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도심 공원은 도시의 허파이자 시민의 쉼터다. 그러나 내년 7월부턴 공원 면적의 약 30%를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구간이 종교단체 소유이기 때문. 그렇다면 답은 없을까.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의 ‘안산 자락길’을 찾았다.
서울에서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안산 자락길.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연평균 73만여 명의 시민이 즐겨 찾고 있다. 아직까진 도시계획시설로 묶여있어 이날도 안산 자락길을 찾는 시민들이 많았다. 7㎞ 길이인 이곳은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길’이어서, 휠체어를 탄 사람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근의 ‘무악재 하늘다리’에도 갔다. 지난 2017년 개통된 이곳은 서대문구의 안산과 종로구의 인왕산을 이어준다. 곳곳에 때죽나무와 덜꿩나무 등 31종의 나무가 2만 그루 이상 있어서일까. 다람쥐가 쾌적한 공기 속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안산 다람쥐들이 SOS를 보내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공원 부지로 묶여 있던 사유지가 20년간 개발되지 않으면 개발제한이 해제되는 제도를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라고 한다. 앞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가 장기간 공원을 짓지 않고 사유지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땅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관련법이 개정돼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공원 지정 효력이 사라지는 전국의 도시공원은 1987곳 338.1㎢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다. 서울에서만 도시공원 116개(95.6㎢)가 개발제한에서 벗어난다. 시 전체 도시공원 면적의 83%다.
지자체와 환경단체는 그동안 도시공원 일몰제가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도입된 제도인 만큼 국공유지는 일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정부는 도시공원 일몰 대상에서 국공유지는 유예하기로 했다. 실효 대상 공원 부지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국공유지(90㎢)의 실효 시점을 10년 뒤로 미룬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안산 자락길 등 국공유지가 아닌 곳은 예외다. 사라지는 공원, 재산권 침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만 할까.
전문가들은 도시공원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원일몰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작은 규모라도 숲(공원)이 있는 도시의 미세먼지는 도심에 비해 25.6%, 초미세먼지는 40.9%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종 유해 화학물질이 대기 중 배출되고 있는 경기도 시흥산업단지에 만들어진 완충숲에선 최근 3년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날이 약 31%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도시공원은 미세먼지만 줄이지 않는다. 열섬현상도 완화한다. 열섬효과는 도심의 중심부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외에도 도시공원은 탄소를 배출하고 소음공해를 줄여준다. 생물다양성도 확장하고 수해와 재해를 일부 예방한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가 사유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는 비용에 약 40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관련 예산으로 79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지방채 이자 비용의 일부다. 안산 자락길이 ‘1년 시한부’가 될 가능성이 유력해진 이유다. 구청은 이미 시로부터 70억 원의 관련 예산을 확보했지만, 공원 일몰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푸른도시과 공원기획팀의 관계자는 25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산 자락길의 진입로와 출입로에 대해 보상 대상 선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몰 여부는) 확답을 드릴 수 없다”며 “국비 지원을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