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호텔, 공장의 변신 ‘쓰임 달라진 이색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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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호텔, 공장의 변신 ‘쓰임 달라진 이색박물관’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9.05.24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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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기 지어진 호텔을 박물관으로, 연초제조창 창고를 미술관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근대기 호텔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한 건물의 쓰임이 다 하면 헐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 건물이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 속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면 새로 짓거나 잘 고쳐 활용을 달리할 수도 있다.

최근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근대기 호텔과 더 이상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연초제조창 창고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자칫 영원히 잊힐 수도 있었으나 부활한 그곳. 이번 주에는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새로이 태어난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보자.

대불호텔의 경이로운 변신 ‘중구생활사전시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이 인천항 인근 조계에 들어선 시기는 1888년. 사진/ 한국관광공사

인천개항장거리에 자리 잡은 중구생활사전시관은 1978년 철거된 대불호텔을 2018년 들어 새로이 건축한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이 인천항 인근 조계에 들어선 시기는 1888년. 이 호텔의 팔자는 8자와 인연이 깊다.

처음부터 안 부셨으면 좋았지만 철거한 후에라도 새로 되찾은 것이 의미로운 이곳은 대불호텔의 내외부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1관(3개 층)은 대불호텔의 역사를 엿볼 수 있으며 2관은 1960년대 무렵 인천 중구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불호텔이 지나온 세월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3층짜리 붉은벽돌에 호텔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객실에는 침대가 놓이고, 식당에서는 서양 음식이 제공됐다.

투숙객들은 종업원이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손님을 모시는데 놀라움을 표시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는 자신의 ‘비망록’에 대불호텔에서의 투숙 경험을 남겼는데 종업원이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손님을 모시는 데 놀라움을 표시했다.

영국인 탐험가 새비지-랜도어는 ‘코리아 혹은 조선 :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대불호텔을 ‘깨끗하고 매혹적인 건물’이라 칭찬한 뒤 종업원이 현대적인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인 노동자의 하루 임금이 23전이었는데 대불호텔 객실요금은 하루 2원이었다. 하루 임금의 네 배가 넘는 돈을 들여야 투숙이 가능했다.

2관은 1960년대 무렵 인천 중구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일반 여관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음에도 11개 객실은 늘 만실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10여 년간 호황을 누린 대불호텔은 1899년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 들어서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대불호텔의 소유주인 일본인 무역상 호리 히사타로는 중국인 뢰씨 일가에게 호텔을 매각, 북경요리 전문점인 ‘중화루’ 간판을 달게 됐다. 중화루는 인천을 넘어 경성까지 이름을 알렸는데 아이러니하게 경인선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중화루는 인천을 넘어 경성까지 이름을 알렸는데 아이러니하게 경인선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그러나 40여 년 세월을 승승장구하던 중화루도 1960년대 들어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월세방으로 전환. 근근이 버텨나가다가 1978년, 90년 역사를 뒤로하고 철거되고 만다. 2층과 3층에는 호텔 객실과 연회장을 재현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어 그 시절 그때를 엿볼 수 있다.

중구생활사전시관 2관은 대불호텔이 철거되던 시기의 모습을 재현한다. 1960~1970년대 인천시 중구민의 삶의 기반이던 일반 주택, 이발소, 다방, 극장 등을 생생하게 전시하고 있다.

연초제조창의 변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로비의 원통형 전시실에 작가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인천 대불호텔이 중구생활사전시관으로 태어나던 2018년 청주에도 이와 비슷한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옛 연초제조창 부지에 개관한 일이다. 청주관은 지방의 첫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청주 공예비엔날레가 펼쳐진 곳이다.

청주관은 수장형 미술관으로 연극 무대의 뒤편을 보는 듯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전시품을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300여 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600점이 소장되어 있다.

청주관이 자리한 곳은 청주 도시재생의 상징인 내덕칠거리 남동쪽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이다. 청주관은 5층짜리 연초제조창 창고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는데 기둥과 벽 등 골격만 빼고 싹 바꾸었다. 지붕 위 파란 물탱크가 아니라면 이곳이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이다.

1층에 자리 잡은 개방수장고에는 3단 철제선반 4개가 놓여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로비의 원통형 전시실에는 작가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자리 잡고 있다. 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 타일 그림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옛 연초제조창 창고가 미술관으로 변신하는 과정도 로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층에 자리 잡은 개방수장고(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open storage)에는 3단 철제선반 4개가 놓여 있어 김복진, 최만린, 문신 등 우리나라 조각작가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중앙통로 끝에는 백남준의 ‘데카르트’가 위치하며 서도호, 이우환, 니키 드 생팔 등의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청주관이 자리한 곳은 청주 도시재생의 상징인 내덕칠거리 남동쪽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1층에만 170여 점의 작품이 수장 전시되어 있다. 같은 면적일 때 일반 갤러리의 3~4배 규모다. 개방 수장고는 작품과 관람자의 경계 없이 근거리 관람이 가능하므로 관람자는 모쪼록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작품 전시 시 별다른 기획 의도가 없다보니 관람자 스스로 큐레이팅 하는 마음으로 둘러보아야 한다. 수장고의 특성상 작품이 대여되면 다른 작품이 그 자리를 채운다.

1층부터 3층까지는 ‘보이는 수장고’로 운영,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통해 소장품의 수장, 보존 상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2층은 관람객 쉼터이며 3층에는 ‘보이는 보존과학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1층부터 3층까지는 ‘보이는 수장고(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visible storage)’로 운영,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통해 소장품의 수장, 보존 상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는 미술작품을 운반할 때 쓰는 알루미늄 팰릿에 그림을 전시하는데 김환기, 이중섭, 이응노 등 국내 미술가들의 대표 소장품을 수장한다.

5층은 기획 전시실이다. 촉망 받는 작가와 유명 작가의 작품을 기획 전시하는 곳으로 오는 6월 16일까지 개관 기획전으로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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