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김지현 기자]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학교가 변했다. 아이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폐교가 된 학교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자를 맞이한다. 오랜 시간의 흔적 위로 또 다른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폐교는 미술관, 박물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기도 하고, 옛 학교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도 거듭나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아련한 기억을 소환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학교로 여행을 떠나보자.
강원도 삼척 미로정원은 옛 미로초등학교 두타분교를 개조해 2017년 마을 공동체 정원으로 꾸몄다. 삼척 시내에서 약 13~14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산골 여행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두타산이 동쪽으로 넘실대며 뻗어 나와 정원에 닿는데, 이름만 들으면 산속 미로(迷路)가 떠오르지만, 실은 ‘늙지 않는다’는 미로(未老)다. 꽃과 나무 사이로 난 소담한 산책로를 거닐 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 미로(未老)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폐교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옛 운동장에 심은 수목이 흙색을 초록으로 바꾼다. 커다란 호박 조형물을 인 옛 학교 건물 뒤쪽으로 산세가 너울댄다. 폐교 안의 정원이 자연스레 주변의 신록과 어울려 한 몸이 된다. 책 읽는 소년 소녀와 효행 소년 동상 정도가 간신히 이곳이 학교였음을 짐작게 한다.
체험 프로그램도 삼척 미로정원을 누리는 방법이다. 투명 카누 체험, 두부 만들기 체험, 공예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운동장 한가운데 연못 같은 풀장에서는 투명 카누를 탈 수 있다. 풀장은 어른 무릎을 조금 넘는 깊이라 안전하다. 카누에 오르면 주변 산세가 한층 그윽해 마치 신선놀음인 듯하다. 2인용 투명 카누 1만 원(40분)이다.
두부 만들기 체험은 삼척 미로정원이라 각별하다. 삼척미로정원이 있는 미로면에 태조 이성계의 5대조 무덤인 준경묘와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쓴 천은사가 있다. 천은사는 준경묘를 조성할 당시 나라의 제사에 쓰이는 두부를 만드는 조포사(造泡寺)였다. 그래서 미로면의 두부 맛이 남다르다. 삼척미로정원 본관 건물 뒤쪽에 두부 체험장이 있다. 맷돌로 콩을 갈고 가마솥에 끓이는 옛날 방식으로 체험하며, 각자 만든 두부를 집에 가져갈 수 있다. 10인 이상 체험이 가능하며. 콩을 불려야 하므로 이틀 전에 예약한다. 체험비는 6~12세 7,000원, 13세 이상 1만 원(50~60분 소요)이다.
두부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지 않아도 두부 맛을 볼 수 있다. 미로 주막식당은 두부 전골, 모두부, 청국장 등으로 점심 식사를 낸다. 여름에는 야외 주막에서 먹는 시원한 콩국수가 인기다.
점심 먹고 나서 정원을 산책해보자. 풀장 주변 오밀조밀한 산책로는 멀리 산이 어울려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길가에는 애기원추리, 초롱꽃 등이 이른 여름을 맞이한다. 정원석에 그린 기린, 펭귄, 토끼 모양도 재밌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금 더 멀리 걷고 싶을 때는 마을 안길을 따라 통방아 정원까지 2.2km 마을 힐링 탐방코스를 걸어도 좋다.
본관 서쪽에 방갈로가 여러 채 있고, 운동장 입구에 소규모 캠핑 사이트가 있어 하룻밤 묵어가도 좋다. 본관 건물에 미로 주막식당과 사무실 외에 도서관, 야생화체험실을 갖췄다. 카페는 새롭게 단장 중이다. 야외 벤치에서 태양광 방식으로 휴대폰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삼척 미로정원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는 없다.
삼척 내륙 여행을 좀 더 즐기고 싶다면 도계 쪽으로 가자. 도계 유리나라는 유리공예 작품 수백 점을 전시한 유리갤러리, 유리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는 유리 역사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작가들이 하루 5회 유리 성형 과정을 시연·설명하는 블로잉(blowing) 시연이 인기다.
시연 관람과 별도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하루 2명). 블로파이프 끝에 액체 유리를 찍어 풍선 불 듯 공기를 주입하는 동작이다. 유리를 토치로 녹여 목걸이와 키홀더 등을 만드는 램프 워킹, 유리컵에 물감으로 색깔을 입히는 글라스 페인팅도 도전할 만하다. 이웃한 피노키오 나라에서는 피노키오 작품 관람과 목공 체험이 가능하다.
하이원추추파크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철도 체험형 리조트다. 스위치백 트레인이 대표적인 체험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은 과거 강원도 산길을 운행한 기차다. 갈지자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고도를 높이는 운행 방식이 특징이다. 현재는 증기 형 관광열차로 개조해 나한정역까지 6.8km 구간을 오간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왕복 80분이 지루하지 않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촬영한 심포리역도 지난다.
짧은 구간은 추추스테이션 내 생태연못을 평균 3km/h 속도로 약 10분간 순환하는 미니 트레인이 제격이다. 정글 대탐험, 키즈카페 등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연인은 최고 25km/h 속도로 산기슭을 도는 레일바이크가 좋다. 12개 터널을 지나며 짜릿한 순간을 만끽한다. 독채 빌라형 네이처빌, 기차를 개조한 트레인 빌, 오토캠핑장 등이 있어 숙박도 가능하다.
바다 여행이 못내 아쉬울 때는 삼척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용화역과 장호역 사이 바다 위 874m 거리를 가로지른다. 선샤인 호와 선라이즈 호가 한 대씩 교차 운행하는데, 주행속도는 5m/s로 편도 약 10분이 걸린다. 장호리와 용화리는 삼척에서 소문난 바다로, 스노클링을 즐길 만큼 물이 맑고 소담한 항구 풍경이 아름답다. 케이블카는 바닥 일부가 투명해 바다 위를 지나는 느낌이 생생하다. 용화역과 장호역에 스카이라운지와 카페가 있어 커피 한잔하며 쉬기 좋다. 악천후 시 운행이 중단될 수 있음으로 확인 후 방문한다. 매표는 용화역에서 하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입장과 탑승이 가능하다.
주변 볼거리로 삼척 그림책나라,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대금굴&환선굴), 삼척 죽서루, 맹방해수욕장 등이 있다.
당일 여행으로 간다면 내륙 여행지로 삼척 미로정원→천은사→도계 유리나라→하이원 추추파크 코스를 바다 여행지는 삼척 미로정원→새천년해안도로→삼척 해상케이블카 코스를 추천한다. 1박 2일 여행 코스라면 첫째 날은 삼척 미로정원→삼척 장미공원→도계 유리나라→하이원 추추파크, 둘째 날은 새천년 순환도로→이사부사자공원→삼척 해상케이블카→장호항 코스를 추천한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2~16회(06:30~22:30) 서울-삼척 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약 3시간 30분이 걸린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는 하루 10~13회(06:30~20:05) 운행하는 버스가 있다. 약 3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삼척 종합버스정류장에서 약 175m 이동, 역둔리 정류장에서 30-3번·30-4번·30-5번·30-6번 일반버스 이용, 내미로리 정류장에서 하차해 걸어서 약 170m 떨어진 곳에 삼척 미로정원이 있다.
자가용으로는 동해고속도로 삼척 IC→삼척 톨게이트에서 도계·태백 방면 우회전, 4.1km→사둔삼거리에서 동안로·내미로리 방면 우회전, 5.4km→삼척 미로정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