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가 어때서...민족 감정이 만든 단어 ‘불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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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가 어때서...민족 감정이 만든 단어 ‘불쾌’
  • 최승언 기자
  • 승인 2017.12.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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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감정 건드리는 단어...‘더치’ 쓰지 말라”
더치페이는 자기가 먹은 것을 자기가 계산한다는 의미이다. 술에 취해 용기를 내는 것을 '더치커리지'라고 한다. 역시 비아냥거리는 의미가 들어 있다. 사진/ nerdwallet

[트래블바이크뉴스=최승언 기자] ‘일본’ 이나 ‘왜’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대개는 안 좋은 이미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임진왜란, 정묘왜란, 일제 강점기 등을 겪으면서 갖은 수모와 고초를 겪으면서 민족적 감정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인이나 네덜란드어를 가리키는 ‘더치(Dutch)’라는 영어의 표현에는 영국인들이 대륙의 게르만족에 대한 경멸과 비호감이 담겨 있다.

고대 네덜란드 지방에 거주하는 게르만족들은 ‘사람들’이란 뜻으로 ‘디에츠(diets)’란 단어를 쓰고 있었다. 독일지역에 거주하던 게르만족들은 이를 ‘디우치(diutsch)’라고 했고 이 말이 요즘의 도이치(deutsch), 도이치란트가 되었다.

영어의 더치페이 ‘네덜란드 식 계산’이라는 말이다. 왜 영국 사람들은 이런 표현으로 네덜란드 사람을 경멸하고 있을까? 사진/ Convos Kenya

국가나 사람을 뜻하는 단어 ‘토이도 (theudo)’가 그 어원이다. 게르만족을 뜻하는 ‘튜튼’도 어원이 같다. 도이치를 한문으로 바꾼 것이 독일이다. 따라서 디에치, 더치, 도이치, 튜튼이 사실은 같은 어원에서 분화한 셈이다.

영어의 더치페이 ‘네덜란드 식 계산’이라는 말이다. 왜 영국 사람들은 이런 표현으로 네덜란드 사람을 경멸하고 있을까? 역사를 살펴보면 답이 보인다. 섬나라 영국 땅을 정복한 앵글로색슨 족은 게르만족의 일파였다. 이들이 섬에 들어와 살면서 자신들을 앵글리스크(anglisc)라 부르며 유럽 대륙의 게르만 족을 더치(dutch)와 구분하게 된다. 잉글리시(영국인)도 여기서 나왔다.

앵글로색슨이 섬나라로 들어온 것은 사실 대륙에서 세력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좁은 해협을 건너 섬나라에 정착한 게르만족의 일파와 앵글로색슨과 게르만족의 대립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민족감정이 만든 불쾌한 단어로 퇴폐이미지가 있었던 한국의 ‘터키탕’을 터키정부가 증기탕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자 한국정부가 응했던 것도 일례이다. 사진은 터키탕. 사진/ 트립어드바이저

대륙의 네덜란드를 무적함대를 깨뜨린 이들이 섬으로 밀렸던 영국이다. 물론 영국은 독일의 게르만족과도 전쟁을 치렀다. 게르만족의 분파인 앵글로색슨족이 본토 게르만족 더치에 대한 감정은 좋을 게 없었다.

이웃한 민족들이 본래 형제였거나 같은 족속이었지만 경쟁하거나 대립해왔던 것이 인류의 발자취다. 민족이나 국가나 서로 이웃해 있을수록 갈등이 높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는 셈이다. 영어의 표현에는 더치가 안 좋은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치페이는 자기가 먹은 것을 자기가 계산한다는 의미이다. 술에 취해 용기를 내는 것을 더치커리지 (dutch courage) 라고 한다. 역시 비아냥거리는 의미가 들어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인들은 ‘더치’란 표현이 영어에서 경멸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1934년에 네덜란드 정부가 ‘더치’를 ‘네덜란드’로 바꾸어 사용하도록 공무원들에게 훈령을 내린 것이 그 예다. 퇴폐 이미지가 있었던 한국의 ‘터키탕’을 터키 정부가 증기탕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자 한국정부가 응했던 것도 좋은 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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