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 도착하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어디를 먼저 가야 할지 말이다. 여행 계획을 꼼꼼히 세웠더라도, 제주의 바람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맑고 푸른 제주의 바다를 제일 먼저 만나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럴 땐, 주저하지 말고 동부해안으로 달려가자. 세화항구에서 종달리 마을을 거쳐 일출봉과 섭지코지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그야말로 제주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세계 속에 우뚝 선 ‘성산일출봉’
동부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해 뜨는 오름’으로 불리는 ‘성산일출봉’에 닿는다. 분화구를 둘러싼 바위의 모습이 흡사 성과 같다고 하여 ‘성산’, 해돋이가 아름답다고 하여 ‘일출봉’이라 한다.


해안가에 우뚝 솟은 모습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원래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으나 퇴적물이 해안에 쌓이면서 육지와 하나로 연결되었다. 급한 경사를 이루는 절벽에는 화산재가 겹겹이 쌓인 응회암 층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등경돌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징경돌 바위라고도 부르는 이 바위에는 옛날 제주도를 창조한 설문대할망과 고려 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김통정 장군에 대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성산마을 주민들은 이 앞을 지날 때마다 네 번씩 절을 했다고 한다. 두 번은 설문대할망에 대한 것이요, 또 두 번의 절은 김통정 장군에 대한 것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99개의 작은 봉우리가 둘러싼 분화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뾰족뾰족하게 솟아오른 아흔아홉 봉이 마치 거대한 왕관을 닮은 모습이다. 분화구 안으로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풍경이 압권이다. 예부터 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 광경이 영주(제주의 옛 이름) 10경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이른 새벽 전망대에 올라가서 해 뜨는 풍경을 보게 된다면 성산 일출이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광치기 해변도 놓칠 수 없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의 풍경은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무르게 할 정도로 황홀하다.
유네스코 3관왕이면서 세계 7대 자연경관의 대표명소인 성산일출봉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2013년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에서 가장 많이 찾은 관광지가 바로 성산일출봉(72.9%)이라고 한다.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성산일출봉에서 머문 시간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제주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한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일출봉에서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가장 제주다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동부해안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섭지코지는 협지(좁은땅)라는 뜻의 섭지와 곶이라는 뜻의 코지가 합해진 제주 방언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 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을 하고 있다. 다른 해안과는 달리 ‘송이’라는 붉은 화산재로 덮여있는 붉은오름이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기암괴석이 해안절벽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용왕신 아들의 전설이 얽힌 촛대(선돌)바위다. 선녀가 목욕하는 모습을 본 용왕의 아들이 선녀와 혼인하기 위해 100일을 정성으로 기다렸지만, 마지막 100일째 되던 날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 선녀는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정성이 부족하여 하늘이 뜻을 이루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용왕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선 채로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바위를 스치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니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다.
이국적인 풍경의 섭지코지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2003년 50%가 넘는 시청률로 화제를 끌었던 ‘올인’의 촬영 장소로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졌다. ‘올인’을 주제로 한 드라마 기념관 ‘올인하우스’는 중국과 동남아 등 외국 관광객들을 비롯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섭지코지는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며 돌아보기에 참 좋다. 초원 위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조랑말의 모습과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쪽빛 바다에 남국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Travel Tip
성산일출봉 이용시간은 여름철 새벽5시부터 20시까지, 겨울철 새벽 6시부터 19시까지로, 대략 일출 1시간 전부터 일몰 후 1시간까지 운영한다. 관람료는 25세 이상 성인은 2,000원이며, 24세 이하는 1,000원이다. 10인 이상 단체는 20% 할인해준다.
섭지코지는 입장료가 없는 대신 주차비를 받는다. 주차요금은 중형 2,000원, 소형 1,000원, 경차 500원이다. ‘올인하우스’의 경우 별도의 입장료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