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여행지] ②동화 속 마을 ‘체스키크롬로프’ 최옥정의 ‘늙은 여자를 만났다’
상태바
[소설 속 여행지] ②동화 속 마을 ‘체스키크롬로프’ 최옥정의 ‘늙은 여자를 만났다’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8.01.23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바타 강변의 소도시, 중세 유적이 큰 볼거리
체코를 좀 아는 사람들은 프라하 남쪽 도시 ‘체스키크롬로프’를 여행목적지 앞 순위에 둔다. 사진/ 체코관광청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체코는 최근 국내 여행객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한 곳으로 아름다운 중세유적과 특유의 보헤미안 문화 등 많은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수도 프라하를 먼저 호명하지만, 체코를 좀 아는 사람들은 프라하 남쪽 도시 ‘체스키크롬로프’를 앞 순위에 둔다.

최옥정 작가의 신간 ‘늙은 여자를 만났다’는 블타바 강변의 소도시 체스키크롬로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진/ 체코관광청

최옥정 작가의 신간 ‘늙은 여자를 만났다’는 바로 블타바 강변의 소도시 체스키크롬로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 속 화자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한국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체스키크롬로프’를 방문한다.

최 작가는 화자의 입을 빌어 체스키크롬로프를 “프라하에서 기차를 타고 네 시간이 채 안 걸려 도착한 동화 속의 작은 마을”로 묘사한다.

망루에 오르면 S자로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강과 강안에 늘어선 아기자기한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체코관광청

그녀는 이곳에서 여행객을 상대로 미래를 점쳐주며 먹고 사는 집시 노파를 만난다. 체스키크롬로프는 과거 보헤미안 지역으로, 점치는 집시 노파 역시 가공인물이지만 보헤미안의 후손이 틀림없으리라. 집시 노파는 화자에게 “슬픈 일이 많을 거”라는 예언을 한다.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체스키크롬로프 내에서도 스보르노스티 광장은 도시 투어의 핵심을 이루는 곳으로 중세시대의 성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체코관광청

불행했던 삶을 뒤로 하고 떠나온 도시 체스키크롬로프는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는 소매치기, 걸인, 잡상인이 들끓었다.

그림 같은 강변에 앉아서도 화자는 그저 타인에게 “떠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일 뿐 마음의 평안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늙은 여자를 만났다’는 어쩌면 이렇게 제목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늙은 여자다! 우리는 저 낯선 이국의 집시 노파처럼 우리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지금 여기서’ 버티어내야만 한다.

성문으로 통하는 다리 위는 발밑 해자에서 어슬렁거리는 곰을 보기 위한 관광객으로 늘 혼잡하다. 사진/ 피타그램

화자가 노파를 만난 곳은 스보르노스티 광장이다.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체스키크롬로프 내에서도 스보르노스티 광장은 도시 투어의 핵심을 이루는 곳으로 중세시대의 성에 둘러싸여 있다.

체스키크롬로프 성은 중세시대에 건설되었으나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을 추가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 성에서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둥근 지붕이 얹힌 망루와 육교 형식으로 건설된 회랑이다.

이 생뚱맞은 곰들은 언제부터 해자에 살게 되었을까. 사진/ 트래블바이크뉴스DB

성문으로 통하는 다리 위는 발밑 해자에서 어슬렁거리는 곰을 보기 위한 관광객으로 늘 혼잡하다. 그런데 이 생뚱맞은 곰들은 언제부터 성곽 해자에 살게 되었을까. 아마 중세 때가 아닐까.

성 안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 성으로 침입하려던 적군을 공격해 다리 밑으로 떨어뜨렸을 것이고 배고픈 곰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인간 장난감을 무차별로 공격했을 것이다.

영주의 집무실 바닥에 커다란 곰가죽 카펫이 깔려 있는 것으로 봐서 곰과의 공생은 제법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체스키크롬로프 성 망루에 입장하려면 50꼬룬의 비용이 든다. 사진/ 체코관광청
동굴 형태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감미로운 스테이크와 와인을 즐겨보자. 사진/ 체코관광청

체스키크롬로프 골목마다 즐비한 레스토랑이 세계 각국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동굴 형태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감미로운 스테이크와 와인을 즐겨도 좋고. ‘늙은 여자를 만났다’ 속 화자처럼 스보르노스티 광장에 죽치고 앉아 “이곳 특산물인 크리스털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맥주잔”에 필스너우르켈을 주문해 마셔도 좋을 것이다.

체스키크롬로프는 하루면 충분히 둘러볼 만큼 작은 도시지만, 며칠을 머물러도 속속들이 다 경험하기는 어려운 도시이다. 어느 도시가 안 그럴까. 어느 사람이 안 그럴까.

스보르노스티 광장을 오가는 밝은 표정의 여행객도 결국은 힘겨운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대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외로운 이름에 다름 아니다.

필스너우르켈은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보헤미안 맥주로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맥주 중 하나이다. 사진/ 체코관광청

체스키크롬로프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프라하 중앙역을 출발, 체스키크롬로프역까지 이어지는 차편이다. 총 소요시간 3시간 30분. 체스키 부데요비치에서 1회 환승하며 편도 275CZK(1만3000원)의 요금이 든다.

다른 하나는 프라하 스튜던트 에이전시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약 3시간이 소요되며 운임은 7.60유로(1만원). 유레일패스 소지자가 아니라면 버스를 이용하는 게 좀 더 편하다.

Tag
#N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