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제주도 동북부에 자리한 김녕·월정 마을 일대엔 세계지질공원(Geopark) 인증을 기념해 제주관광공사가 조성한 도보 길이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빼어난 풍광은 아니다. 오히려 용암이 굳으며 형성된 거친 지질을 이겨내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풀어놓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도보 길의 명칭은 ‘민속·문화 지질트레일’이다.
지난 18일 오후 지질트레일 코스 중 김녕리의 세기알 해변을 찾았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마을 주민들의 등대 역할을 했던 ‘김녕도대불(등명대)’을 보기 위해서다. 해변에 도착하니 원뿔 형태로 쌓아올린 검은 현무암 더미가 보였다. 높이 2m가 좀 넘는 김녕도대불은 계단이 있어, 등탑 위를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등대와는 소재와 형태가 다른데다, 비가 내린 후 물기가 마르지 않아 내릴 때 약간 미끄러웠다.
사실 제주도에 등대가 ‘김녕도대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에 건축된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지어진 우도등대(1906년)와 마라도등대(1915년), 산지등대(1916년)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등대들은 일제시대 때 관 주도로 지어진 근대식 등대다. 그래서 옛 제주 어민들의 삶의 흔적을 찾으려면 ‘도대불'에 가야 한다.
그러나 도대불은 인기 산책 코스와 밀접한 곳에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어로문화유산이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발간한 ‘한국지리지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책에서 정광중 제주대학교 교수는 “현재(2015년) 도내 포구를 중심으로 (도대불) 16기 정도가 남아있다(북제주군∙제주대학교박물관, 1998). 하지만 아직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며 “그래도 항·포구와 함께 주로 숙박지 주변 산책코스에 편입되어 있어서 향후에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는 자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람들이 도대불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자료가 거의 없어서다. 당연히 그 원형이나 훼손여부 등에 대해서도 파악이 잘 안 된 상태다. 그나마 도내불 중 비교적 온전하게 남은 것이 김녕도대불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불은 서귀포보다 제주시에 주로 몰려있다. 구체적으로는 애월읍 구엄리·하귀리·애월리, 외도동, 한림읍 귀덕리, 한경면 두모리·고산리, 조천읍 신촌리·북촌리·김녕리, 용담동, 우도면 등이다. 서귀포엔 안덕면 대평리, 대포동, 보목동, 강정동, 성산읍 온평리에 있다.
도대불은 올해 초 일부 지역에 한해 관광 자원화될 계획이 세워졌다.
제주도청은 지난 3월 “도내 전통포구 3곳(제주시 삼양1동 ‘동카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산이수동 ‘개맛’, 표선면 표선리 ‘당캐’)을 대상으로 올해 7억4200만원을 들여 어촌 관광자원으로 복원 정비할 계획”이라며 “도대불 등 문화유산과 연계해 복원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