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여행] 수도인지 모르고 있는 세계의 도시 ②터키 ‘앙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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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여행] 수도인지 모르고 있는 세계의 도시 ②터키 ‘앙카라’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7.08.31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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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독립운동본부가 있던 곳, 앙고라토끼의 고향
앙카라는 이스탄불에 이어 터키 제2의 도시로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지이다. 사진은 신도시 크즐라이 광장 남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코카테페 모스크. 사진/ 익스피디아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아주 많은 사람이 터키의 수도를 이스탄불로 착각한다. 동양과 서양의 가교 도시인 이스탄불은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지만 수도는 아니다. 터키 수도는 앙카라(Ankara).

앙카라는 이스탄불에 이어 터키 제2의 도시로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지이다. 한편 터키 제1의 도시 이스탄불은 로마시대부터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이름으로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이 대단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역사 유적과 이색적인 볼거리로 가득 찬 이스탄불을 놔두고 앙카라가 수도로 정해진 데는 이유가 있을까.

앙카라는 터키 독립운동본부가 있던 곳

1919년, 터키 민족주의 지도자 케말 파샤가 독립운동본부를 앙카라에 두면서 앙카라는 수도의 입지를 굳혀갔다. 사진은 귀벤 공원의 아타튀르크 석상. 사진/ 위키피디아

로마시대가 끝나고 비잔티움 시대를 맞아 앙카라는 오랫동안 동로마제국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 후 다시 긴 세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1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19년, 터키 민족주의 지도자 케말 파샤(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앙카라에 독립운동본부를 세운다.

1923년 드디어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고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초대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자연스럽게 콘스탄티노폴리스(이스탄불) 대신 앙카라가 터키의 수도로 낙점된다.

앙고라고양이, 앙고라토끼의 고향 앙카라

앙카라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고양이 품종 터키시 앙고라의 고향이다. 사진은 앙카라 둥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터키시 앙고라. 사진/ 위키피디아

앙카라라는 이름이 낯익다면 아마도 앙고라토끼와 앙고라고양이 때문일 것이다. 앙카라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고양이 품종 터키시 앙고라(Ankara kedisi)와 북실북실한 털로 유명한 앙고라토끼의 원산지이다.

16세기 프랑스 귀족들 사이에는 터키시 앙고라를 키우는 게 유행이었다. 특히 이름도 유명한 리슐리외 추기경은 터키 앙카라에서 전해진 이 고양이의 신비한 오드아이 눈빛과 부드러운 흰털에 반해 무척 애지중지했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자기 고양이들을 죽을 때까지 돌보는 조건으로 하녀 한 명에게 연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저택도 넘겼다고 한다.

울루스와 예니세히르로 나뉘는 도심

울루스에 있는 로마원형극장은 고대 로마문명이 앙카라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명소이다. 사진/ 익스피디아

수도가 된 후 앙카라는 자연스럽게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게 된다. 구도시인 울루스(Ulus)는 로마시대, 비잔티움 시대, 오스만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과 좁은 골목을 유적으로 갖게 됐다.

그중 울루스에 있는 로마원형극장은 고대 로마문명이 앙카라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명소로 당시 연극공연이 펼쳐지던 무대가 잘 보존되어 있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을 울고 울리던 장소는 어떤 느낌일지 옛 사람의 예술적 감수성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신시가지 남쪽 창카야 언덕 위에는 남산타워를 연상 시키는 이곳 아타쿨레가 있어 도시 경관을 완성한다. 사진/ 익스피디아

한편 신도시 예니세히르(Yenisehir)에는 대로를 따라 호텔, 극장과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현대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정부 청사, 외국 공관 역시 예니세히르에 위치해 있으며 신시가지 남쪽 창카야 언덕 위에는 남산타워를 연상시키는 아타쿨레가 있어 도시 경관을 완성한다.

뭐니뭐니 해도 예니세히르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크즐라이(Kızılay) 광장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대단위 쇼핑가와 금융가가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10월 10일 크즐라이 인근 앙카라 중앙역에서 테러가 발생해 세계를 경악시킨다. 사진/ 위키피디아

특히 크즐라이 광장 남동쪽에 배치된 코카테페 모스크는 한 번에 2만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스크로 여러 층의 돔 지붕이 웅장한 위엄을 뽐낸다. 모스크 사원으로는 이례적으로 현대적인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

한편 크즐라이 인근에는 앙카라 중앙역이 있어 2015년 10월 10일 발생한 기차역 테러를 상기시킨다. 이 테러로 102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터키 역사상 가장 아픈 상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산책하기 좋은 도시 앙카라

겐츨릭 공원은 1952년부터 1976년까지 100터키리라의 뒷면 도안으로 등장할 만큼 앙카라의 명소로 손꼽힌다. 사진/ 위키피디아

앙카라는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을 거느리고 있어 공원도시라 불릴 만하다. 울루스에 위치한 겐츨릭 공원(Gençlik Parkı)은 1952년부터 1976년까지 100터키리라의 뒷면 도안으로 등장할 만큼 앙카라의 명소로 손꼽힌다.

시민의 휴식처인 이곳에는 놀이공원, 호수가 있어서 여름 저녁 걷기 좋은데 공원 호숫가에는 분수가 힘차게 솟구치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교각에는 조명이 알록달록 빛나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준다. 터키어로 겐츨릭은 젊음(Youth)을 뜻한다.

겐츨릭 공원 인근에는 아니트카비르 묘가 있어 현지인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 사진/ 터키문화관광국

한편 겐츨릭 공원 인근에는 웅장한 아니트카비르 묘가 있어 현지인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 이곳에 묻힌 주인공은 터키독립전쟁을 이끈 민족 지도자 아타튀르크. 거대한 황금색 대리석 기둥이 막대한 위압감을 선사한다.

크즐라이에 위치한 귀벤 공원(Güven Park)의 경우 참깨 빵 시미트와 꽃을 파는 행상들이 자주 눈에 띄며 이곳 아타튀르크 석상 앞은 주요 촬영 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다.

앙카라 외곽지역인 에르야만의 괵수 공원. 야경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카바크르레데에 위치한 쿨루 공원(Kuğulu Park)은 중국 정부로부터 선물 받은 백조와 흑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앙카라 내에서도 인기 방문지로 사랑 받고 있다.

알튼 공원(Altın Park)은 호수 위 여유로운 뱃놀이로 유명하고, 앙카라 외곽지역인 에르야만의 괵수 공원(Göksu Park)은 야경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앙카라 아레나 주변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터키 군인을 기리기 위한 한국 공원이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한편 앙카라 아레나 주변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터키 군인을 기리기 위한 한국 공원(Kore Bahçesi)이 있어 방문이 권장된다.

시내에 있는 아타튀르크 오르만 치프트리이(Atatürk Orman Çiftliği) 농원은 생전의 아타튀르크가 소일하며 지내던 곳으로 동물원, 농장, 레스토랑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곳에는 아타튀르크가 태어난 그리스 테살로니키 생가를 완벽하게 복원해 놓은 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 이곳 카페에서는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치즈, 전통 맥주,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역사 유적과 이색적인 볼거리로 가득 찬 이스탄불을 놔두고 앙카라가 수도로 정해진 데 이유가 있다. 사진/ 터키문화관광국

그밖에 앙카라에는 중동전문대학(Hacettepe Üniversitesi), 앙카라대학(Ankara Üniversitesi), 국립도서관, 고고학박물관, 민속학박물관, 국립극장 등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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