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보물섬, 바누아투 ‘밀리언 달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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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보물섬, 바누아투 ‘밀리언 달러 포인트’
  • 최승언 기자
  • 승인 2016.11.3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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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미군수품이 바다에’...2차 대전 군용품 “가져가는 비용 더 든다” 몽땅 버려
바누아투 섬 바다에 버려진 군용트럭. 섬사람들은 무수한 군수품들을 바다에 버리는 것을 목격하며 미군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사진 출처/ 에어 바누아투

[트래블바이크뉴스=최승언 기자] 누가 그랬을까? 군용트럭 지프 불도저 트랙터가 바다에 버려져 있다. 열지도 않은 옷박스 등이 바다에 깔려 있다. 이곳은 밀리언 달러 포인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의 에스피리투 산토 섬이다.

2차 대전 중에 사용하던 비싼 군용 장비가 이곳 바다에 그대로 잠자고 있다. 에스피리투 산토 섬은 2차 대전 중에 미국이 주요 군사 보급기지로 사용하던 곳이다. 태평양 작전을 수행하던 해군과 육군 부대의 사령부가 있었다.

밀리언 달러 포인트는 지금은 에스피리투 산토의 거대한 다이빙 포인트가 되어 바누아투를 찾는 이들에게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 출처/ flickr

섬은 하와이에 이어 태평양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군 기지로 위용을 자랑했다. 주둔 병력이 4만 명을 넘었다. 2개의 폭격 전투 비행 기지가 있었으며 항공기들과 전함을 수리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이 병참기지는 하나의 도시였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가구 의류 식음료 맥주 등 모든 생활 용품이 필요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이 철수하게 되었을 때 이 군사 장비들을 처리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장비를 미국으로 보내는 운송비용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병력을 빨리 철수하라는 미국 내 여론이 비등해 있었다. 미군은 섬에 대한 공동 지배권을 갖고 있던 프랑스와 영국 등에 장비를 팔아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식민지 당국은 구매를 거부했다.

에스피리투 병참기지는 하나의 도시였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가구 의류 식음료 맥주 등 모든 생활 용품이 필요했다. 사진 출처/ wikimedia

미국이 결국 모든 것을 남기고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돈 한 푼들이지 않고 거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식민지 정부당국의 계산이었다.

협상이 실패로 끝나자 바다의 벌(Seabee)이라는 이름의 미군 해군 공병대가 움직여 바닷길을 만들었다. 매일 미군의 트럭과 지프와 앰뷸런스 불도저 트랙터 등이 그 바닷길을 달렸다. 바퀴에 락을 걸고 마지막 순간에 바다에 던져버렸다.

자동차 엔진 블록은 깨지고 금이 갔다. 공병대는 물에 빠지면서도 그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니 바누아투 라는 사람은 그 생애에 다시는 볼 수 없을 무수한 보물들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을 목격하며 미군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섬은 하와이에 이어 태평양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군 기지로 위용을 자랑했다. 주둔 병력이 4만 명을 넘었다.사진 출처/ wikimedia

재미있는 것은 섬사람들은 미군들이 아닌 영국 총독부가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주전자 프라이팬 등 민수용품과 총기, 목재 등을 현지사람들에게 넘기려고 했지만 영국 식민 정부에 의해 압수당했고 역시 바다에 던져지거나 소각되었다.

미군의 쓰던 물건 조각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섬사람들은 엄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우리는 숨어 있다가 베이컨이나 소시지 캔이 버려지면 줍곤 했지요. 새것들이었죠. 옷가지도 새 것이었어요.” 섬사람의 말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의 섬에 무기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다. 미군의 바다에 버린 군수품은 그 교훈을 후세에 전할 것이다. 사진 출처/ wikimedia

그에 의하면 미군들이 텐트 밖으로 물건을 놓아두곤 했다. 섬사람들이 가지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미군들은 섬 사람들에게 더 크고 영속적인 관광자원을 남겨 주었다.  평화로운 땅에 전쟁무기는 어리석은 욕심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교훈도 남겼다.

이 밀리언 달러 포인트는 지금은 에스피루트 산토의 거대한 다이빙 포인트가 되어 바누아투를 찾는 이들에게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 기회를 제공한다. 녹슨 트럭을 산호초가 덮은 독특한 이색 볼거리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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