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1970년 이소룡 시대를 시작으로 홍콩영화가 아시아 영화시장을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주윤발, 유덕화, 알란탐, 장국영을 모르거나 그들이 등장하는 홍콩영화를 보지 않고는 친구들과 대화도 안 되던 시절. 안타깝게도 홍콩영화는 1900년대 초반 이후 그 위세가 꺾여 더 이상의 영화로운 시절은 맞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개봉해 큰 반응을 얻은 ‘색계’는 이안 감독이 글로벌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었기에 홍콩영화라고 보기 어렵지만 촬영지인 홍콩의 아름다움은 널리 알린 공이 있다.
지나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의미를 부여하면 명소다. 홍콩여행 시 가볼만한 곳으로 영화 촬영지를 추가해보자. 홍콩여행의 또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황후상 광장: 영웅본색
황후상광장은 영화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지나치던 곳으로 홍콩센트럴에서도 핵심이 되는 지역이다. 황후상광장(Statue Square)이라는 이름은 과거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서 있었던 데서 연유했다.
현재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은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공원으로 옮겨가고 HBBC의 초대 은행장 토머스 잭슨 경의 동상만 남아 있다.
황후상광장을 에워싸듯 HSBC 건물, 국회의사당,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서 있으며.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병사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볼 수 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중경삼림
영화 ‘중경삼림’에서 왕페이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며 양조위 사는 집을 훔쳐보는 장면이 나온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양조위가 백화점이나 지하철에 사는 줄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에스컬레이터는 홍콩 여행마니아 사이에 유명한 옥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어떻게 해서 홍콩 사람들은 옥외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인 걸까.
우리나라만 해도 달동네 하면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통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올라야 했기에 부자들에게 외면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근대기 영국인들은 홍콩섬에 상륙해 저지대에 상업지역을 일구면서 상대적으로 바람 잘 통하고 시원한 고지대에 고급주택가를 지어 살았다. 이때 통행의 편의를 위해 골목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것이다.
실제로 방문해보면 단일 에스컬레이터가 아니고 20개의 에스컬레이터가 800m 길이로 연결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직선로가 아니고 지형에 따라 조금씩 비끼고 물러나면서 상층부를 향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에스컬레이터 연결지점마다 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든 것도 눈여겨 보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상행운행이 기본이다. 밤 12시까지 운행하는데 오전 10시 20분 이전까지 출근하는 시민을 위해 하행으로 운행된다.
트램: 색계
1930년대 중국을 무대로 하는 영화 ‘색계’를 보면, 탕웨이가 친구들과 연극연습을 마치고 트램에 올라타는 장면이 나온다. 트램은 1904년부터 100년 넘게 홍콩 섬 도심을 횡으로 연결해온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현지인에게 ‘딩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트램은, 여행자에게는 옛 홍콩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층으로 된 트램은 그 자체로 광고판이자 도시에 다양한 색채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쪽의 케네디타운에서 출발해 동쪽 해피밸리에 이르는 구간을 한 줄로 꿰면서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노스포인트 등의 핫 플레이스를 두루 방문하며 홍콩 거리를 관람시켜 준다. 최고 좋은 자리는 2층 맨 뒤쪽 자리.
트램은 승차 시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내릴 때 낸다. 뒷문으로 승차해 앞문으로 하차하며, 하차 시 단말기에 옥토퍼스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결재가 이루어진다.
운행시간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버스요금은 성인 기준 2.3홍콩달러(320원)이다. 현금 지불 시 거스름돈은 지급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