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인 100만 명 찾은 이탈리아, 다음 목적지는 ‘소도시’…슬로 트래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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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인 100만 명 찾은 이탈리아, 다음 목적지는 ‘소도시’…슬로 트래블 뜬다
  • 김효설 기자
  • 승인 2026.09.28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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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관광청 ‘WORKSHOP ITALIA 2026’ 현장…북부 알프스·호수·웰니스 여행 부상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이후 돌로미티 하이킹·호수 휴양 관심 확대

-이탈리아 정부, 소도시 접근성·교통·미식·축제 묶은 ‘슬로 트래블’ 육성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이탈리아 여행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로마·피렌체·베네치아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관광 동선에서 벗어나 알프스 산악지역과 호수, 중세 소도시, 농가 숙박과 미식, 아웃도어를 묶어 ‘머무는 여행’을 즐기려는 한국인 여행객이 늘고 있다.

한국인 이탈리아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탈리아관광청이 한국 시장을 겨냥해 꺼내든 다음 카드는 ‘소도시와 슬로 트래블’이었다.

지난 9월 2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6층 아라룸에서 열린 ‘WORKSHOP ITALIA 2026’ 현장. 국내 여행업계와 미디어가 모인 가운데 이탈리아 관광의 새로운 흐름과 2027년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관광업계의 구체적인 상품들이 소개됐다.

행사장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훑는 여행보다 한 지역에 머물며 자연과 문화, 미식, 액티비티를 깊이 경험하는 여행상품이 잇따라 소개됐다.

“한국인 100만 명 시대, 여행 목적지가 달라졌다”

이날 김보영 이탈리아관광청 한국대표의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한국인 관광객의 목적지 다변화였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과거 로마·피렌체·베네치아 등 대표 도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한국인 관광객이 이제는 볼차노를 비롯한 북부 산악지역과 호수 지역으로 여행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돌로미티를 중심으로 하이킹과 아웃도어, 웰니스 여행을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 2월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도 북부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 기간에는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에 대한 검색량이 증가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 관심은 알프스 하이킹과 북부 호수, 문화여행 등 사계절 관광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보영 대표는 북부 산악지역의 매력에 대해 자연만 보는 여행이 아니라 쇼핑과 미식, 액티비티까지 한 번에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안에서 호수로…‘휴양의 공식’도 바뀐다

여행업계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호수 관광의 부상이다.

이탈리아 하면 지중해 해안 리조트를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에는 마조레 호수를 비롯한 북부 호수 지역이 새로운 휴양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마조레 호수와 오르타 호수, 오솔라 계곡을 묶은 상품이 소개됐다.

마조레 호수·오솔라 계곡 관광청은 밀라노 말펜사공항에서 차량으로 30~40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호수와 알프스를 배경으로 보로메오 섬 투어, 와이너리 시음, 트레킹, 비아 페라타, 사이클링 등 다양한 체험을 결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의 휴양지가 바다에서 내륙의 호수와 산악지역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더 많이 보는 여행’에서 ‘덜 보고 깊이 머무는 여행’으로

워크숍 현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진 변화는 여행의 속도였다.

이탈리아 관광업계는 ‘Doing more’보다 ‘Doing less’를 강조했다.

아말피 코스트와 푸글리아, 시칠리아, 사르데냐 등을 중심으로 맞춤형 여행을 운영하는 AVI Travel & Capo La Gala는 빠듯한 일정으로 많은 관광지를 소비하는 방식보다 속도를 늦추고 한 지역을 깊이 경험하는 것이 새로운 럭셔리 여행의 방향이라고 제안했다.

토스카나의 유기농 아그리투리즘인 ‘레 피아노레’가 소개한 상품도 같은 맥락이다.

1,000년 역사의 빌라를 개조한 숙박시설에서 요가와 명상, 올리브오일·와인·꿀 체험, 파스타 쿠킹클래스, 삼림욕, 트러플 헌팅 등을 즐기는 방식이다. 관광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체류형 여행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꺼낸 카드 ‘Borghi’

이탈리아의 소도시 전략도 이날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역사와 문화가 남아 있는 소도시를 대상으로 접근성과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고, 지역의 문화·미식·축제·아웃도어 콘텐츠를 관광상품으로 연결하는 ‘Borgh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히 관광객을 소도시로 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친환경 교통과 아웃도어·캠핑, 축제와 미식을 하나의 체류형 콘텐츠로 묶는 것이다.

