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윤서연 기자] 터키의 북동부 흑해 연안 끝자락에 자리한 트라브존은 터키의 도시 중 가장 큰 흑해 연안의 중심 도시다. 수 세기 동안 흑해의 종교, 언어, 문화,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트라브존은 한때는 유럽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흑해의 무역 중심지로 번성했다. 울창한 숲으로 덮인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지중해나 에게해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트라브존의 대표적인 명소로 성 소피아, 아찔한 절벽에 자리한 ‘쉬멜라 수도원’, 동화 같은 호수 마을 ‘우준괼’, 튤립으로 가득한 정원으로 둘러싸인 ‘아타튀르크 파빌리온’ 등이 있다.
기독교·이슬람 어우러진 비잔틴 도시, 트라브존
이슬람 모스크의 우뚝 솟은 미나레와 1000년이 훌쩍 넘은 중세의 수도원이 남아 있는 신비로운 도시, 트라브존 대표 명소로 시내에 자리한 아야소피아(Aya Sofya) 성당이 있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소피아와 이름이 같지만, 1263년에 망명 비잔틴 제국에 의해 세워져, 1577년에 오스만튀르크 시절에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중앙 본당의 가장 안쪽 천장에는 8~9세기에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고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옆에는 미카엘 천사와 가브리엘 천사가 그려져 있다. 그 위쪽으로는 승천하는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라브존 여행이 시작되는 메이단 공원 주변에는 여행자 숙소와 카페,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인근의 도시로 나가는 버스와 택시, 돌무쉬(마을버스)도 여기서 출발한다. 트라브존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 거리인 우준 소칵도 이 공원 옆에서 이어진다. 메이단 공원에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해변에 다다른다. 여름에는 흑해를 투어하는 유람선이 이곳 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주변에는 함시 구이를 먹을 수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도 여럿 있다.
메이단 공원에서 돌무쉬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가면 흑해와 트라브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보즈테페 언덕에 도착한다. 흑해의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해 질 무렵에 올라가는 것이 좋다.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과 튤립 만개한 정원, ‘아타튀르크 파빌리온’
트라브존의 또 다른 매력인 세련된 도시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아타튀르크 파빌리온(Atatürk Pavilion)을 추천한다. 아타튀르크 파빌리온은 우아한 장식과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의 건물과 잘 가꾸어진 정원의 조화가 멋스러운 곳이다. 따뜻한 봄이 되면 터키가 원산지인 튤립꽃이 만개해 정원에 생기를 더하고, 테라스에선 울창하게 우거진 전나무 숲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19세기 초에 한 그리스인의 여름 별장으로 지어졌는데, 터키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가 머문 뒤 유명해졌고 1987년부터는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원에는 그의 흉상이 있고, 실내에는 아타튀르크 대통령의 공간을 재현해 놓았다.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쉬멜라 수도원’
풍요로운 문화 유적, 아름다운 자연, 세련된 도시 정취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트라브존의 대표적인 명소로 우선 쉬멜라 수도원(Sümela Monastery)을 추천한다. 흑해가 품은 대자연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쉬멜라 수도원은 트라브존에서 남쪽으로 46㎞ 정도 떨어진 마츠카 지역에 있다. 알튼데레 계곡의 깎아지른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독특한 외관과 그 신비로운 분위기로 트라브존 관광의 하이라이트이자 터키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 중 한 곳이다. 해발 1,200m 높이의 절벽 끝 바위를 깎아 만든 수도원을 절벽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아찔하다 못해 경외심마저 든다. 깊은 계곡을 따라 빼곡하게 자라난 침엽수림의 절경을 감상하며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하늘에 떠 있는 것만 같은 수도원에 도착할 수 있다.
쉬멜라 수도원은 서기 4세기경 이 지역을 여행했던 아테네의 두 사제에 의해 세워졌는데, 이후 몇 차례의 재건축을 거쳐 13세기에 완성되었다. 바위를 깎아 만든 본당은 5층 구조로, 72개의 방이 있고 800여 명의 수도사가 지내던 곳이다. 예배당 안팎으로는 성서의 여러 구절을 표현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는데,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은 물론 선명한 색감까지 세월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해 마치 어제 그린 것만 같다. 수도원 밖으로 펼쳐진 탁 트인 전경은 높은 곳까지 올라온 이들에게 자연이 선사하는 가장 달콤한 선물이다.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과 설산이 만든 동화 속 신비한 호수마을 ‘우준괼’
흑해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휴양지를 찾는다면 트라브존에서 남동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우준괼(Uzungöl)을 추천한다. 우준괼 호수(Uzungöl Lake)는 ‘긴 호수’라는 뜻으로 길이는 약 1km 정도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마을은 해발고도 약 1,100m 높이에 있고, 그보다 더 높다란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누군가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 든다. 짙푸른 초원의 녹색을 가득 담아낸 호수와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들, 아직 녹지 않은 설산 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색감의 풍경은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화창한 날씨엔 맑고 투명한 호수 위로 반짝이는 햇볕이 아름답고, 흐린 날엔 호수 위로 내려앉은 신비로운 물안개가 운치를 더한다. 고요한 호숫가를 따라 느긋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즐기거나 스쿠터를 대여해 호수 주변을 돌아보는 등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한편,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지중해에 위치해 보스포루스 해협을 기준으로 두 개의 대륙의 교차점에 있다. 매년 4천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터키를 방문하며, 터키는 다양한 문화와 기후가 교차하는 허브이자 수 세기 동안 문명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역사, 아름다운 자연경관, 그리고 미식 등의 풍부한 관광자원으로 매 순간 여행객을 감동하게 한다. 또한, 터키는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만나 새롭게 재창조한 터키만의 독특한 예술 및 패션으로 쇼핑 및 색다른 즐거움을 찾는 전 세계 여행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