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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보존 사진으로 생색내기?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가보니재개발 지역 ‘과거 흔적 조성사업’ 진행 없이 사진 전시만
이혜진 | 승인 2019.05.26 03:52
24일 찾은 서울 중구의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촬영한 양천구 신월동의 주택. 2016년 철거됐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삼백에 삼십으로 신월동에 가보니 동네 옥상으로 온종일 끌려 다니네. 이곳은 연탄창고 아닌가? 비행기 바퀴가 잡힐 것만 같아요.”

가수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300/30’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짜리 자취방을 구하려 현실과 분투하는 한 청춘의 이야기다. 가진 돈을 다 털어도 얻을 수 있는 방은 연탄창고 같은 옥탑뿐. 

24일 찾은 서울 중구의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촬영한 양천구 신월동 주택의 옥상과 옥탑방. 2016년 철거됐다.
사진/ 이혜진 기자

24일 찾은 서울 중구의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선 이 노래에 등장하는 양천구 신월동의 오래된 주택들이 사진으로 전시됐다. 2016년 철거 전 촬영된 것들이다. 폐허가 된 골목길과 허름한 집들이 수십 점의 사진 속에 담겼다.  

신월동은 1960년대 철거민 정착단지로 개발된 동네다. 이후 2004년부터 주택 재개발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재개발은 15년이 지난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재개발이 진행중인 신월동(왼쪽)과 개발되기 전 신월동(오른쪽). ㄷ아파트 103동 건물을 기준으로 왼쪽 사진엔 아파트 신축 현장, 오른쪽 사진엔 낡은 집들이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같은 날 방문한 이 지역 ㄷ아파트 상가의 ㅍ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014년 ‘뉴타운 바람’이 불 때도 여기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된 9곳 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한 곳은 2곳뿐이었다”며 “나머지 지역엔 (출입을 제한하는) 노란 딱지가 붙은 빈 집과 빈 상가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제 신월동은 어떻게 변했을까.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은 쫓기듯 하나둘 이 곳을 떠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들어선 대단지 재개발 아파트가 골목길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서울 대표 낙후지역인 신월동에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며 2017년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 단지에서 김포공항까지 거리는 약 9km 정도인데, 단지 주변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비행기가 드나들어 소음 발생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존에 이 곳에 살던 주민들은 높은 분양가 때문에 이 곳에 살 수 없다. 사진/ 이혜진 기자

과거 서울시는 신월동을 ‘과거 흔적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바 있다. 기억과 문화가 밴 고향을 남겨주기 위해서다. 막다른 길 같지만 다른 길로 연결되는 골목 모퉁이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또 과거 흔적 조성은 뉴타운의 깊숙한 이면을 다시 볼 수 있게 한다. 도보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를 개정해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할 수 있게 했다. 자치구가 뉴타운 지구에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 그 비용을 보조해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날 찾은 신월동엔 사진 속 과거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도로명도 ‘절골길’에서 ‘달맞이길’로 바뀌었다. 이 일대에서 ‘절골길’이라는 주소를 사용하는 곳은 초등학교 하나뿐이다. 

전시관에 전시된 신월동의 사진들은 해당 지역의 집들이 얼마나 허름했는지 강조하고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물론 ‘절골’보단 ‘달맞이’의 어감이 더 서정적이다. 그러나 이날 전시관에선 신월동 절골길의 정서를 느낄 수 없었다. 해당 지역의 집과 골목이 얼마나 낡았는지, 그래서 뉴타운을 왜 추진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생각만 하게 한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사진 전시로 생색을 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곳곳에 남아있는 생활공간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요구에 못 이겨서다.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관람객 ㄱ씨는 “모든 곳을 보존할 수는 없겠지만 (사진을 통한) 기록 못지않게 보존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진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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