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김지수 기자] 지난 몇 년간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12월은 바쁜 달이었다. 고딕 양식의 탑, 부드럽게 빛나는 가스램프, 차가운 공기에 스며드는 뮬드 와인(Mulled Wine: 뱅쇼)의 향기가 있는 그림처럼 완벽한 배경을 갖춘 생기 있고 분주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체험하고자 프라하는 여행객들로 활기에 찬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프라하를 찾는 여행객이 줄어들어 평소보다도 더 조용한 휴가철을 맞고 있다.
12월에 접어들며 프라하는 지난봄에 이은 두 번째의 완화된 봉쇄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12월 3일부터 상점, 카페, 레스토랑, 미용실 등은 6주간의 폐쇄 후, 문을 열어 지친 프라하 사람들을 다시 기쁘게 해주었고 첫눈이 내려 축하의 분위기가 더해졌다. 도심을 벗어난 스키장과 주변 지역은 12월 18일부터 개장을 앞두고 있다.
여행객이 없는 프라하, 올해는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프라하는 코로나19의 잠재적 확산을 막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이행함에 따라 구시가지 광장에서 매년 열렸던 크리스마스 마켓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구시가지 광장에 흰색, 빨간색과 파란색의 체코 국가 색상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올해는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성모 마리아 기둥”이라고 불리는 마리안 칼럼을 찾아볼 수도 있다. 마리안 칼럼은 약 16m 높이의 사암 기둥으로 성모 마리아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1650년부터 1918년에 파괴될 때까지 있었던 최초의 기둥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기둥은 2020년 6월 구시가지 광장에 재건되어 시각적인 매력을 더하고 있다. 그 외 지역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현지 상황에 따라 축소되어 진행되고 있다.
예전과 같은 대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머스 마켓, 가판대들은 문을 열어 덜 화려하지만 아쉬움을 달랜다. 보석, 패션, 가정용품과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현지 디자이너와 장인들이 만들고 판매하는 품질 좋은 선물들은 디자인(Dyzajn)마켓 박람회, 프라하 7지구의 비스타비슈톄(Výstaviště)복합단지, 마이(Máj)백화점의 최상층에서 열리는 르마켓의 크리스마스 팝업 스토어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스트리트 마켓과 레스토랑들이 예술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플로렌츠 지역에 위치한 세련된 마니페스토 마켓에서는 갓 만든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과 음료는 물론 마켓 중앙에 화덕이 있는 개인 텐트에서는 글램핑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프라하의 레스토랑과 카페는 좌석 수를 절반으로 줄였으나, 배달과 음식 판매는 계속하고 있다. 겨울날의 정취를 더해주는 뮬드 와인(뱅쇼), 핫 초콜릿, 계피 향이 나는 뜨르들로(Trdlo), 구운 햄과 다양한 음식들을 올해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닌 구시가지 광장의 가판대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연말의 인기 있는 요리는 구시가지의 블랙 마돈나 카페에 있는 파티셰 올가 부드닉(Olga Budnik)의 독창적인 디저트다. 화이트 초콜릿과 말린 라즈베리로 만든 코로나바이러스 모양의 눈에 띄는 초콜릿 디저트로 현지인과 방문객들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강림절 전통과 관련해서, 아마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따뜻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12월 5일 저녁 주교 복장을 한 멋진 성 니콜라스가 악마, 천사와 함께 거리를 돌며 과일과 과자, 석탄을 어린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12월 24일인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주위에 모여서 선물을 풀고, 크리스마스 과자를 먹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게 된다. 또한, 체코에서는 12월의 대부분을 초승달 모양의 바닐라 쿠키, 곰 발 모양의 쿠키, 진저 브레드 등을 굽고 장식하는데 바쁘게 보낸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또 다른 전통은 크리스마스 식사를 위해 살아있는 잉어를 사는 것이다. 잉어는 1세기 이상 크리스마스 메뉴에 포함되어 왔다. 도시의 체코인들은 다른 생선으로 변경하거나 더는 잉어를 먹지 않기도 하지만 감자 샐러드를 곁들인 잉어 튀김은 여전히 크리스마스의 상징적인 식사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