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대신 배를 택하니 일본 자전거여행의 시작부터 달라졌다…10월 ‘보물찾기 라이딩’도 주목

[트래블바이크뉴스=김선권 기자 / 일본 돗토리현]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해외 자전거여행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이 짧은 문장 뒤에 따라붙는 수고를 잘 안다. 자전거를 분해하고 페달을 빼고 핸들을 돌린 뒤 커다란 자전거 박스나 캐리어에 넣어 공항으로 옮겨야 한다. 항공사의 수하물 규정과 무게 제한도 확인해야 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자전거를 조립해야 한다.
이번에는 그 과정을 조금 다르게 해봤다.
비행기가 아니라 배를 탔다. 강원도 동해항에서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를 연결하는 국제여객선 이스턴 드림호에 자전거를 싣고 바다를 건넜다.
목적지는 돗토리현 서부의 사카이미나토와 요나고. 관광지를 빠르게 찍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를 중심에 놓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직접 달려보니 이곳의 매력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떤 속도로 보느냐’에 있었다.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택했다…자전거와 함께 국경을 넘다

한국에서 일본은 가까운 나라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면 일본 주요 도시까지 몇 시간 안에 도착한다. 단순히 이동시간만 놓고 보면 비행기가 편하고 빠르다.
하지만 자전거여행에서는 이동시간만으로 여행의 편리함을 판단하기 어렵다.
자전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도착한 뒤 어디에서 조립할 것인지, 여행이 끝난 뒤 다시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까지 모두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스턴 드림호를 이용하면 여행의 출발부터 자전거가 함께한다.
동해항에 도착해 자전거를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면 된다. 일본 사카이미나토항에 도착한 뒤 다시 두 바퀴로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자전거가 여행용 짐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의 동반자가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행의 속도였다.
비행기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공간을 단숨에 건너뛴다. 반면 배는 항구를 출발해 육지가 멀어지고, 긴 밤 동안 바다를 건넌 뒤 수평선 너머에서 일본이 나타난다.
자전거여행이라면 이런 느린 국경 넘기가 오히려 잘 어울린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폭우…첫 라이딩부터 쉽지 않았다

사카이미나토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수산시장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항구도시에서 시작하는 자전거여행의 첫 목적지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맞닥뜨린 첫 풍경은 예상과 달랐다.
폭우였다.
잠시 내리다 그칠 비가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야 할지, 조금 기다려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러 바다를 건너온 만큼 결국 페달을 밟기로 했다.
빗물이 얼굴을 때리고 바퀴 아래에서는 물이 계속 튀었다. 옷이 젖는 것을 걱정할 단계가 지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 라이딩은 폭우 속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비가 오히려 이번 여행의 첫 장면을 강하게 만들었다.
폭우 속에서 만난 사카이미나토 ‘요괴거리’

폭우를 뚫고 향한 곳은 사카이미나토의 미즈키 시게루 로드(水木しげるロード)였다.
『게게게의 기타로』를 만든 일본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세계를 거리 전체에 펼쳐놓은 곳이다. 국내 여행자들에게는 ‘요괴거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요괴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고 작은 상점과 골목이 이어진다.
묘하게도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도착할 무렵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쏟아지던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자전거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조형물을 지나고, 상점 앞을 지나고, 작은 골목을 따라가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보이면 자전거를 세웠다.
자동차라면 지나쳤을 풍경이고, 걸었다면 이동에 시간이 더 걸렸을 거리다.
자전거는 그 중간의 속도로 도시를 바라보게 했다.
폭우 속에서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데 집중했지만 비가 그친 뒤부터는 비로소 사카이미나토라는 작은 항구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둘째 날, 사카이미나토에서 요나고까지 50km

둘째 날 라이딩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사카이미나토에서 요나고 방향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왕복 약 50km에 이르는 거리였다.
직접 페달을 밟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평탄함이었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코스가 아니었다. 고저차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길이 평평했고, 페달을 일정하게 밟으며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기 좋았다.
상당 구간은 자전거 전용도로로 이어졌다.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일반도로에서는 뒤에서 차량이 접근할 때마다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도로 주변으로 향한다.
바다를 바라보고, 주변 풍경을 살피고, 잠시 멈춰 사진을 찍는 것도 부담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요나고 일대, 처음 일본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도 괜찮은 곳일까?’
50km를 직접 달린 뒤 내린 결론은 비교적 분명했다.
적어도 이번에 달린 해안 코스는 가파른 오르막이 적고 대부분 평탄하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이어져 있어 장거리 라이딩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코스였다.
초보자만을 위한 길은 아니다…다이센으로 가면 난도가 달라진다

