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금물’ 공짜 여행자 보험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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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금물’ 공짜 여행자 보험의 실체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7.2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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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내역 부실한 공짜 보험, 절차 까다로운 유료 보험
카드사, 은행 등에서 공짜로 여행자 보험을 가입해 주는 경우 안심하고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보장최고액이나 가입해 줬다는 사실만 내세우고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 사진/ 영국보험중개인협회 홈페이지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오랜만에 기분 좋게 떠나는 해외여행. 그런데 요즘 따로 돈 안 들이고 가입이 되는 여행자보험이 있다. 가령 패키지여행 상품을 구매했는데 자동으로 가입된 경우다. 환전을 많이 하거나 신용카드 또는 로밍 요금제에 가입해도 여행자보험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공짜 보험, 믿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노(No). 싼 게 비지떡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7년 결합보험(환전, 해외로밍, 항공권·​패키지 결제 같은 여행 관련 서비스 이용 시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해외여행자보험) 27종 97개 상품의 운영 실태와 이용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합형 여행자 보험 10개 중 7개는 해외에서 전염병이나 식중독 같은 질병으로 숨지는 경우를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보장하더라도 보상액이 500만원에 불과해 유료 여행자보험에 비해 20분의 1에 불과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 출국자 중 여행자보험을 조목조목 따져서 가입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많은 여행객들은 여행자보험을 결합해외여행자보험, 쉽게 말해 공짜보험으로 접한다. 사진/ 영국 '익스프레스' 뉴스 영상 캡처

은행에서 환전시 가입시켜주는 상품들은 보장 범위가 더 적다. 여행취소, 수화물지연, 여권분실 위로금 등에 대한 불편보상 위주기 때문. 게다가 가입 시 환율 우대도 줄어든다. 가입 안 하느니만 못한 셈. 

그렇다면 유료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무료보험만 가입한 채 해외로 떠나는 것보단 낫다. 무료보험보다 보장 범위가 훨씬 넓은데, 돈은 매우 적게 들기 때문. 실제로 2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운영하는 보험비교견적 사이트 ‘보험다모아’에서 확인한 결과, 1인당 여행자보험에 드는 보험료는 상품별로 최저 3340원에서 최대 83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사고발생위험도 높아지고 있는데 여행자보험 가입률은 왜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까. 결합해외여행자보험에서의 부정적 경험, 유료 보험의 복잡한 절차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진/ 메트로폴리탄생명보험 홈페이지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여행자보험 가입률은 매우 저조하다. 해외여행자수가 늘어나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29일 보험연구원, 금융감독원,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해외 여행자수(내국인 출국자 기준)는 2014년 1608만 명, 2015년 1931만 명, 2016년 2238만 명, 2017년 2650만 명으로 매년 16%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해외 출국자수 대비 여행자보험 가입률은 평균 10%이하다. 미국과 영국의 여행자보험 가입률이 각각 34.1%, 75%인 것을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

원인은 간단하다.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 일례로 여행자가 현지에서 몸이 아파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의료기관의 진단서, 처방전, 치료비 및 약제비 영수증, 사고보고서 등을 구비해야 한다. 또 도난사고 발생 시에는 인근 경찰서에 신고하고 도난 품목을 작성한 경찰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아니면 목격자를 확보해 목격자 진술서를 받아야한다. 단 현금, 유가증권, 신용카드, 항공권, 여권과 신체보조장구로 분류되는 의치, 의수족, 콘택트렌즈 등은 보상받지 못한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별도의 서류 제출이나 보험금 청구과정 없이 전화 한 통으로 간단하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여행자보험은 무료와 유료를 막론하고 특정 행위, 운동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 면책사항을 두고 있다. 전문등반(전문적인 등산용구를 사용해 암벽을 오르거나 특수한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등반), 글라이더 조종,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또는 이와 비슷한 운동을 하는 동안에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못한다. 다만 이러한 레저 스포츠에 대해 보상을 받으려면 추가 보험료를 미리 납입하거나 레저 보험 등을 따로 가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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