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아니라는 짜장면 달인, 손가락 마디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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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아니라는 짜장면 달인, 손가락 마디 사라진 이유
  • 김채현 기자
  • 승인 2019.04.12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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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달인’ 아냐… 4년 간 방송 거절했지만 부모님 때문에 수락”
지난 1월 SBS '생활의 달인'에서 산둥 짜장 및 산둥 만두 달인으로 선정된 장수화 ㅁ 수제만두 대표가 최근 유튜브 채널 ‘유지상의 지상맛zip’에서 마디가 사라진 자신의 손가락을 공개했다. 사진/ 유튜브 ‘유지상의 지상맛zip’

[트래블바이크뉴스=김채현 기자] 수십 년 전 많은 아이들에겐 짜장면이 지상 최고의 음식이었다. 짜장면을 먹고 난 후 혀로 그릇을 핥으며 ‘짜장면 집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터.

지난 1일 유지상 전 중앙일보 음식전문기자는 14일 블랙데이를 앞두고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유지상의 지상맛zip’에 최근 SBS ‘생활의 달인’에서 산둥 짜장·산둥 만두 달인으로 선정된 ㅁ 수제만두의 장수화 대표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서울 은평구 'ㅁ 수제만두' 벽에 걸린 '산둥식 만두, 짜장의 달인' 명패. 사진/ 유튜브 ‘유지상의 지상맛zip’

인터뷰에서 장 대표는 자신의 부모님이 화교로서 중식당을 운영했다고 밝히며 유 전 기자에게 대뜸 손가락을 보여줬다.

그러고는 “2011년 처음 창업했을 때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첫 날엔 만두 하나밖에 못 팔아 일 매출이 4천원밖에 안 나오기도 했다”며 “그래서 (다른 음식점의 음식들을) 많이 먹고 수차례 시도하면서 손톱이 5개나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몇몇 손가락엔 마디가 없다. 그래도 그 땐 그냥 곪은 손가락을 직접 꿰매고 또 꿰매고를 반복했다”며 “(손가락의) 실밥이 풀린 적만 여러 번이다. 제가 지금 긴 팔 옷을 입었는데 소매를 걷으면 양쪽 팔이 다 상처투성이”라고 고백했다.

장수화 ㅁ 수제만두 대표. 사진/ 유튜브 ‘유지상의 지상맛zip’

생활의 달인에 선정된 공을 부모에게 돌리기도 했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만두 전문점으로 시작했다가 이젠 (방송 후) 만두보다 짜장면이 더 유명해졌는데 사실 저희 집 짜장에 들어가는 장은 부모님의 레시피라 저 말고 부모님이 달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부모님께 듣기론) 1970년대에 중국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중국집마다 춘장을 직접 만들기 어려워졌고, 그래서 어떤 분이 춘장 공장을 세워 이후 한국에 검정색 춘장이 보급됐다. 그런데 (제가 부모님께 전수받은) 저희 집 장은 1년 이상 직접 숙성 시킨 커피색 춘장”이라고 설명했다.

'ㅁ 수제만두'의 짜장면에 들어가는 수제 춘장. 사진/ SBS '생활의 달인' 영상 캡처

이어 “(저희 집 장은) 직접 만든 메주를 (한국식 메주처럼) 가만히 놔두지 않고 매일같이 저어준다. 그렇게 하면 메주가 햇빛을 고르게 받아 색깔이 커피색으로 점점 진해진다”며 “메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뻑뻑해져 저을 때 엄청 힘들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줘야 더 맛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만두 전문점이었다가 짜장면을 함께 판매하게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ㅁ 수제만두'의 산둥식 짜장면. 사진/ SBS '생활의 달인'

장 대표는 “8년 전 처음 저희가 이곳에 가게를 얻을 때 가게 양 옆으로 유명 빵집 프랜차이즈 체인점과 김밥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있었다. 그래서 저희 가게가 차별화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저희가 가게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자 유명 빵집 프랜차이즈가 사라지고 인기 만두 프랜차이즈의 체인점이 들어왔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짜장면도 팔게 됐다. 그 때부터 차츰 메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달라진 매출을 공개하기도 했다.

