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여행지] ③꿈꾸는 형제들의 도시 ‘망원동’ 김호연의 ‘망원동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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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여행지] ③꿈꾸는 형제들의 도시 ‘망원동’ 김호연의 ‘망원동 브라더스’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8.02.20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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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망원시장’, 특색 있는 카페로 무장한 ‘망리단길’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는 망원동만이 가진 색채에 기대 스토리가 전개된다. 사진/ 임요희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는 망원동만이 가진 색채에 기대 스토리가 전개된다.

심지어 소설 초반, 홍대 변두리에 불과했던 망원동이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을 타고 급작스럽게 가치가 상승한 것과, 연체 인생을 살던 네 명의 브라더스가 사회적 역할 찾기에 성공하는 것까지 일맥상통한다.

소설 첫 페이지, 첫줄에 등장하는 “망원역 2번 출구 앞 맥도날드”는 망원동의 랜드 마크이자 망원동의 관문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소설 첫 페이지, 첫줄에 등장하는 “망원역 2번 출구 앞 맥도날드”는 망원동의 랜드 마크이자 망원동의 관문이다. 망원동 옥탑방의 첫 기숙인인 김 부장도 멀리 캐나다에서 만화가 오영준을 찾아 망원동 맥도날드까지 날아온다.

캐나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가족을 떠나온 김 부장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마는 “500에 30짜리” 월세 보증금마저 까먹는 중에 군식구까지 들이게 된 오영준의 처지 또한 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홍대 변두리에 불과했던 망원동이 가치가 상승한 것과, 네 명의 브라더스가 사회적 역할 찾기에 성공하는 것까지 일맥상통한다. 사진/ 임요희 기자

군식구의 난입은 계속 이어진다. 화자를 만화계에 입문시켜준 ‘싸부’가 황혼이혼 일보직전에 옥탑방으로 스며든다. 스토리작가로 제법 성공적인 길을 걷던 그였지만 어느덧 돈도 명예도 다 잃고 가장으로서도 낙제한 것.

그렇다고 영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다. 화자의 표현으로 싸부는 “정답을 말하지는 않지만 오답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군식구의 난입은 그게 끝이 아니다. “아는 척, 잘생긴 척, 돈 많은 척” 한다고 해서 별명이 삼척동자인 후배까지 망원동 브라더스 대열에 합류한다. 먹기 대회 경품으로 받은 TV를 선심 좋게 옥탑방에 기증하더니 TV 보겠다며 찾아오는 데는 막아낼 장사가 없다.

홍대입구와 합정, 서교동, 망원동을 오가는 마을버스. 홍대와 망원동은 지척이지만 심리적 거리는 그다지 가깝지 않다. 사진/ 임요희 기자

좌충우돌 엉겨 살며 코 고는 소리, 이 가는 소리, 똥 싸는 소리를 참아내는 우리의 장한 화자 오영준. 결국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어 서로 의지하고 도운 끝에 소박하게나마 재기에 성공한다는 것이 ‘망원동 브라더스’의 줄거리이다.

홍대권이기는 하지만 합정, 상수에 비해 발전이 뒤처졌던 망원동이 최근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웅비의 나래를 펴고 있다. 망리단길은 20대 방문객들이 SNS에 망원동 맛집, 카페 정보를 공유하면서 ‘인스타 상권’으로 불리는 곳이다.

경리단길의 짝퉁처럼 들리지만 망리단길에는 이태원, 홍대와는 또 다른 빈티지한 멋이 존재한다. 도쿄빙수 앞 호빵기계. 사진/ 임요희 기자

경리단길의 짝퉁처럼 들리지만 망리단길에는 이태원, 홍대와는 또 다른 빈티지한 멋이 존재한다. 간판 없는 카페 ‘시멘트’, 집 대신 막걸리를 파는 ‘복덕방’, 디저트 전문점 ‘미완성식탁’, 이탈리안 샌드위치 ‘미아논나’, 인생 파스타라 불리는 ‘코브라파스타클럽’, 3층 주택을 개조한 ‘딥블루레이크커피’, 호식이두마리치킨 옆 ‘호시절’ 등이 인스타그램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

합정역 8번 출구에서부터 마포구청역에 이르는 지역을 포괄하는 망원동은 망원시장에 이르러 볼거리의 정점을 찍는다. 사진/ 임요희 기자

지도상으로 합정역 8번 출구에서부터 마포구청역에 이르는 지역을 포괄하는 망원동은 망원시장에 이르러 볼거리의 정점을 찍는다.

