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수도승 거리행진...인도 ‘쿰부멜라’ 어떤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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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수도승 거리행진...인도 ‘쿰부멜라’ 어떤 축제?
  • 최승언 기자
  • 승인 2017.03.23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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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수에 몸 담그자” 성수 흐르는 땅으로 수천만 명 '순례'
나가사두의 침례 장면을 촬영하려면 축제 조직위원회가 발행하는 비표를 받아야 한다. 사진/ Snan-Sadhus

[트래블바이크뉴스=최승언 기자] 축제에는 신을 향하는 인간의 염원이 담겨 있다. 수천만 명이 참가하는 인도의 쿰부멜라는 기획하는 이가 없어도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개념에 충실한 축제다.

3년마다 4개 지역을 돌아가며 열리는 쿰부멜라는 알라하마드, 하리드바르, 우자인, 나시크 등이 그 개최지다. 이들 힌두교 성지에서 축제가 열리는 데는 유래가 전한다. 옛날 하늘에 영원히 사는 생명수 ‘암리타’를 가진 천사가 있었다.

생명수를 탐했던 악마와 천사의 공방 과정에서 항아리 물이 지상에 떨어졌다. 물이 떨어진 네 곳에 강이 생겨났는데 이 지역이 바로 축제의 장이 되었다. 힌두교도들은 이 네 곳 강물에 몸을 씻으면 죄가 씻긴다고 믿는다.

생명수를 탐했던 악마와 천사의 공방 과정에서 항아리 물이 지상에 떨어진 곳에 쿰부축제가 펼쳐진다. 사진/ 쿰부멜라

많은 힌두교 신자들이 쿰부멜라 축제에 적극 참가하는 이유다. 성수의 기가 가장 강한 때가 축제기간으로 대개 2월~3월경이다. 몸에 떨릴 만큼 강물이 차갑지만 순례객들은 아랑곳없이 히말라야 눈 녹은 물에 온몸을 담근다.

이 침례 의식 이후에는 강물에 촛불을 띄워 보내며 내세를 기원한다. 저녁 기도시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강한 음악은 경건하면서도 이국적이다.

축제에 음악과 율동이 빠질 수 없다. 전통의상을 입은 음악대가 장구와 북 피리 등을 불며 신명나게 춤을 추며 거리를 행진한다. 우리 농악처럼 신명이 담겨 있다.

나가사두 행진. 귀걸이나 화환을 목에 걸었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줄을 지어 거리를 행진한다. 사진/ Tristan Savatier

인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집을 나간다. 거리를 떠돌지만 육신을 태울 장작 살 만한 돈만 있으면 만족이다. 그렇게 한줌 재가 되어 갠지스 강물에 뿌려지게 된다는 것을 그들은 안다. 그래선지 터번을 두른 노인들의 얼굴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평온함이 묻어있다.

젊어서 집을 나가는 이들은 수행자다. 수행방법으로는 요가, 묵언, 고행이 있다. 육신을 괴롭게 하여 정신이 사는 수행법이다.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손을 들어 올린 후 평생 내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리드바르 축제에서 만난 한 젊은 수행자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나의 손을 신에 바쳤다”고 말했다. 하늘을 향한 그의 오른 손은 삐쩍 말라 굳었고 십 년 넘게 깎지 않은 손톱이 구불구불 말려 기이했지만 얼굴 표정만은 해맑았다.

나가사두의 목욕. 나가사두들이 강변 계단에 도열했다가 일제히 강물에 뛰어 든다. 사진/ 쿰부멜라

어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앉거나 눕지 않는 고행을 하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수행자들은 나가사두이다. 벌거벗은 수행자라는 뜻을 가진 이들은 평소 은둔하다가 이 쿰부멜라 축제기간에 벗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무를 태운 재를 몸에 바르고 귀걸이나 화환을 목에 걸었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줄을 지어 거리를 행진한다. 인도인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 기이한 퍼레이드를 구경하며 따른다. 쿰부멜라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나가사두들이 목욕하는 장면이다.

나가사두들이 떼를 지어 목욕하는 광경은 흥미진진하다. 강변 계단에 도열했다가 일제히 강물에 뛰어드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강 건너편에 준비하고 있던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의 카메라가 셔터소리를 쏟아낸다.

신에 바친 손. 십 년 넘게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손은 말라 비틀어지고 깎지 않은 손톱이 자란다. 사진/ Dincharya

축제를 구경한 순례자들은 성수를 담아 고향 앞으로 간다. 두 개의 병을 막대 끝에 매달아 어깨에 메고 먼 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이동한다. 순례객들은 성수를 절대로 땅에 놓는 법이 없다. 쉴 때도 막대를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성수를 담은 병이 땅에 닿지 않도록 정성을 들인다.

나가사두의 침례 장면을 촬영하려면 축제 조직위원회가 발행하는 비표를 받아야 한다. 비표 소지자는 강물 계단 맞은편의 누대에 올라가서 촬영할 수 있다. 촬영 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고 통나무로 안전 난간을 세웠지만 여전히 사고가 발생한다. 2003년 나시크에서 열린 쿰부멜라에서는 45명이 압사한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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