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 전에 다녀오자 ‘염리동 소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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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에 다녀오자 ‘염리동 소금길’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8.17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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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온상지, 도시 디자인 사업으로 새로 태어나다
소금장수들이 드나들며 소금을 받아다 팔던 곳. 염리동이라는 지명에 소금이 들어가 있다. 사진 출처/ 염리동 소금길 페이스북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서울 시내에 소금마을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한강 마포나루에 소금 배 드나들던 시절, 나루터에 소금이 들어오면 인부들이 염리동과 대흥동 지역 소금창고에 소금을 실어 날랐다.

서울 시내 소금장수들이 드나들며 소금을 받아다 팔던 곳. 염리동(鹽里洞)이라는 지명에 소금이 들어가 있는 것은 그래서이다.

이곳이 서울 골목길 대표 명소로 떠오른 것은 2012년 서울시가 염리동을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 지역으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사진 출처/ 염리동 소금길 페이스북
능소화길, 해당화길, 라일락길, 해바라길, 쑥부쟁이길 등 꽃 이름이 붙은 길을 따라 옛 골목의 정취를 느끼노라면 늦더위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염리동 소금길 페이스북

염리동은 이대역 5번 출구에서 공덕역까지 아우르는 지역으로 한때 재개발지구로 선정됐으나 사업 추진이 미뤄지면서 버려진 도시처럼 되었다. 좁은 골목, 낡은 주택, 지저분한 환경은 범죄 스릴러물의 촬영지로 삼으면 딱 알맞았으며 실제로 서울 시내 우범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던 이곳이 서울 골목길 대표 명소로 떠오른 것은 2012년 서울시가 염리동을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 지역으로 선정하면서부터다. 도시의 디자인을 개선하면 범죄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뉴욕 뒷골목의 예를 통해 잘 알려진 바다.

염리동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미관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특화된 산책로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염리동 소금길 페이스북

서울시와 마을주민의 공조로 염리동 담벼락에는 그림이 그려졌고 으슥한 골목에는 가로등이 설치됐으며 곳곳에 있는 CCTV가 24시간 시민의 안전을 지키게 되었다.

이제 염리동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미관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특화된 산책로로 자리 잡았다.

총 길이 1.7㎞의 염리동 소금길은 크게 A, B 두 코스로 나뉘며 도보로 총 40분이 소요된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9개 전신주에 붙어 있는 노란색 안내판이다. 전문트레이너가 직접 골목길을 걸으며 만들었다는 안내판에는 워킹에 따른 구간별 소모 칼로리가 적혀 있으며 탄력 있는 팔 만들기, 넓은 가슴 만들기 등의 보디빌딩 매뉴얼도 적혀 있다.

서울시와 마을주민의 공조로 염리동 담벼락에는 그림이 그려졌고 으슥한 골목에는 가로등이 설치됐으며 곳곳에 있는 CCTV가 24시간 시민의 안전을 지키게 되었다. 필요한 물건은 가져다 쓰고 필요 없는 살림은 내놓은 무인 아나바다 시장. 사진 출처/ 염리동 소금길 페이스북

또한 전신주는 보행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 역할도 겸하고 있다. 길 가는 여성이나 아동에게 위급한 일이 발생할 경우 경찰은 감시카메라 정보에 따라 전신주 위치로 신속하게 출동한다.

그밖에 이곳에는 여섯 곳의 ‘소금 지킴이집’이 있어 비상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했다. 노란색 소금 지킴이집에는 사인 조명과 비상벨이 달려 있는 것은 물론 항상 문을 열어 두어 위험에 대비하도록 했다. 파출소 역할을 이웃이 대신하는 셈이다.

총 길이 1.7㎞의 염리동 소금길은 크게 A, B 두 코스로 나뉘며 도보로 총 40분이 소요된다. 사진 출처/ 염리동 소금길 페이스북

소금길 초입의 ‘소금나루’는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초소 역할을 하는 곳으로 북카페, 마을문고, 택배수령서비스, 비상약 판매 등의 다양한 역할도 맡고 있다. 원래 이곳은 고지대 급수난 해소를 위해 1980년대에 설치된 가압장으로 이후 쓸모가 없어져 방치돼 있던 것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능소화길, 해당화길, 라일락길, 해바라길, 쑥부쟁이길 등 꽃 이름이 붙은 길을 따라 옛 골목의 정취를 느끼노라면 늦더위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곧 재개발이 시작되면 염리동 소금길도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것이다. 소금처럼 녹아 사라지기 전에 염리동 소금길에서 나만의 추억을 쌓아보자.

곧 재개발이 시작되면 염리동 소금길도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것이다. 소금처럼 녹아 사라지기 전에 염리동 소금길에서 나만의 추억을 쌓아보자. 사진 출처/ 염리동 소금길 페이스북

염리동 소금길은 이대역, 공덕역에서 각기 진입할 수 있으며 이 지역 소문난 맛집으로 ‘주주 이자카야’ ‘밀리네 잡탕’ ‘을밀대’ ‘역전회관’ ‘퇴근길 책한잔’ ‘신나라 숯불바베큐’ ‘언뜻가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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