발디키아나는 전기 미니버스와 체험형 투어를 결합했고, 피에몬테의 몬페라토는 포도밭과 소도시를 연결한 아웃도어 여행을 선보이고 있다.

칼라브리아의 체리코는 영화와 음악 페스티벌을 유치해 새로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소도시 관광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한국 지방관광이 안고 있는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지역에 볼거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통·숙박·체험·미식·축제를 연결해 관광객이 머물 이유를 만드는 방식이다.

“관광은 한쪽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행사장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 것은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의 메시지였다.

가토 대사는 이탈리아를 한국에 알리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매력도 이탈리아에 알리는 ‘양방향 관광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을 찾는 이탈리아인 관광객 역시 K컬처의 영향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광을 일방적인 방문객 유치 경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양국의 문화적 이해를 넓히는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가토 대사는 특히 한국과 이탈리아가 전통을 중시하고 사람을 대하는 정서적인 측면에서 서로 닮은 점이 많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탈리아가 한국 여행객에게 새로운 목적지를 제시하는 동시에 한국 역시 이탈리아인에게 새로운 여행지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페라부터 아그리투리즘까지…“이탈리아는 하나의 상품이 아니다”

워크숍의 B2B 피칭 현장에서는 이탈리아 여행의 폭이 얼마나 넓어지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베로나에서는 2,000년 역사의 로마 원형극장에서 오페라를 즐기는 문화관광에 백스테이지 투어와 미쉐린 스타 셰프 디너를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이 제안됐다.

마르케와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에서는 아드리아해 휴양과 중세 소도시를 연결하는 상품이 등장했고, 토스카나에서는 농가 체험과 웰니스가 결합됐다.

북부에서는 알프스와 호수, 남부에서는 아말피와 푸글리아·시칠리아, 중부에서는 토스카나와 소도시를 잇는 식이다.

특히 플라이트 유럽은 로마에서 40분 거리의 카스텔리 로마니와 북부 호수의 보로메오 섬 등 기존 대도시 여행에서 벗어난 상품을 제안했다.

여행의 속도를 바꾸는 ‘철도’도 전면에

소도시 관광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동이 중요하다.

이날 트레인이탈리아가 별도의 발표를 진행한 것도 같은 이유다.

로마-피렌체, 로마-밀라노, 로마-나폴리 등을 연결하는 프레차로사 고속철도뿐 아니라 인터시티와 야간열차, 지역철도, 페리와 버스를 결합한 복합교통 상품까지 소개됐다.

특히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 인접 국가를 연결하는 국제철도망까지 확대되면서 이탈리아를 하나의 종착지가 아니라 유럽 여행의 허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여행객 입장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교통수단의 확대가 아니다.

로마에서 시작해 피렌체와 밀라노를 거쳐 이름도 생소했던 소도시와 호수, 산악지역으로 이동하는 ‘느린 여행의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국 시장도 ‘대도시 순환형’에서 벗어나야

이번 워크숍에서 이탈리아 관광업계가 한국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한국인 방문객 100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이제 성장의 다음 단계는 방문객 숫자를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고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의 이탈리아 체류는 약 235만 박에 이르며, 여행 시기도 7~8월 한여름에서 9~11월 가을철로 분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로마·베네치아·피렌체 등 기존 거점 이외에 볼차노 등 북부 산악지역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여행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이제 ‘로마 2박-피렌체 2박-베네치아 2박’ 식의 전형적인 순환형 일정만으로는 달라진 여행객의 취향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소도시에서 2~3일 머물며 와인을 맛보고, 자전거를 타고, 현지 장인을 만나고, 농장에서 요리를 배우는 식의 작고 깊은 여행상품이 필요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보인 이탈리아 관광의 다음 장면

‘WORKSHOP ITALIA 2026’의 현장은 이탈리아가 더 이상 ‘로마와 피렌체, 베네치아를 보는 나라’에 머물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오페라와 미식, 알프스와 호수, 농가와 와이너리, 트레킹과 사이클링, 소도시와 축제까지 서로 다른 콘텐츠가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많이 보는 여행’에서 ‘깊이 머무는 여행’으로의 이동이었다.

한국인 관광객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이탈리아 관광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느냐뿐 아니라 이들이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에서, 무엇을 경험하며,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서울 워크숍에서 이탈리아 관광업계가 보여준 답은 분명했다.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명소에서 지역의 삶으로, 빠른 이동에서 느린 체류로.

한국인 여행객 100만 명 시대를 맞은 이탈리아가 이제 ‘보는 이탈리아’에서 ‘머무는 이탈리아’로 여행의 속도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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