“망원동의 노른자, 망원동의 식스팩, 망원동의 얼굴마담인 망원시장”은 1960년대 공동주택 개발붐 속에 서민 동네로 자리 잡은 망원동 한복판에 위치한다.

맥도날드가 있는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바로 골목길로 접어들면 150m가량 과일상, 야채상, 잡화상, 분식, 의류가게가 줄을 서는데 기실 이곳부터 망원시장이라고 불러야 옳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바로 골목길로 접어들면 150m가량 상가 밀집 지역이 이어진다. 이곳도 망원시장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울 시내에서 아마도 가장 잘 되는 재래시장일 망원시장 최고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 없는 것이 없기도 하지만 백화점의 3분의 1값, 일반 마트의 반값이면 웬만한 과일, 야채, 반찬류는 다 살 수 있다.

줄 세우는 맛집만도 닭강정부터 손칼국수, 수제 고로케, 마약김밥까지 진진하다. 2500원짜리 칼국수를 어디 가서 먹어보겠는가. 인스타 동네답게 망원시장 고객 대다수가 청춘남녀다. 망원시장이 주머니 가벼운 커플들의 데이트성지로 자리매김한 지는 좀 됐다.

2500원짜리 칼국수를 어디 가서 먹어보겠는가. 사진/ 임요희 기자
새알심이 동동 떠 있는 팥죽은 또또칼국수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소울푸드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망원시장’, 특색 있는 카페로 무장한 ‘망리단길’로만 망원동을 인식했다면 현지인이 많이 찾는 맛집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망원우체국에서 한강으로 향하는 대로변에는 입간판에서부터 포스가 느껴지는 맛집이 꽤 된다.

그중 기자가 한 달에 한 번씩 꼭 가는 맛집이 있다. 이름하여 또또칼국수. 주메뉴는 칼국수지만 새알심이 동동 떠 있는 팥죽(7500원)은 이 집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소울푸드이다. 몸살기 있을 때, 피곤할 때 한 그릇 떠먹으면 삶까지 위로받는 느낌.

그리고 현지인이 많이 찾는 또 하나의 맛집 ‘청아라’가 있다. 거짓말 조금 보태 고래만 한 고등어구이와 삼치구이가 나오는 집으로 저녁시간이면 대기줄이 꽤 길다.

“동네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한강 둔치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한강변을 자주 찾는다. 사진/ 임요희 기자

“동네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한강 둔치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한강변을 자주 찾는다.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좌측에 망원우체국 사거리가 있고 여기서 한 번만 더 왼쪽으로 꺾어주면 바로 한강공원이다.

자전거길, 캠핑장, 공연장으로 서울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망원한강공원이 작년 말(2017년) 서울함공원이 들어서면서 얼굴이 확 달라졌다.

서울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망원한강공원이 서울함공원이 들어서면서 얼굴이 확 달라졌다. 사진은 150톤급 고속정 ‘참수리호’. 사진/ 임요희 기자
178톤급 잠수정 ‘돌고래’ 는 통채로 건물의 일부가 되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지난 30년간 해양영토 수호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1900톤급 호위함 ‘서울함’과 150톤급 고속정 ‘참수리호’, 178톤급 잠수정 ‘돌고래’ 세 척이 강변에서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군함과 잠수함 내부를 처음 구경하는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사실 기자도 잠수함 구경은 처음이다. 좁은 공간에 침대, 씽크대, 화장실이 오밀조밀 놓인 광경이 캠핑카를 연상시킨다.

지난 30년간 해양영토 수호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1900톤급 호위함 ‘서울함’. 사진/ 임요희 기자

“둔치로 넘어가는 지하 통문 앞에서 소주 세 병과 물, 오다리와 새우깡을 사서” 노을 짙어가는 한강을 찾는 옥탑방 브라더스.

좁디좁은 옥탑방이 현실의 공간이라면 탁 트인 한강은 꿈꾸는 공간이다. 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넓디넓은 바다가 나오리라. 바다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물길을 따라가면 된다. 우리의 꿈도 바로 그러하지 않은가. 꿈길을 따라 가다 보면 꿈꾸던 세상이 나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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