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래블바이크뉴스=김태형 기자] 53년 만에 최악의 홍수 사태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14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열고 베네치아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안을 승인했다. 정부는 재해 대응과 피해 복구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000만 유로(약 257억 4000만 원)를 긴급 지원한다.
내각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도 베네치아 현장을 찾았다.
해수면 상승과 기상 악화로 매년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베네치아는 100~120㎝ 정도의 조수 수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우와 아프리카 쪽에서 불어오는 열풍 등으로 해수 수위가 178cm까지 치솟아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1966년 이후 53년 만의 최악 재난이다.
조수의 급상승으로 도시의 80% 가까이가 잠기면서 물적 피해는 커지고 있다.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수상 택시 ‘곤돌라’는 해안가에 떠다니고, 호텔 로비도 조수와 함께 오물이 침투했다. 관광객들이 급히 대피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산마르코대성당에도 1m가량 침수됐다. 대성당은 조수 수위가 156㎝에 이른 지난해 10월에도 침수돼 내외벽 대리석을 교체했는데 이번에 또 물에 잠겼다. 산마르코 광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가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강풍 등 열대성 기후 현상의 증가를 홍수의 원인으로 진단, 베네치아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세르지오 코스타 이탈리아 환경부 장관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중해 인근에서 이런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며 "지금 당장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막지 못하면 결국 세계를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외교부는 “베네치아 시당국에서는 침수지역 내 보행자 통행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있지만 침수지역 내 도보길과 수로의 경계가 불분명해 사고 위험이 있다”며 여행 중 침수지역 내 이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