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트립]‘이영자 고추냉이 김밥’ 먹으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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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트립]‘이영자 고추냉이 김밥’ 먹으러 가보니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4.2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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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부터 다른 한남동 고추냉이 김밥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ㅇ김밥'에 SBS ‘생활의 달인’(위)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아래)에서 소개된 곳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영화 ‘캡틴 마블’로 국내에서만 568만 관객을 모은 배우 브리 라슨. 그는 지난 13일 새벽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홍보를 위해 한국에 도착해 서울 광장시장에 들렀다. 그리고 이곳의 명물인 ‘마약김밥’을 넙죽 받아먹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면서 “서울의 음식을 사랑한다”고 썼다.

그에 질세라 지난 18일 SBS '생활의달인', MBC '전지적참견시점'을 통해 ‘이영자 고추냉이 김밥’으로 알려진 서울 한남동의 ㅇ김밥에 다녀왔다. 이곳도 마약김밥처럼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

ㅇ김밥으로 가는 길은 힘들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길찾기’만 믿고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다간 경사가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잘못된 길 안내다. 계속 가다간 막다른 길이 나오기 때문.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ㅇ김밥' 전경. 사진/ 이혜진 기자

제대로 된 길로 가도 급경사로 가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도착하면 여기저기서 “미쳤나봐. 여기까지 왜 걸어와” “와. 진짜 너무 힘들다” 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의 가쁜 숨소리도 들린다. 가게까지 대중교통으로 쉽게 오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드문 모양. 포털사이트 길찾기가 한남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가게 바로 옆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단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탓이다. 

가게 외벽엔 SBS ‘생활의 달인’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서 추천한 김밥집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가게들도 그렇듯 식당 전화번호가 안내되어 있다.

그런데 ㅇ김밥의 전화번호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ㅇ김밥의 상호명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글자 모양과 숫자 0110이 언뜻 비슷해 보여, 일부러 전화번호 뒷자리를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0110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ㅇ김밥' 내부. 사진/ 이혜진 기자

세심한 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ㅇ김밥은 포장도 비범하다. 다른 식당처럼 김밥을 은박지나 종이가 아닌 기내식 용기에 포장하기 때문.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다.

아직 식약처 등 국내 관련 규제 기관에서 김밥처럼 식중독 고위험 품목에 해당하는 식품의 판매 기한을 공식적으로 정한 바는 없지만,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선 지난해부터 김밥·초밥·쌈밥 등 상하기 쉬운 밥류의 판매 기한을 3~5시간으로 줄였다.

이처럼 단시간에 상하기 쉬운 김밥이지만, ㅇ김밥의 경우 특수 포장 용기 덕분에 일반 김밥보다 1~2시간 더 오래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 사소한 차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통해 식중독 발생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말이다.  

맛에서는 호불호가 엇갈릴 듯하다. 이는 ㅇ김밥의 지리적 위치와 연관이 있다. ㅇ김밥은 행정구역상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한남동에 속해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과 도보로 불과 5~6분 차이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ㅇ김밥'에서 파는 ‘고추냉이 김밥(왼쪽)’과 기본 김밥(오른쪽). 사진/ 이혜진 기자

그렇다보니 ㅇ김밥의 오랜 단골 고객 중엔 이슬람인들이 제법 있다. 이들은 종교적 이유로 고기가 안 들어가는 할랄푸드를 먹는다. 때문에 육가공품인 햄이 들어간 김밥은 먹지 않는다.

이에 ㅇ김밥의 대표는 7년 전 가게를 개업했을 때부터 이들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김밥보다 야채를 훨씬 많이 넣었다. 그리고 매운 맛이 나는 소스로 부족한 감칠맛을 채웠다. 이 같은 ㅇ김밥은 단골이나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선 ‘신선한 맛이 나는 프리미엄 김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에겐 ‘오이 맛과 매운 맛이 많이 나는 특이한 김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는 방송으로 입소문 난 ‘고추냉이 김밥(4500원)’ 뿐만이 아니다. 기본 김밥(4000원)도 그렇다. 그 이유는 김밥 겉면에 발린 반투명한 소스에 있다. 소스를 자세히 관찰하면 미세한 크기의 고춧가루들을 확인할 수 있다.

ㅇ김밥으로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은 용산 마을버스 1번을 타고 가는 것이다. 가게 근처엔 '도로가 협소해 소방차 통행이 곤란하다'는 용산구청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이영자 같은 미식가가 좋아하는 음식이 꼭 맛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ㅇ김밥을 싫어할 수 없는 이유는 신선한 식재료와 먹거리 안전을 생각한 포장에 있다. 이는 소위 프리미엄 김밥으로 분류되는 유명 프랜차이즈 김밥전문점들에서도 보기 힘든 특성이다.

적은 돈으로도 질 좋은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ㅇ김밥. 어쩌면 이런 식당이야말로 맛만 좋은 식당보다 맛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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