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그 쓸쓸함과 감미로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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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그 쓸쓸함과 감미로움에 대하여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7.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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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영 사진작가가 만난 바오밥 나무, 그리고 아이들
새우젓 항아리 같기도 하고, 배흘림기둥 같기도 한 바오밥은, 나무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마다가스카르를 이야기할 때면 대개 ‘바오밥 나무’부터 시작한다. 어린왕자의 소행성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바오밥 나무의 고향은 사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이다.

새우젓 항아리 같기도 하고, 배흘림기둥 같기도 한 바오밥은, 나무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건축물을 닮은 이 신기한 식물이 사는 마다가스카르는 어떤 나라일까?

모잠비크 해협과 인도양 사이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전체적으로 고온다습한 열대지역이지만 세로로 기다란 구조 탓에 북쪽과 남쪽의 기후 차가 상당하다. 북쪽은 여름인 11월에서 4월 사이 우기가 계속되지만 남쪽은 사막기후라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마다가스카르는 궁핍하지만 가난하지 않고, 불편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이곳에는 굶어죽는 사람도 없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마다가스카르의 상징 바오밥 나무.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여 널리 알려졌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마다가스카르의 수도는 섬 중앙부에 자리 잡은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 해발 1,400m 지점에 위치한 고원도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군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언덕 위 도시는 근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세월이 100년 넘게 흘러 도시에는 퇴색의 기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그런 퇴락이 주는 쓸쓸함이 나쁘지만은 않다. 울긋불긋 칠이 된 낡은 건물과 거리를 메운 올드카는 안타나나리보의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되어 도시를 매력적으로 채색한다.

지각 변동을 통해 대륙에서 분리되어 나오면서 마다가스카르는 독특한 지형을 갖게 됐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마다가스카르는 수십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였다고 한다. 지각 변동을 통해 대륙에서 분리되어 나오면서 이곳의 동·식물은 외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바오밥 나무가 대표적 예로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바오밥 나무 군락지를 갖고 있다. 모잠비크 해협을 코앞에서 바라보는 해안도시 ‘모론다바’가 대표적 장소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바오밥 나무는 어린왕자의 우려처럼 대지를 황폐화시키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바오밥 나무를 신성시하여 매우 소중히 대한다.

마다가스카르 어디서나 소나 닭, 개와 같은 가축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자기가 기르는 가축을 소중이 여겨 절대 잡아먹지 않는다. 대신 시장에서 고기를 구입한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마다가스카르의 또 다른 명물로 여우원숭이를 들 수 있다. 여우의 얼굴과 원숭이의 몸통을 반반씩 닮은 이 동물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관광객이 나타나면 달려가 재롱을 피우곤 한다.

한 가지 걱정은, 무분별한 삼림개발로 여우원숭이의 90% 이상이 사라져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국립공원을 지정, 희귀 동식물을 보호하려 애쓰는 중이지만 파상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우의 얼굴과 원숭이의 몸통을 반반씩 닮은 여우원숭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관광객이 나타나면 달려가 재롱을 피우곤 한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당장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로 출발하기 어렵다면 우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들러보자. 효창운동장 뒤편에 자리 잡은 갤러리 카페 ‘마다가스카르’는 진짜 아프리카로 날아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준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명소인 이곳은 마다가스카르 관련 소품과 사진으로 이국적인 냄새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지금 카페 ‘마다가스카르’에 오면 그윽한 커피 향기와 함께 사진작가 남태영의 개인전을 관람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그의 사진 속 바오밥, 자카란다, 여우원숭이, 도시, 사람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따스하고 착하다.

지금 ‘마다가스카르’에 오면 그윽한 커피 향기와 함께 사진작가 남태영의 개인전을 관람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남태영 작가가 마다가스카르를 찾은 것은 작년 10월, ‘공정여행’에 참석하면서다. 사진 제공/ 남태영 사진작가

뭐니뭐니해도 그의 사진을 빛나게 해주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이다. 그는 그곳에서 선교학교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이들은 자기 모습이 그 자리에서 프린트에서 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나 신기해했다.

남태영 작가가 마다가스카르를 찾은 것은 작년 10월, 선배이자 스승인 신미식 사진작가 주도의 ‘공정여행’에 참석하면서다. 공정여행, 우리 귀에는 조금은 낯설지만 서구에서는 많이 선호하는 여행방식으로,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현지 봉사활동 및 후원을 겸하는 투어다.

그는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도서관 짓는 일에 참여했다. 사진을 찍는 틈틈이 건축자재도 나르고, 페인트칠도 했다.

그의 사진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이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착해요. 호텔에 팁을 놓고 와도 안 가져가고 회사에 반납해요. 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큰일 나는 줄 알아요.”

남태영 작가의 말이다. 마다가스카르는 궁핍하지만 가난하지 않고, 불편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이곳에는 굶어죽는 사람도 없다. 산에 가면 열매가 있고, 바다에 가면 생선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환경과 의료 여건만 개선된다면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나라다.

남태영 사진작가의 개인전은 7월 8일(금)까지 계속된다.

교육환경과 의료 여건만 개선된다면 마다가스카르는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나라다. 사진/ 남태영 사진작가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길은 간단하지 않다. 홍콩 혹은 방콕을 경유한 뒤 나이로비 공항에서 한 번 더 환승해야 한다. 부대시간을 제외한 비행시간만 23시간에 달한다. 하지만 고생을 한 만큼 보상을 해준다.

마다가스카르만큼 쓸쓸하면서 감미롭고, 낯설면서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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