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김태형 기자]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과 전통 시장부터 유명 브랜드 쇼핑, 볼 것과 즐길 것 많은 여행지로 한국인 여행자들을 매료시켰던 홍콩을 자유롭게 여행하지 못한지도 어언 년이 넘었다. 홍콩 여행을 다시금 기대하며, 세계적인 코로나 팬더믹 속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자전거 라이딩으로 홍콩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한다.
‘힘차게 페달을 밟고 언덕길 조금 더 힘을 내. 두 손 벌려 바람을 맞을까.’ 최근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의 작곡자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이상순이 참여한 베란다 프로젝트의 노래, <Bike Riding> 가사 일부이다. 가사와 같이 자전거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페달을 밟다가 때로는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시공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가 아닐까 싶다.
국제 사이클 선수권 해머 시리즈 (Hammer Series)의 피날레를 주최하는 유일한 아시아 도시이지만 홍콩을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층 버스, 트램, 미니버스, 승용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 사이에 자전거가 들어설 공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혼잡한 홍콩섬 도심에서도 요리용 가스통, 야채 바구니, 음식 등을 트램 선로를 따라 자전거로 배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홍콩에서 자전거가 트렌드로 떠오른 데는 2015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홍콩 사이클로톤 (Hong Kong Cyclothon)의 힘이 크다. 해머 시리즈와 더불어 전 세계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이 모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의 스카이라인 아래 랜드마크인 칭마 대교 (Tsing Ma Bridge)를 비롯해 30, 50km 코스를 질주하며 홍콩의 경관을 만끽하는 대회이자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았고 홍콩 프로 사이클 선수들의 성공과 맞물려 홍콩을 떠오르는 자전거 여행지로 부상시키고 있다. 나의 탄소 발자국 없이 오래된 사찰과 마을을 지나 홍콩을 즐기는 자연 친화적 방법, 홍콩에서의 자전거 여행을 소개한다.
란타우 (Lantau) - '홍콩의 폐' 산악 자전거인의 메카가 되는 섬
홍콩에서 가장 큰 섬으로 면적의 50% 이상이 국립공원으로 이루어진 란타우는 우거진 산악 지형의 어촌으로 ‘홍콩의 폐’라 불리기도 한다. 북부를 개발하고 남부를 보존한다는 원칙에 따라 북부의 홍콩 국제 공항 (1998), 홍콩 디즈니랜드 (2005), 옹핑 360 (2006) 등 주요 인프라 사업들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남부는 홍콩에서 가장 큰 란타우 사우스 컨트리 파크 (Lantau South Country Park)가 위치, 이 공원을 따라 카우링청 캠핑장 (Kau Ling Chung Campsite)에서 시작, 섬의 동쪽 해안, 무이우 (Mui Wo)까지 21km에 달하는 코스가 완비되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산비탈과 둑을 따라 바위가 있는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삼각형 모양의 세크픽 (Shek Pik) 저수지와 작은 어촌 마을들을 지나는 시골길을 달리다 고개를 들면 이착륙을 하는 비행기들이 색다른 광경을 만들어준다.
타이포 (Tai Po) - 울창한 숲속 비밀 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
매년 박진감 넘치는 드래곤 보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싱문강 (Shing Mun River)에서 시작해 과거 진주가 풍부했다는 톨로 하버 (Tolo Harbour)를 감싼 수변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시골 어촌이지만 스페인식 가옥들로 교외의 느낌이 더 강한 마을을 지나면 타이메이 툭 (Tai Mei Tuk)의 거대한 플로버 코브 저수지 (Plover Cove Reservoir)가 눈 앞에 펼쳐진다.
홍콩에서 면적과 부피 면에서 1, 2위를 다투는 규모의 세계 최초 민물 해안 호수의 동남쪽으로 쭉 뻗은 2km 길이의 도로에서 한쪽에는 에메랄드빛 물이, 다른 한 편에는 푸른 바닷물이 유유히 흐른다. 근처 플로버 코브 컨트리 파크를 거닐다 400년 이상 된 하카족 (Hakka) 양식의 기와지붕 집 마을, 우카우탕 (Wu Kau Tang)과 울창한 숲 안쪽 비밀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드래곤스 백 (Dragon’s Back) - 섬을 가로지르는 능선 따라 홍콩섬 정복
홍콩섬에서 유일하게 정식 지정된 산악자전거 노선으로 마천루를 뒤로하고 경치가 뛰어난 등산로를 자전거로 통과하는 것이 매력이다.
섬의 남북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중상부 능선을 따라 오솔길과 숲길이 이어지며 제법 평탄하지만 때로는 좁고 바위로 울퉁불퉁한 길을 만나게 된다. 산의 푸르름과 바다의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용의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200여 년 된 한적한 어촌 마을, 섹오 빌리지 (Shek O Village)가 나타난다. 아담한 주택들이 줄지은 골목들 사이를 지나 섹오 비치 (Shek O Beach)에서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거나 서핑으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서구룡 문화지구의 녹색 심장, 예술 공원
서구룡 문화지구 (The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는 구룡반도의 서쪽 바닷가 약 12만 평의 면적에 조성된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 지구로 2019년 1월 개관한 시취 센터 (Xiqu Centre)를 필두로 총 10개의 문화예술 시설이 차례로 들어서고 있다.
이 안에서도 서쪽 끝에 위치한 서구룡 예술 공원은 나무와 넓은 초록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으며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평평한 수변 산책로가 뻗어있다. 침사추이까지 이어지는 이 해안 산책로에서 홍콩 시민들은 조깅하거나, 자전거를 대여해 여유를 즐긴다. 일출과 일몰, 해의 높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빅토리아 하버와 바다 건너편 홍콩섬의 스카이라인이 멋진 사진의 배경이 되어준다.
한편, 홍콩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누적 확진자 수는 3,272명(7월 31일 기준)이다. 지난 한 달간 신규 확진자는 2,067명이었으며 이 중 지역 감염은 1,788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최근 전염병 상황을 고려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강화하고 억제와 완화 전략 아래에 더욱 확고한 감염 예방 대책을 도입하였다. 현재 해외에서 항공편으로 출발하는 모든 비홍콩 거주자는 홍콩 입국이 금지되고 있으며, 14일간의 격리 대상이 된다. 또한, 지정된 국가(7월 25일부터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남아프리카 공화국, 7월 29일부터 카자흐스탄, 미국)에서 입경하는 모든 여행자는 홍콩 행 항공편에 탑승하기 전에 음성 판정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 홍콩 도착 후 14일 의무 격리 기간 발생하는 호텔 숙박 비용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