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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투어리즘,평화엔 경계가 없다…잔나비·김사월에 DMZ가 ‘들썩’노동당사에서 지워진 전쟁의 폭력성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6.11 17:33
강원도 철원군 옛 북한 노동당사 앞에서 디엠지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의 개막을 알리는 특별공연인 우정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무용수들은 우스꽝스러운 춤사위로 전쟁의 폭력성과 부조리함을 해체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월하리를 지나 대마리로 가는 길, 철조망 지뢰밭에서는 가을꽃이 피고 있다/ 꺾으면 발밑에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 냄새를 풍길 것 같은 꽃들/ 흘깃 스쳐가는 병사들 몸에서도 꽃 냄새가 난다.’ 

강원 철원군 관전리의 옛 조선노동당사 건물엔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시가 적혀 있다. 이 지역이 고향인 정춘근 시인의 ‘지뢰꽃’이다. 총탄 자국이 선명한 이곳엔 커다란 한반도기가 걸려있다. 코앞은 민간인 통제선이다. 

지난 7일 노동당사를 찾았다. 이곳은 광복 다음 해인 1946년 조선노동당이 지은 러시아식 건물이다. 지상 3층 1850㎡ 규모였으나 6·25 전쟁을 거치며 앙상한 시멘트 골조에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사진/ 이혜진 기자

지난 7일, 스산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사람들이 분주히 모여들었다. 이어 재즈 선율의 군가가 울려 퍼졌다. 무용수들은 군가에 맞춰 해학적인 춤사위를 선보였다. ‘디엠지(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의 개막 공연 무대다.

이날 공연엔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2019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가수 김사월이 무대에 올랐다. “추풍령아 잘 있거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굳센 느낌의 군가와 이질적이었다. 가수의 목소리와 10인조 빅밴드의 연주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춤사위 모두 전쟁의 폭력성과 부조리함을 지우고 해체하는데 성공했다. 

‘2019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가수 김사월이 7일 2019 디엠지 피스트레인 무대에 올랐다. 그는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군가를 불렀다. 사진/ 이혜진 기자

미술가이기도 한 백현진은 국가라는 글자에 X표가 그어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하지만 정작 그는 “조국이 있는 곳에 우리가 있고/ 우리가 있는 곳에 충성이 있다”(‘조국이 있다’)고 노래했다. 군대의 강압적인 전체주의와 획일주의 문화를 비판한 것이다. 평화엔 경계가 없음을 역설적으로 곱씹게 한 무대였다. 관객들은 열광했다. 

9일까지 이어진 이번 음악 축제는 ‘문화’는 없고 ‘소비’만 있는 다른 행사와는 달리 가치 지향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출연진도 남달랐다. 실험음악의 거장 존 케일과 중국 로큰롤의 창시자 최건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덴마크, 영국의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등장했다. 잔나비, 혁오 등 국내의 대표적인 인디 뮤지션도 나왔다. 앞서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자신의 부친이 저지른 사기 사건을 거짓 해명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어 출연 취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던 터였다. 

강원도 철원군의 옛 북한 노동당사 전경. 현재 남북 분단의 산물 중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 건물과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그리고 감시초소가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한편 강원도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1분기 국내외 관광객은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 1분기보다 다소 줄었으나, 2017년보단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창 올림픽 때문에 관광객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도 철원군의 옛 북한 노동당사 내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사용했던 이 건물은 이젠 콘크리트 건물의 뼈대만 남아 있어 좀 흉물스럽다. 사진/ 이혜진 기자

이혜진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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