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지명 표기법 ‘국민은 불편하다’ 언제 고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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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지명 표기법 ‘국민은 불편하다’ 언제 고칠까
  • 최승언 기자
  • 승인 2017.02.16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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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이 옌볜, 길림성은 지린성...언어생활 지장 초래
우리가 쓰는 스페인 영국 독일 등도 현지 발음 국명이 아닌 것이 많다. 현지 발음을 위주의 지명 표기법 원칙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사진/ Braidwood School

[트래블바이크뉴스=최승언 기자] 사진가 윤경수(가명)씨는 2년 전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 항공권을 예약했다가 산동성 청도(靑島)로 가는 비행기 편이 예약되어 있는 것을 나중에 발견하고 재발권한 적이 있다.

성도가 중국발음으로 청두라고 발음되기 때문에 일어났던 해프닝이었다. 윤씨는 “중국 지명이 헷갈린다”며 “지린 대신 길림, 옌볜 대신 연변 같이 한국식 한자 발음이 편하다”고 했다.

운 씨뿐 아니라 어려운 표기법 때문에 국민의 언어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현지음 위주의 표기법은 전문가들에게도 너무 복잡하다.

현지 발음 위지의 지명 표기법을 따르다 보면 한자의 음가마저 바뀌는 경우가 수 없이 발생한다. 사진/ Pittsburg State University

최근 '교열기자의 오답노트'라는 책을 발간한 박재역 전 동아일보 교열기자는 “우수한 한글로도 현지 발음 위주 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며 “외국어 지명 표기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쓰는 스페인 영국 독일 등도 현지 발음 국명이 아닌 것이 많다. 예외도  믾?? 지키지도  못하는 현지음 위주의 지명 표기법 원칙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중국 일본의 국명도 현지 발음과는 동떨어진 우리식 발음이다.

우리는 베트남을 한 때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월남 전 당시 미국인들이 이 나라를 ‘뷔엣남’이라 부르며 Vietnam이라고 표기하자 결국 ‘콩글리식’ 발음 베트남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베트남은 월남을 미국인이 발음해서 나온 발음일 뿐 어원은 같다. 사진/ 베트남항공

월남(越南)은 중국 발음으로는 ‘유에난’이다. 이것을 미국인들이 듣기에 뷔엣남(Vietnam)에 가까웠다. 우리가 미국인들의 발음 ‘뷔엣남’을 따르다 보니 ‘베트남’이라는 ‘듣보잡 국명’이 탄생한 것이다.

 베트남이든 월남이든 한국인들이 말하고 이해하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외국의 국명을 바꾸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월남을 그대로 유지했어도 상관이 없었다. 우리가 언어생활에 얼마는 줏대가 없는지 단방에 드러나는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지린 대신 길림, 옌볜 대신 연변 같이 한국식 한자 발음이 편하다는 국민들이 많다. 사진은 백두산. 중국에서는 장백산으로 불린다. 사진/ 연변관광

일본(日本)의 현지발음은 ‘니뽄’이고 중국인들은 ‘릐번’, 프랑스인들은 ‘자뽕’이라 한다. 영어로 쓰면 저팬(Japan)이다. 베트남 사례를 따랐다면 우리는 지금쯤 일본을 자판이라고 불렀어야 했다. 현지음 ‘니뽄’이라 하지 않고 일본이라고 해도 우리끼리 잘 통한다.

니뽄을 일본이라고 해도 일본이들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중궈’라고 발음하지는 않아도 전혀 언어생활에 문제가 없다. 이 세 국명만 따져 보아도 현지음 표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외국 지명 인명 표기법에 따르면 중국의 청도(靑島)는 칭다오로 성도(成都)는 청두, 산동(山東)은 산둥이다. 사진/ 트래블바이크뉴스 DB

문제는 이렇게 지명을 현지 발음을 표기할 때 오히려 우리 국민의 언어생활에 혼란이 온다는 데 있다. 특히 우리와 교류가 많은 중국의 지명 인명 표기에 혼란이 크다.

외국 지명 인명 표기법에 따르면 중국의 청도(靑島)는 칭다오로 성도(成都)는 청두, 산동(山東)은 산둥이다. 현지 발음을 중시하는 표기법 때문에 산동(山東)의 동은 ‘둥’으로, 성도(成都)의 도는 ‘두’가 된다.

현지 발음 위주의 지명 표기법을 따르다 보면 한자의 음가마저 바뀌는 경우가 수없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치하고 있다. 언중의 편리한 언어생활을 위해서도 우리문화와 언어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현지 발음 위주 표기법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표기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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