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여행지] ④행복하기 어렵지 않아요 ‘시드니’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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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여행지] ④행복하기 어렵지 않아요 ‘시드니’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8.02.27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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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본다이비치, 모리셋파크 ‘자연과 도시의 환상적인 어우러짐’
캥거루, 코알라를 보기 위해서는 보호구역을 찾아야 한다. 사진/ 호주관광청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이 싫어서 호주 시민권을 취득한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 제목 참 자극적이다. 한국이 싫다니.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니. 이민은 여행과 다르다. 여행의 최종목적지는 귀국이다. 재충전이다. 이민은 재충전도 필요 없고 그냥 떠나겠다는 거다.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의 삶을 고단해하지만 정작 떠나는 사람은 소수다. 걸리는 것도 많고 겁도 난다. 하지만 우리의 용감한 화자 계나는 일단 떠나고 본다.

세계적인 도시마다 최고의 장소가 있는데 시드니에서는 하버브리지가 보이는 곳이 명당이다. 사진/ 트래블바이크뉴스DB

계나 씨, 당장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한국이 절박하게 싫었던 이유가 뭔가요?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역시 생각대로다. 미래가 불안해서다. 그렇다면 왜 하필 호주인 걸까?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내가 호주에서 산다고 해서 죽기야 하겠어? 기껏해야 괜찮은 남자 못 만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사는 거지. 그런데 호주에서는 알바 인생도 나쁘지 않아. 방송 기자랑 버스 기사가 월급이 별로 차이가 안 나.”

그녀 말에 반박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을 하건 자기가 일한 만큼 보수를 쳐준다면 그게 좋은 나라 아닌가. 같은 일을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원 간의 임금 차이가 몇 배씩이나 나는 우리나라는 일부 계층에게만 좋은 나라이고.

시드니 여행을 간다면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한 편은 감상하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사진/ 트래블바이크뉴스DB

호주는 살기도 좋지만 여행하기도 좋다. 세계적인 도시마다 최고의 장소가 있는데 시드니에서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곳이 명당이다. 진짜 코딱지만큼만 보인다고 해도 돛단배 형상의 이 놀라운 건축물은 충분히 우리를 부풀어 오르게 한다.

현대건축물 중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만큼 놀라운 조형미학을 자랑하는 곳도 드물다.

1973년 완공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14년. 소요된 비용 1억2천만 달러. 돛단배 형상의 지붕을 만드는 데 100만 개의 타일이 들어갔다. 지붕 무게만 2만6700톤이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돛단배 형상의 오페라하우스 지붕을 만드는 데 100만 개의 타일이 들어갔다. 사진/ 트래블바이크뉴스DB

많은 사람이 시드니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단순히 예쁜 건축물이 아니라 오페라를 관람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시드니 여행을 간다면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한 편은 감상하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1월에서 3월까지, 6월에서 11월까지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는 거의 매일 밤 웅장한 규모의 오페라와 오페레타, 뮤지컬을 상연한다.

건축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극장 내외부를 둘러보는 ‘오페라하우스 투어’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출연자의 리허설을 구경할 수 있는 ‘백스테이지 투어’, 시드니 최고의 뷰를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투어 앤 테이스팅 플레이트’ 모두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시드니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본다이 해변에 갈 수 있다. 사진/ 호주관광청

영어 배우랴, 알바 하랴 바쁜 와중에도 계냐는 현지에서 사귄 남자친구와 시드니 해변 찾는 일을 잊지 않는다.

“시드니에서는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본다이니 쿠지니 브론테니 하는 해변에 갈 수 있어.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도, 탈의실 사용료를 내야 하는 곳도 없어. 바닷가에는 민박집 대신 희고 깨끗한 식당과 예쁜 산책로가 있어. 보드를 타다 지치면 우리는 모래시장에 나란히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어.”

