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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여행지] (6) 조세희 ‘난쏘공’의 배경 ‘중림동’ 골목을 가다오래된 골목, 낡은 건물 사이사이 속 보석 같은 명소 가득해
임요희 기자 | 승인 2018.06.12 18:53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무대가 중림동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진/ 임요희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무대가 중림동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설 속 ‘행복동’으로 묘사된 중림동 골목, ‘벽돌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가 시멘트 담에서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은 모습은 찾아내지 못했지만 중림동은 서울 도심의 ‘마지막 달동네’로 통할 만큼 1970년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난쏘공’이 출간된 지 올해로 꼭 40년째다. 1978년 초판을 찍은 이 책은 국내 문학 최초로 300쇄를 돌파하는 기염을 통하며 여전히 팔리고 있다. 1970년대 전국을 휩쓴 재개발 열풍 속에서 짓이겨지고 짜부라드는 한 가족의 모습이 청년실업, 빈부격차, 흙수저 논란으로 어려운 이 시대 젊은이들 사이에 큰 공감을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로2017’에서 남쪽 계단으로 내려오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이 중림동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울로2017’에서 남쪽 계단으로 내려오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이 중림동이다. 지하철을 이용할 시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첫 번째 골목으로 접어들면 된다.

중림동을 대표하는 명소는 많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인 성요셉아파트를 빼놓고 중림동을 말할 수는 없다.

중림동 주민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으로 내려가는 길목, 서소문로 6길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 성요셉아파트가 있다. ‘성요셉아파트’가 건립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0년. 한국전쟁이 끝난 지 고작 17년밖에 안 되었을 적의 일이다.

난쏘공에 보면 아파트 건립을 위해 판잣집을 강제 철거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 임요희 기자

난쏘공에 보면 아파트 건립을 위해 판잣집을 강제 철거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이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당시 성요셉아파트는 신기방기 최신식 주거공간으로 이보다 더 높은 건물은 일대에 없었다. 멀리 인왕산과 경복궁까지 환하게 다 내다보였다고 하니 지금으로선 상상이 안 되는 일이다.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던 성요셉아파트였건만 50년이 흐른 지금은 낙후건물의 대명사가 됐다. 성요셉아파트 지층에는 좁고 허름한 방앗간들이 세 들어 있다. 참깨, 고춧가루, 참기름, 엿기름, 달걀, 미숫가루와 같은 물건들이 가게 앞에 조로록 늘어서 햇빛을 쬐는 모습이 정겹다.

일부 업소는 참깨 대신 커피를 볶는데 사람들은 이 집을 ‘커피방앗간’이라 부른다. 커피방앗간에서 차 한 잔을 음미한 후 중림동 일대를 천천히 둘러보자.

인근 중림로 5길은 일제강점기 어시장인 ‘경성수산’이 있던 곳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인근 중림로 5길은 일제강점기 어시장인 ‘경성수산’이 있던 곳이다. 1926년 처음 문을 연 경성수산은 마포나루를 통해 들어온 생선이 거래되던 대형 장터였으나 1963년 노량진으로 수산시장이 이전한 뒤로 세가 점점 줄었다. 당시만 해도 노량진은 행정구역상 경기도 시흥군 노량진리였다.

현재 중림동에는 몇몇 어물전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낮에는 문을 열지 않아 길가에 내어놓은 통나무 칼판이 아니라면 이곳이 수산물 거래 시장이라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조금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새벽 일찍 이곳을 방문해보자. 새벽 3시면 생선 트럭이 쏟아내는 요란한 엔진음과 생선박스가 내려지면서 생선장이 열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주로 도매로 동태, 꽃게, 가자미, 새우 등이 거래되는데 주요 고객은 인근 생선가게와 식당이다.

한국경제신문에서 내려다 본 성요셉아파트. 저 멀리 서울로가 보인다. 사진/ 임요희 기자

소매로도 구입할 수 있는데 김장철이면 인근 주부들이 대거 몰려와 새우, 갈치, 동태 등을 봉지봉지 담아간다. 시중의 절반 가격에 싱싱한 생물 갈치와 생태를 구입할 수 있으니 마음 먹고 발품을 팔 만하다.

어물전 동네인 만큼 중림동에는 생선요리를 잘하는 식당이 꽤 된다. 생선구이집 ‘구룡’은 함바로 시작해 현지인, 관광객이 모두 사랑하는 맛집으로 거듭난 곳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생선구이 정식이 6000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묵은지고등어찜이 7000원이다.

생선 요리를 취급하지는 않지만 구룡과 붙어 있는 중림장 역시 40년 전통의 유서 깊은 맛집으로 통한다. 백종원 3대천왕에 출연해 그 맛을 증명한 바 있는 중림원의 설렁탕 가격은 7000원. 그밖에 도가니탕이 8000원, 꼬리곰탕이 1만2000원이다.

약현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 건축물로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양식이 절충된 특색 있는 아름다움을 뽐낸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울 중림동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로 약현성당을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울로2017’에서 중림동 방면으로 내려오면 바로 만나게 되는 약현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 건축물로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양식이 절충된 특색 있는 아름다움을 뽐낸다. 참고로 뾰족한 돌출 창은 고딕, 둥근 지붕과 아치 창은 로마네스크의 특징이다.

약현이라는 이름은 원래 성당이 위치한 자리가 예전에 약초를 재배하던 곳이어서 ‘약초밭이 있는 고개’ 즉 약전현(藥田峴)이라 불렸던 데에 기인한다.

