엔 베이징덕, 남방엔 베거스 치킨
북경오리구이. 화덕 속에서 기름이 빠지도록 잘 익혀서 적당한 크기로 저며 낸 다음 양파 채나 오이채, 춘장과 함께 얇은 전병에 싸서 먹는다. 사진 출처/ flickr

[트래블바이크뉴스=최승언 기자] 날개 달린 것은 비행기만 빼고 다 먹는다고 했다. 세계 3대 요리에 꼽히는 중국 요리 얘기다.

중국북쪽에서 날짐승을 요리하는 것으로 북경오리구이가 유명하다면 남방지방에서 날개달린 요리의 대표는 ‘거지닭’이다. 오리고기와 거지닭 요리 모두 조리법이 독특해서 세계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북경오리는 원나라 때부터 유래한 요리다. 살진 오리를 머리, 발을 자르고 털을 뽑고 설탕물로 코팅한 후 하루 정도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린다.

세계 3대 요리의 본산 중국 북경. 중국 북쪽에서 날짐승을 요리하는 것으로 북경오리구이가 유명하다. 사진 출처/ 전취덕

화덕 속에서 기름이 빠지도록 잘 익혀서 적당한 크기로 저며 낸 다음 이것을 양파 채나 오이채, 춘장과 함께 얇은 전병에 싸서 먹는다. 오리껍질의 바삭한 맛과 살코기의 부드러운 맛이 오이채와 밀전병의 식감과 어울려 그 케미가 환상적이다.

오리고기를 겉껍질과 살코기를 같이 썰어 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호화스럽기는 살코기는 빼고 껍질만을 저며 내서 먹는 것이 으뜸이다. 청나라 황후 서태후가 그렇게 오리 껍질만을 먹었다고 전한다.

전취덕은 전문(첸먼)에 본점이 있고 왕부정(왕푸징)과 화평문(허핑먼)등에 8개 직영점을 냈다. 본점은 지하철 전문역에서 가깝다. 사진 출처/ 베이징관광국

오리고기의 살코기 부분은 누군가는 먹었겠지만 왕후는 바삭거리는 오리 껍질만 먹었으니 북경오리구이는  몸통을 버리고 상어 지느러미만 먹는 샥스핀 요리처럼 낭비가 심한 요리인 셈이다.

이 오리구이는 베이징에서는 전취덕이라는 레스토랑이 유명하다. 전취덕은 껍질만이 아니고 살코기와 같이 나온다. 전취덕은 전문(첸먼)에 본점이 있고 왕부정(왕푸징)과 화평문(허핑먼) 등에  8개의 직영점을 냈다. 본 점은 지하철 전문역에서 가깝다.

중국 남방에서 유명한 거지닭 요리에는 재미있는 얘기가 전한다. 청나라 건륭황제가 민생을 둘러보고자 평민차림으로 나와서 야외에 노숙을 하게 되었다. 모닥불을 피웠는데 땅에서 고기익는 냄새가 올라와서 땅을 팠더니 닭이 익고 있었다.

거지들이 숨겨 놓은 닭을 황제가 먹은 얘기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 되어 거지닭 요리를 세계에 알렸다. 사진 출처/ flickr

알고 보니 거지들이 닭서리 후에 닭을 털을 뽑고, 황토 흙에 묻어둔 장소였다. 그 맛에 반한 황제는 황궁으로 돌아와 그 방식 그대로 조리하라고 명령했는데 이것이 거지 닭의 유래다.

적당히 숙성된 닭고기를 진흙 속의 원적외선을 쏘여 만든 요리였기에 맛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거지와 임금이 협동체제로 우연한 조리법으로 탄생한 것이 거지닭 요리다.

거지들이 숨겨 놓은 닭을 황제가 먹은 얘기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 되어 거지닭 요리를 세계에 알렸다.

홍콩 침사추이 알렉산드라 쇼핑아케이드에 가면 ‘페킹 가든’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이 거지닭요리를 선보인다. 사진 출처/ Wikimedia

거지가 먹던 닭을 황제가 먹었기 때문에 부귀계(푸꿰이지)라고도 부른다. 이 닭을 먹으면 부귀해진다는 소망의 뜻을 담은 셈이다. 중국 남쪽의 소흥(샤오싱) 지방에서는 거지들이 마을의 닭을 훔쳐다가 털을 뽑고 진흙에 파묻어 두었다가 한 마리씩 꺼내 구워 먹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또 다른 버전으로는 닭을 훔쳐 도망가던 거지가 급한 김에 진흙 땅에 버렸다가 나중에 와서 구어 먹었더니 맛이 있었고 이것이 요리법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딱딱하게 구워진 황토를 망치로 깨면 잘 익은 닭의 살코기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홍콩으로 여행해 보자.

홍콩 침사추이 알렉산드라 쇼핑아케이드에 가면 ‘페킹 가든’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이 거지닭 요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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