듣기만 해도 꿈같은 일이다. 시드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안 산책로가 있다. 본다이(Bondi)에서 출발해 쿠지(Coogee)에 이르는 6km의 긴 해변이 그것으로 그 안에 타마라마(Tamarama), 브론테(Bronte), 클로벨리(Clovelly) 비치를 포함한다.

산책 마무리는 쿠지 파빌리온에서 맛트립으로 즐기면 어떨까. 사진/ 쿠지 파빌리온

본다이를 찾는다면 아이스버그 수영장에서 실컷 수영을 즐겨도 좋고, 마크스파크에서 원주민 암벽 조각품을 감상해도 좋다.

산책 마무리는 쿠지 파빌리온(Coogee Pavilion) 레스토랑에서 맛트립으로 하면 어떨까. 쿠지 파빌리온 루프탑 레스토랑은 270도 해안가 전망을 만끽하며 음미하는 해산물 요리가 유명하다.

또한 매해 10월이면 본다이-쿠지 해안에서는 ‘바다의 조각’ 전시회가 열려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지난해만 해도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조각상 100점을 구경하기 위해 52만 명이나 모였다.

호주에는 코알라(사진)나 캥거루처럼 제법 유명한 동물에서부터 왈라비, 웜뱃, 쿼카 같은 희귀 유대류가 140종이나 서식한다. 사진/ 트래블바이크뉴스DB

흔히 호주에 가면 어디서나 캥거루, 코알라를 볼 수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동네 개들도 함부로 돌아다니도록 놔두지 않는 것이 도시 생리다. 캥거루, 코알라를 보기 위해서는 보호구역을 찾아야 한다.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청정지역인 호주는 지리적인 특성상 다른 곳에는 없는 토종동물이 많이 산다. 코알라나 캥거루처럼 제법 유명한 동물에서부터 왈라비, 웜뱃, 쿼카 같은 희귀 유대류가 140종이나 서식한다.

호주 동물은 성격이 온순해서 야생 상태에서 스킨십을 나눌 수도 있는데 우리에 갇힌 동물만 보던 국내여행자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캥거루 외에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동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모리셋파크. 사진/ 호주관광청

시드니에서는 페리를 타고 이동하는 ‘타롱가 동물원’이 가장 유명하지만 지하철로 이동하는 모리셋파크(Morisset Park)도 현지인에게 많이 추천 받는 곳이다.

시드니 센트럴역에서 모리셋역으로 이동 후 공원까지 걸어가는 20분을 합쳐 두 시간가량 잡으면 된다. 자연 속에서 뛰고 놀고 먹고 자는 캥거루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자유여행자에게 특히 강추된다.

직접 야채나 과일, 풀 같은 것을 먹이로 줄 수 있으나 빵류는 캥거루에게 매우 위험한 음식이므로 절대 주면 안 된다고 한다. 캥거루가 원래 순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간혹 점프를 하거나 펀치를 날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푸른빛의 대기가 아름다운 ‘블루마운틴’. 시드니 근교에 있디. 사진/ 호주관광청

그밖의 시드니의 명소로 호주 최초의 유럽 정착촌 ‘록스’, 30헥타르 규모의 ‘로열보타닉가든’, 형무소로 쓰였던 ‘코카루 아일랜드’, 푸른빛의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 ‘블루마운틴’ 등이 있다.

마무리를 해보자. 물론 호주에도 묻지마 폭행 사건이 있고, 위조지폐 사건도 있고, 무능한 경찰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싫어서’ 속 계나는 호주에 남기로 한다.

이는 한국인 남자친구 “예의 바르고, 허세 부리는 것 없고, 다정하고, 책임감 있고. 좋은 놈”인 지명을 버리고 조금은 엉뚱하고, 무대뽀이고, 막무가내인 호주 유학생 재인을 선택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애국가 가사처럼 우리가 정말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반듯하게 조정된 존재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호주에서는 조금은 흐트러지고 조금은 못나도 용서가 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자연을 잘 보존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호주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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