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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에서 배운다” 다크투어여행 (1)남영동 대공분실남영역 인근 경찰청 산하 치안본부 대공분실, 지금은 인권센터로
임요희 기자 | 승인 2018.07.10 00:05
역사교훈여행이라고도 하는 다크투어는 부끄러운 역사를 교훈으로 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사진은 박종철 군이 숨진 남영동 대공분실 취조실. 사진/ 임요희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소설 ‘붉은 방’을 기억하는가.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로 그 작품이다. 영화 ‘1987’을 봤다면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게 더 쉽다.

이 소설은 피해자인 오기섭과 가해자인 최달식의 서술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최근 다크투어(Dark Tour) 여행지로 부상한 남영동 대공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00해양연구소’라는 위장간판 아래 보안사범과 민주인사를 잡아들여 고문하던 곳이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역사교훈여행이라고도 하는 다크투어는 부끄러운 역사를 교훈으로 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폴란드에 홀로코스트가 있다면 국내에는 남영역 인근 경찰청 산하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있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00해양연구소’라는 위장간판 아래 보안사범과 민주인사를 잡아들여 고문하던 곳이었다.

영화 ‘1987’에서 87학번 연희가 삼촌을 찾으러 나선 곳도 이곳이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영화 ‘1987’에서 87학번 연희가 삼촌을 찾으러 나선 곳도 이곳이었고, 소설 ‘붉은 방’에서 오기섭이 갇혀 있던 곳도 이곳이었다. 이근안이 김근태를 칠성판에 묶고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가한 곳도 이곳이다.

박종철 군이 고문받아 숨진 방도 이곳에 있다. 박종철 군이 사망한 방은 지금 일반인에게 개방 중이다.

비록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건너다봐야 하지만 충분히 당시의 정황을 짐작할 수 있다. 주황색 타일에 둘러싸인 욕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고문 도구인 욕조와 샤워기가 보인다. 영화에서는 이 주황색 타일이, 보다 음험하고 침침한 버건디 타일로 표현됐다.

수용자는 건물 현관이 아닌 뒤쪽 쪽문으로 드나들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자세히 보면 붉은 방을 포함해 이 대공분실 건물은 불법 고문을 자행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용자는 건물 현관이 아닌 뒤쪽 쪽문으로 드나드는데 이곳으로 들어서면 꼬불꼬불한 나선형의 철제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끝에는 취조실인 5층이 있다. 방향감각과 고도감각을 상실한 수용자가 정처 없이 끌려 들어가 불구가 될 때까지 물먹고 얻어맞고 전기고문을 당해도 누구도 알지 못하게 되어 있다. 더욱 치밀한 것은 방마다 문을 엇갈리게 설치해 다른 방에 누가 있는지 절대 들여다볼 수 없게 했다는 사실이다.

쪽문은 꼬불꼬불한 나선형의 철제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끝에는 취조실인 5층이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방에 갇힌 사람은 타인의 비명만 들을 수 있을 뿐. 전등 스위치조차 취조실 밖에 설치되어 있어. 수용자는 불조차 맘대로 켜고 끌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건 외관이다. 중세 고성을 연상케 하는 이 세련된 건물은 창의 가로 폭이 매우 좁아. 사람 머리조차 내밀 수 없게 되어 있다. 담벼락에는 의문의 철조망이 둘러 쳐져 있어 제 아무리 빠삐용,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라도 이곳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4층은 박종철 기념관이다. 박종철 군 유품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물이 소장되어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이 무시무시한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이다. 올림픽 주경기장, 워커힐, 경동교회, 공간 사옥 설계자와 같은 사람이다. 훗날 그는 독재에 부역한 건축가로 낙인찍힌다.

김수근은 박종철 치사 사건이 있기 바로 전 해인 1986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자신이 만든 거대한 고문기구가 자신의 대학 후배인 박종철을 죽이는 것을 보지 못했을 뿐더러 세월이 흘러 그 철옹성이 인권센타로 전환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인권과 반인권이 헷갈리던 그런 시대를 살았다. 사진/ 임요희 기자

김수근 건축가에게 해명 기회를 준다면 뭐라고 말할까. 자신의 설계한 건물이야말로 인권센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면 인권을 유린하는 공산세력을 제거해야 한다. 이 건물은 그런 의미에서 인권센터다.’

인권과 반인권이 헷갈리던 그런 시대였다.

임요희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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