그렇다고 사카이미나토와 요나고 일대가 초보 라이더만을 위한 곳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라이더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코스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평탄한 길은 처음 장거리 자전거여행에 도전하는 라이더에게 적합하다. 거리를 더 늘려 주변 지역으로 연결하면 하루 종일 달리는 장거리 코스로도 만들 수 있다.
해안에서 벗어나 내륙으로 방향을 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돗토리현을 대표하는 다이센 일대로 향하면 라이딩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해발 1,729m의 다이센을 중심으로 고도가 높아지는 길은 평탄한 해안도로와는 다른 체력과 주행 경험을 요구한다.
오르막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해안 코스와 다이센 일대를 연결해 보다 도전적인 여행을 구성할 수도 있다.
결국 같은 지역에서도 라이더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난도가 달라진다.
처음 해외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사람부터 장거리와 업힐을 즐기는 숙련 라이더까지 각자의 수준에 맞춰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사카이미나토와 요나고 자전거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자동차보다 느리고, 걷기보다 빠르다…자전거가 발견한 일본

이번 여행에서 다시 확인한 것은 자전거가 가진 ‘속도’였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사카이미나토에서 요나고까지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빨리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자전거를 배에 싣고 일본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길 자체가 여행이 된다.
바다가 보이면 속도를 늦춘다. 사진을 찍고 싶은 곳에서는 멈춘다. 작은 길이 궁금하면 방향을 틀어 들어가 본다.
첫날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도 그랬고, 둘째 날 요나고로 향하는 해안도로에서도 그랬다.
특히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자전거는 좋은 이동수단이다.
빛이 좋으면 멈출 수 있고, 마음에 드는 풍경이 나오면 돌아갈 수도 있다. 이름조차 모르는 장소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워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자동차보다 느리고 걷는 것보다 빠른 속도.
이번 여행에서 그 중간의 속도로 사카이미나토와 요나고를 바라봤다.
10월에는 ‘보물찾기’로 달린다…이스턴 드림호 타고 다시 일본으로

이번 여행에서 달렸던 길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기회도 마련된다.
이스턴 드림호를 운항하는 두원상선은 오는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돗토리현 요나고 자전거 여행 보물찾기 라이딩’을 진행한다.
동해항에서 자신의 자전거와 함께 배에 올라 사카이미나토로 건너간다는 점은 이번 여행과 같다.
다른 점은 여기에 ‘보물찾기’라는 요소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돗토리현 곳곳을 자전거로 달리며 지정된 보물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단순히 속도나 기록을 겨루는 라이딩보다는 길 위의 장소를 하나씩 발견하는 여행에 가깝다.
직접 달려본 입장에서 보면 이 방식은 사카이미나토와 요나고의 여행 방식과도 잘 어울린다.
폭우 속에서 출발해 만났던 사카이미나토, 비가 그친 뒤 천천히 둘러봤던 미즈키 시게루 로드, 바다를 옆에 두고 달렸던 요나고 방향의 평탄한 해안도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것보다 길에서 무엇을 발견하느냐가 더 중요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자전거여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혼자 자전거를 가지고 일본까지 건너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라이더라면 이런 방식으로 첫 경험을 시작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자전거와 함께 바다를 건너니 일본이 달라졌다

돌아오는 배에 다시 자전거를 실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와 같은 자전거였지만 바퀴에는 일본의 길이 묻어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사카이미나토에서 페달을 밟았고, 빗속을 달려 요괴거리에 도착했다. 다음 날에는 바다를 옆에 두고 요나고까지 약 50km를 달렸다.
지도 위에서 상상했던 길은 직접 페달을 밟고 나서야 비로소 여행이 됐다.
비행기를 탔다면 훨씬 빨리 일본에 도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동해항에서 자전거와 함께 배에 올랐고, 바다를 건넜으며, 일본의 항구에서 다시 두 바퀴로 길을 시작했다.
이스턴 드림호가 연결한 것은 동해항과 사카이미나토라는 두 항구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출발한 자전거와 일본의 길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비와 바다, 항구와 골목, 요괴거리와 해안도로를 만났다.
이번 여행에서 국경을 넘은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내 자전거도 함께 바다를 건넜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일본 여행은 이전과 조금 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