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슬로베니아/임요희 기자] 슬로베니아 남서쪽, 아드리아 해에 자리 잡은 항구도시 피란(Piran)은 TV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 방영 이후 국내에서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한 곳이다.
고현정과 조인성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아로새겨진 피란은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다와 따스한 햇살, 중세 유적의 향기를 모두 간직한 꿈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이탈리아의 베니스, 크로아티아의 풀라와 인접해 있는 만큼 피란에 대한 인상은 베니스의 주택가와 크로아티아의 두블로브니크 해안가를 연상시킨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피란 버스 정류장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요트 정박장이 기다리고 있다. 선착장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메인 광장인 타르티니(Tartini) 광장에 닿게 되는데 원형광장에는 슬로베니아 출신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주세페 타르티니의 동상이 서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보수 공사 중이라 안타깝게도 타르티니는 철근과 합판에 둘러 싸여 있었다.
타르티니 광장 최고의 명소는 어디일까? 외국인은 모르는 우리만의 비밀 명소가 있으니 바로 ‘조인성 벤치’다. ‘디마프’에서 조인성과 고현정이 데이트를 하던 곳으로 피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며 여가를 보내는 곳이다. 한국인이라면 어김없이 한 장의 사진을 남기는 곳.
광장에서 멀지 않은 언덕에 성 조지 성당이 있다. 성 조지 성당의 종탑은 피란을 통틀어 가장 높은 지점으로 타르티니 광장을 비롯해 도시와 바다를 파노라마로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성당 입장 후에는 가파른 나무 계단을 나선으로 올라야 하는데 종탑 꼭대기에 이르러 갑자기 펼쳐지는 그림 같은 전경으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게 된다. 예고 없이 갑자기 종이 울리므로 약간 놀랄 수 있으며 입장료는 1유로다.
피란을 방문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현지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 요리를 맘껏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선구이 요리를 시키면 물고기 모양의 접시에 잘 구워진 해산물이 가득 담겨 나온다. 생선을 올리브유에 찍어 감자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망망대해를 유유히 떠가는 요트, 너른 창공을 훨훨 나는 갈매기, 비릿하면서 짭조름한 바다내음에 둘러 싸여 맛보는 해산물 요리와 ‘돌고 카보’ 한 잔의 여유는 피란을 찾은 여행자의 권리와도 같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피란 성곽에 올라보자. 고지대에 서 있는 피란 성곽은 성 조지 성당 종탑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해안가 뷰를 즐길 수 있다. 붉은 지붕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곶(cape) 끝으로 고딕 양식의 전망대가 위치해 있어 여행자의 시력을 시험한다.
색다른 여행자라면 피란 지역에서 개최되는 ‘슬로베니아어 영화제’에 들를 수 있다. 현지 시각으로 9월 13일(화)부터 18일(일)까지 열리는 영화제에서는 슬로베니아어로 촬영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시사회 및 시상식을 갖는다. 슬로베니아 문화를 자세히 살피는 동시에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국제 손님과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밖에 피란에는 타르티니 극장, 해안 갤러리, 해양 박물관, 수족관 등의 문화 시설이 있다. 일반적으로 피란은 당일로 들르는 지역이지만 아드리아 해 저편으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이 유명하므로 하루 숙박을 강추!
류블랴나에서 피란까지 직행버스를 운행하며 2~3시간이 소요된다. 계절과 요일에 따라 류블랴나로 돌아오는 버스의 운행시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버스터미널에서 미리 알아봐야 한다. 승차권은 터미널에서 따로 사도 되지만 승차 후 기사에게 표를 끊는 게 더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