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다합 ‘배낭여행자들'의 무덤이자 천국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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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다합 ‘배낭여행자들'의 무덤이자 천국인 이유
  • 김채현 기자
  • 승인 2019.03.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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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과 높은 사망률, 나쁜 치안에도 저렴한 물가로 인기
유튜버 ‘더티’와 ‘그래쓰’가 이집트 다합 지역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사진/ 유튜브 ‘여락이들’

[트래블바이크뉴스=김채현 기자] 유명 래퍼 ‘도끼’는 지난해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산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하루 객실료가 900만원을 넘는 고급 펜트하우스였기 때문이다.

도끼처럼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사람은 연예인뿐만은 아니다. 요즘에는 직장인 등 일반 사람 중에서도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는 경우가 있다. 호텔에서 호젓하게 휴가를 지내는 ‘호캉스’ 바람에 특정 지역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는 ‘한 달 살기’ 트렌드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번진 제주도 뿐만이 아니다. 해외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호화롭게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며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바퀴벌레가 나오는 월셋방을 얻어 이집트에서 한 달 살기를 실천한 우리나라 여성들이 있다.

유튜버 ‘그래쓰’가 이집트 다합의 한 월세방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죽이려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여락이들’

지난달 4일 유튜브 채널 ‘여락이들’엔 ‘이집트 월세는 18마넌’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유튜버 ‘더티’와 ‘그래쓰’는 이집트 다합 지역의 18만원짜리 원룸을 구했다. 그리고 인근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뒤 집에 들어갔다.

이어 주방 씽크대로 향한 ‘그래쓰’의 눈에 띈 것은 다름아닌 바퀴벌레. 하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옆에 놓인 빈 생수병을 집어들더니 이내 ‘한 방에’ 바퀴벌레를 죽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쌀을 씻어 불렸다. 

더러운 곳은 월셋방 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이 여행을 다니는 길 곳곳엔 동물의 분변이 널려있었다. 동물이 다니는 길과 차로가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 이에 이들이 탔던 우버 택시의 기사는 이들에게 “이번 여행이 마지막 이집트 여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튜버 ‘그래쓰’가 이집트 다합의 한 월세방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죽이려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여락이들’

여행 일정 중 하나인 프리다이빙 훈련 기간도 이들에겐 고역이었다. 영상에서 유튜버 ‘더티’는 “오늘이 (프리다이빙 교육) 두 번째 날인데 죽을 것 같다”며 “손 마디마디가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교육 마지막날 홍해에서 프리다이빙에 성공했다. 3번의 시도 끝에 거둔 성과였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최근 10년간 150명이 넘는 다이버가 다합의 블루홀(바다의 싱크홀)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졌다. 숨진 다이버들을 기리기 위해 근처 해변가에 비석들이 세워져 있을 정도. 다합 블루홀의 깊이는 13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다합을 찾는 여행자의 십중팔구는 다이빙 삼매경에 빠진다. 이유는 뭘까. 바로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이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쿠버다이빙의 경우 400달러(한화 약 43만 원)와 일주일 정도를 투자하면 초보자들의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에 이어 강사 없이 독립적으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어드밴스트’ 자격을 딸 수 있다.

3번의 도전 끝에 이집트 홍해 다이빙에 성공항 유튜버 ‘더티’와 ‘그래쓰’. 사진/ 유튜브 ‘여락이들’

값싼 물가도 장기 여행자들에겐 커다란 매력이다. 월세로 3000이집트파운드(약 18만 원) 정도면 유튜버 ‘더티’와 ‘그래쓰’처럼 불결하지만 전기료와 상수도 요금, 와이파이 사용료 등이 포함된 집을 구할 수 있다. 추가 생활비를 고려할 때 우리 돈 40만 원 정도면 ‘한 달 살기’가 가능한 셈.

하지만 한국 정부는 다합을 찾는 한국 여행자들의 안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2014년 2월 다합에서 약 140km 떨어진 시나이반도 타바에서 한국 관광객이 탄 버스가 폭탄테러를 당한 적이 있기 때문. 다합은 과거부터 치안이 불안정한 데다 외국인 밀집 지역이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대표적인 테러 타깃인 지역이다.

이에 당해연도부터 외교부는 다합을 포함한 이집트 시나이반도 일대를 특별여행경보지역으로 지정해 ‘즉시 대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여행 금지 국가 및 지역으로는 지정되지 않아 여행을 떠나는 것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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