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가 위험물인가”…KTX·지하철 반입 제한에 자전거 여행객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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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가 위험물인가”…KTX·지하철 반입 제한에 자전거 여행객 ‘발끈’
  • 김선권 기자
  • 승인 2026.08.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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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등 열차 반입 제한…“화재 예방” vs “일괄 금지는 과도”

-철도·자전거 연계 여행 위축 우려…지역관광·친환경 교통정책과도 엇박자
지난 7월 1일부터 전기자전거의 KTX와 일반열차, 수도권 지하철 반입이 제한되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성곤 기자
지난 7월 1일부터 전기자전거의 KTX와 일반열차, 수도권 지하철 반입이 제한되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선권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김선권 기자] 지난 7월 1일부터 전기자전거의 KTX와 일반열차, 수도권 지하철 반입이 제한되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철도 운영기관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위험을 관리해야 할 정책이 이동 자체를 막아버렸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전기자전거를 열차에 싣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철도와 자전거를 연계한 여행 문화가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자전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프라를 확충해 온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관광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튬배터리 화재 예방 위해 전기자전거 반입 제한

코레일은 지난 6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열차 반입 제한 방침을 발표했다. 사진/김선곤 기자
코레일은 지난 6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열차 반입 제한 방침을 발표했다. 사진/김선권 기자

코레일은 지난 6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열차 반입 제한 방침을 발표했다.

대상은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이다. 밀폐된 철도 객실에서 리튬배터리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사전에 위험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같은 취지로 여객운송약관을 개정했다. 최근 리튬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하철 객실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용자들도 대체로 공감한다.

논란의 핵심은 ‘안전이 필요한가’가 아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전기자전거의 철도 반입을 제한하는 방식이 과연 가장 합리적인가에 있다.

KC 인증 제품까지 같은 기준으로 묶어야 하나

전기자전거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관리가 중요하다.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배터리의 특성상, 실내외 온도 변화가 큰 겨울철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삼천리자전거
전기자전거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트래블바이크뉴스 DB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KC 안전인증을 받은 배터리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사용한다.

물론 KC 인증 제품이라고 해서 배터리 화재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법 개조 제품이나 검증되지 않은 배터리와 정상적인 인증 제품을 동일한 위험 수준으로 보고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조치는 배터리의 안전성이나 인증 여부를 세분화하지 않고 전기자전거 전체를 반입 제한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이용자들은 “위험한 제품을 선별해 관리해야 할 문제를 전기자전거 전체의 문제로 확대했다”며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여행은 출발하기도 전에 막혔다”

이번 조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은 철도와 자전거를 연결해 여행을 즐기던 라이더들이다. 사진/김성곤 기자
이번 조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은 철도와 자전거를 연결해 여행을 즐기던 라이더들이다. 사진/김선권 기자

이번 조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은 철도와 자전거를 연결해 여행을 즐기던 라이더들이다.

일산에 거주하는 최선묵 씨는 일반 자전거로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세 차례 완주했으며, 현재는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네 번째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는 자전거 여행자다.

그는 이번 규정으로 기존의 여행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 씨는 “평소에는 집에서 행신역까지 이동해 KTX를 타거나, 지하철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간 뒤 지방으로 이동해 자전거 여행을 했다”며 “이제는 전기자전거를 가지고 지하철도, KTX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고속버스터미널까지 30km 이상을 직접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철도를 이용한 자전거 여행이 어려워졌다”며 “전기자전거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정부도 친환경 교통수단 보급을 장려하고 있는데, 정작 철도와 연계한 이동을 막아버린 이번 조치는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안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위험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자전거 막히면 지방 자전거 관광도 타격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여행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사진/김성곤 기자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여행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사진/김선권 기자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여행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기존 자전거보다 체력 부담이 적어 고령층과 초보자도 장거리 라이딩에 도전할 수 있고, 철도를 이용해 지방으로 이동한 뒤 현지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관광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자전거길을 조성하고 라이딩 코스를 개발하는 등 자전거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철도와 전기자전거의 연계가 어려워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는 여행객은 대체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는 여행 자체를 포기하거나 목적지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자전거 반입 제한은 개인의 이동 편의성을 넘어 지역관광과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통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 외치면서 친환경 이동은 막나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 교통정책과의 정합성이다.

정부는 탄소중립과 녹색교통 확대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며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전기자전거 역시 자동차 이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철도 역시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그렇다면 철도와 전기자전거를 결합한 이동은 오히려 친환경 교통체계의 한 축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전을 이유로 철도와 전기자전거의 연결고리를 사실상 끊어버리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친환경 교통 활성화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해외 철도는 ‘금지’보다 위험도 관리에 초점

해외 철도 운영기관들은 국가와 노선에 따라 전기자전거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허용하면서 접이식 여부나 배터리 용량, 예약제, 지정 객차 운영 등의 조건을 적용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제한을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허용과 금지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일괄적인 반입 제한에 앞서 배터리 종류와 용량, 인증 여부, 개조 여부, 운송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세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지’는 가장 쉬운 해법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세밀하게 관리하기보다 행위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사례를 적지 않게 경험했다.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보도 곳곳에 볼라드와 차단시설을 설치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보행자와 휠체어 이용자의 통행을 방해하면서 시설을 철거하거나 재설치해야 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펜스와 화단, 감시카메라 등을 설치했지만 투기 장소가 인근 골목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단속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는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두 사례 모두 문제의 원인을 세밀하게 관리하기보다 문제가 발생하는 행위를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기자전거 철도 반입 제한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튬배터리 화재 위험은 분명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 개조 배터리와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인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것은 ‘일괄 금지’ 아닌 정교한 안전 기준

전기자전거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다.

KC 인증 제품과 불법 개조 제품을 구분하고, 배터리 용량과 안전성에 따른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지정 객차나 보관공간 운영, 사전 예약제 등 다양한 관리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철도와 자전거는 탄소중립 시대에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이동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전기자전거 반입 제한이 단순한 ‘금지’로 끝날지, 아니면 과학적 근거와 실제 이용환경을 반영한 정교한 안전관리 체계로 발전할지는 향후 제도 개선 논의에 달려 있다.

안전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금지일 수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교통과 여행 문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위험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관리하는 정책이다.

철도와 자전거를 연결해 지역을 여행하던 이용자들에게 이번 조치가 ‘여행의 중단’이 아니라 더 안전한 이동체계로 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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