'ㅁ 수제만두'의 벽에 걸린 유명인들의 사인. 사진/ SBS '생활의 달인'

장 대표는 “예전엔 일 매출이 10만원밖에 안 됐는데 매출에서 인건비, 월세, 재료비, 관리비, 세금을 빼면 월 평균 마이너스 100만 원이었다. 창업 후 3년간 계속 적자였고 4년째였던 어느 날 하루 매출이 80만원이 나오자 가게 이모님께서 너무 기뻐서 막 우신 적도 있다”며 “그런데 방송에 나온 이후 가게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 일 매출이 350만원이 나온 적도 있다”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매출이 많지 않음에도 가게가 ‘대박 식당’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4년 전부터 방송 섭외를 계속 거절해왔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유지상 전 중앙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끔 손님들이 (만두)피가 두껍다고 불평하는데 저희는 다른 집처럼 (반죽에) 첨가제를 넣지 않아 날이 더우면 반죽이 두꺼워지기도 한다"며 "어차피 저희 집 만두는 (피가) 너무 얇으면 (소가 많아서) 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유튜브 ‘유지상의 지상맛zip’

장 대표는 “사실 생활의 달인 작가가 4년 전부터 계속 (섭외) 전화를 했지만 만두를 만드는데 시간과 힘이 너무 많이 들어 고사해왔다. 그러다 재작년 11월 친정아버지가 방광암 말기를 선고받았는데 (생활의 달인 작가에게) ‘아버지 수술은 잘 됐느냐’고 또 섭외 전화가 왔다”며 “그런데 그 전화를 받고 보니 예전에 제가 부모님께 ‘제가 성공하면 그 동안 고생하신 만큼 유명하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던 사실이 떠올라, 이젠 (방송에 나갈) 때가 됐구나 싶어 (작가에게) 제 일정에 맞추는 조건으로 촬영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방송 후 달라진 아버지 장충선 씨의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장 대표가 공개한 가족 사진. 인터뷰에서 그는 "저희 할아버지가 화교로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게 없어 춘장을 직접 담가 중국 노동자들을 상대로 짜장면을 파셨다"며 "당시 경주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던 중식당을 아버지가 물려받았고, 그걸 오빠와 막내 남동생이 물려받아서 하다가 제가 그 맛을 계승하고 싶어 이어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 SBS '생활의 달인'

장 대표는 “부모님께서 방송 후 (저희 가게가) 인기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아시고 하루는 택시를 타고 저희 가게에 오셨는데, 제게 방해가 될까봐서인지 저한테 가게에 왔다는 말씀은 차마 못 하시고 근처 설렁탕집에서 대충 식사를 하셨더라.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저희 가게에) 줄 선 분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방송에 출연한) 저희 아버지를 알아보고 ‘어르신 힘내세요’라고 용기를 줬다고 하더라”며 “(아버지께서) 그 말을 들어서인지 예전에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살이 엄청 빠졌다가 최근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 전 매출이 늘어난 것보다 그게 더 기뻐서  제작진에게 직접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팁을 전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인터뷰에서 "저희는 총 9가지의 만두를 파는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군만두"라며 "왜냐하면 (다른 집처럼 만두를) 기름에 풍덩 넣어 튀기지 않고 집에서 부모님께서 해주시던대로 프라이팬에 기름을 자작하게 둘러 천천히 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유지상의 지상맛zip’

장 대표는 “사실 단골손님들은 저희 가게에 오시면 어떤 날은 (만두의 크기가) 크고 어떤 날은 작다는 사실을 아니까 아예 ‘오늘은 찐만두가 커요? 물만두가 커요?’라고 묻는다”며 “(방송 이후) 바빠지다 보니 아무래도 (만두를) 빨리 만들어야 해서 크기가 커질 때가 많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땐 원래 크기대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손님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년 간 그렇게 장사하니 어떤 손님이 4년 만에 저희 가게에 와도 그 때 했던 얘기 그대로 저희 집 메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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