약현성당 일대는 경사면을 따라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4월이면 벚꽃 외에도 개나리, 철쭉이 지천으로 피어,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또한 곳곳에는 예수 상, 마리아 상 등 성서 속 인물을 형상화한 조각품이 진열되어 있어 사뭇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약현성당의 건립연도는 1892년, 명동 성당과 함께 한국 근대 건축사의 중요한 자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약현성당 건너편, 서울역 서부역에서 가까운 만리동에는 손기정 체육공원이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약현성당 건너편, 서울역 서부역에서 가까운 만리동에는 손기정 체육공원이 있다. 본래 손기정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가 있던 자리였으나, 1987년 양천구 목동으로 학교를 이전한 후 그 자리를 손기정 체육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에는 축구장, 산책로 등의 체육시설과 손기정 동상, 기념비 등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 내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5호이다.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길 건너편에 자리 잡은 서소문역사공원 역시 약현성당과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이다. 지금은 공사 중이지만 도심 내 산소통으로 불릴 만큼 넓은 면적을 자랑해온 시민의 쉼터이다.

이곳은 원래 천주교인이 처형당했던 순교 성지로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처형된 순교자 숫자만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현재 순교자와 관련된 기록물은 약현성당 내에 보관되어 있다.

서소문역사공원은 올해(2018년) 안에 역사 전시관을 비롯하여 순교자 추모 시설, 주차장이 완공될 예정으로 당분간 출입을 통제한다.

서소문역사공원 입구, 서소문건널목에 이르는 오늘도 땡땡땡 하는 정겨운 종소리가 들린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소문역사공원 입구, 서소문건널목에 이르는 오늘도 땡땡땡 하는 정겨운 종소리가 들린다. 간수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저지시키자 곧바로 차단기가 내려온다. 서울역 쪽에서 열차 한 대가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오고 사람들은 습관처럼 열차에 시선을 꽂는다.

서울역사 부근인 데다 철로가 만곡을 그려 그다지 열차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그럼에도 가까이서 바라본 열차의 위상은 대단하다.

지면에 발을 붙이고 서서 거대한 열차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서울 중심 중의 중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호암아트홀로 넘어가는 대로에 건널목이 있을 거라곤 짐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서소문건널목이 갖는 함의는 대단히 크다. 모든 열차의 경유지, 서울역이 지척이 있기에 다양한 종류의 열차가 이곳을 경유한다. 1호선 국철, 새마을호, 무궁화호, KTX 등 색과 모양이 다른 열차들이 지나치는 모습이 흡사 열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안전과 미관을 이유로 건널목을 꾸준히 입체화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이에 1992년 33개에 달하던 철도 건널목 중 상당수가 고가, 지하도 등에 의해 우리의 머리와 발밑으로 분산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남아 있는 건널목으로 경의선이 통과하는 서소문건널목 외 한강로3가 백빈건널목, 경원선 휘경2건널목, 경원선 휘경4건널목 등이 있다.

1972년 완공한 ‘서소문아파트’는 성요셉 아파트만큼 오래된 건축물로 당시에는 매우 희귀한 주상복합건물이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소문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서소문아파트가 나타난다. 1972년 완공한 ‘서소문아파트’는 성요셉 아파트만큼 오래된 건축물로 당시에는 매우 희귀한 주상복합건물이었다. 다채로운 점포가 흥망을 거듭한 끝에 현재 펍과 커피숍 등이 1층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동 구분 없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서소문아파트. 길을 따라 곡선으로 휘어진 외관이 독특하기 그지없다. 길에 순응하여 자기를 맞추는 모습이랄까. 건물이 길을 만들어내는 요즘 풍속도와 사뭇 배치된다.

서소문아파트는 낡을 대로 낡은 만큼 빈티지한 멋이 있다. 영화 ‘멋진 하루’에 보면 정우와 전도연이 이 앞에 서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거의 미움과 원망은 기차 소리와 함께 멀어져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며 미소 짓는다.

한옥의 곡선미를 바탕으로 건축된 프랑스대사관 역시 이 일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한옥의 곡선미를 바탕으로 건축된 프랑스대사관 역시 이 일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행정구역상 서대문구에 속하지만 중림동 도보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프랑스대사관이다.

충절로역 3번 출구에서 바로 나오면 만날 수 있는 프랑스대사관은 건축가 김중업의 역작으로 일반인의 출입에는 통제가 따르지만 보행자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리 대문을 설치했다.

광장처럼 넓은 진입로 인근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많아 잠깐씩 앉아 쉬어가기 좋다. 중림동, 충정로는 서울시내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지만 그런 만큼 골목골목 정감이 배어 있다. 줄줄이 늘어선 장독대 위로 햇빛이 쏟아지고 늘어선 나뭇가지 위로 바람이 지나간다. 담장 너머에는 꽃이 피고, 이름 모를 새가 쉴 새 없이 울어 제끼며, 고양이는 작은 몸을 웅크리고 행인을 건너다본다.

지하철 이용 시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중림동이지만 3번 출구 일대, 100년 된 서양식 주택 충청각을 먼저 둘러본 후 이동해도 좋다. 사진/ 임요희 기자

중림동, 충정로 일대를 차를 갖고 방문할 경우 5분당 250원, 500원의 주차료로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로2017’을 통해 진입할 경우 서울역, 남대문시장, 한양도성, 남산에서 출발해 도보투어를 즐길 것을 추천한다.

지하철 이용 시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중림동이지만 3번 출구 일대, 프랑스대사관과 100년 된 서양식 주택 충청각을 먼저 둘러본 후 이동해도 좋다.

임요희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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