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멈.추.어. 사랑하기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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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멈.추.어. 사랑하기 좋은 나라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6.09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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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음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이란 팔라간
마음이 추우면 호수도 설산처럼 보이는 걸까. 이란 우르미예 소금호수. 사진/ 오음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아무것도 약속할 일이 없는 곳으로 멀리 달아나본 사람은, 떠남이라는 말에 울렁임과 뭉클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말은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 자리한 약속 같은 뭉클함이며, 당신과 나를 처음으로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때와 같은 울렁임이다.”

- 오음 저, ‘멈.추.어. 사랑하라’ 중에서

오음의 책 ‘멈.추.어. 사랑하라’(2016, 도서출판 답)는 떠남에 대한 책이다. 단순히 ‘여행’이라고 부르기에는 2% 부족한 ‘떠남’이라는 말. ‘멈.추.어.’라는 단어 속에 세 번 반복되는 마침표처럼 오음은 떠났기에 멈추어 설 수 있었다. 떠났기에 멈추어 사랑할 수 있었다.

마을 인구가 120명뿐인 메스르 사막 마을. 사진/ 오음

오음의 책을 펼칠 때는 숨을 크게 한 번 쉬게 된다. 훅 찌르고 들어오는 그의 문장들을 방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 문장뿐인가. 그의 사진은 말한다.

막막하다...

여기 막막함이 물성화된 곳이 있다. 이란 서북쪽 시난다지에서 더 들어간 팔라간이라는 마을이다. 팔라간은 여행자에게 친절하기로 소문난 쿠르드족의 도시다.

팔라간은 여행자에게 친절하기로 소문난 쿠르드족의 도시다. 사진/ 오음

쿠르드족은 쿠르디스탄을 삶의 무대로 살아가는 민족으로 이슬람 수니파에 속해 있다. 쿠르디스탄은 이란, 이라크, 터키에 동시에 걸쳐진 땅으로 쿠르드족은 애매하게 여러 국가의 국민으로 분리되어 살아가는 중이다.

그동안 자치권을 주장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독립운동을 벌였지만 중동국가들이 이를 허락해 줄 리 없다. 쿠르드족은 이란에서 밀면 터키로 밀려가고, 터키에서 밀면 이란으로 밀려간다.

쿠르 사막 가는 길. 드문드문 풀이 돋아나 오히려 매끈한 사막보다 더 쓸쓸해보인다. 사진/ 오음

팔라간의 집들은 하나같이 모양이 똑같다. 거대한 아파트를 낱낱이 해체해 놓은 느낌이다. 옹기종기 몸을 밀착시킨 채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흙집들. 주변 강대국의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종족제 사회를 유지하는 집주인들의 모습과 어찌 그리 똑같은지.

팔라간에 가려면 시난다지 터미널에서 합승택시를 잡아탄 뒤 다시 다른 합승택시로 갈아타야 한다. 팔라간 행 합승택시 안은 옆자리 승객에게서 풍겨 나오는 땀 냄새, 향료 냄새로 눅눅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약속할 일이 없는 곳으로 멀리 달아나본 사람은, 떠남이라는 말에 울렁임과 뭉클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진/ 오음

쿠르 사막에서 50km 떨어진 곳에 메스르 마을이 있다. 마을 인구가 겨우 120명뿐이라는 이곳은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기 그지없다.

이 좁은 마을에는 히잡도 쓰지 않고 차도르도 두르지 않고 사는 소위 날라리 아랍인들이 거주한다. 워낙 동떨어진 마을이다 보니 외부의 간섭을 덜 받는 것인지도. 그들의 직업은 사막투어에 나선 여행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일. 그들의 노래 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호수, 끝없이 이어진 하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듯 우리도 끝없는 막막함을 견디며 떠날 꿈에 부풀어야지. 사진/ 오음
그들의 직업은 사막투어에 나선 여행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일. 그들의 노래 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사진/ 오음

끝없이 펼쳐진 모래, 끝없이 이어진 하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듯 우리도 끝없는 막막함을 견디며 떠날 꿈에 부풀어야지. 그래서 떠남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우리를 설레게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들린다면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면 된다. 그래도 어지럽다면 잠시 멈춰 자신을 들여다보면 된다. 아직도 우리가 이토록 휘청대는 건 서두르는 우리의 속도의 문제일 테니까. 너의 등에 대고 약속해 본다. 네가 돌아오는 날까지 나 역시 너의 걸음처럼, 너의 속도로 조금 더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우리가 흔들린다면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면 된다. 그래도 어지럽다면 잠시 멈춰 자신을 들여다보면 된다. 사진 제공/ 도서출판 답

오음의 책을 읽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그는 서두르지 말라고 하지만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당장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

'멈.추.어. 사랑하라'의 저자 오음 작가. 여행지 사진은 좀 말랐었는데.. 사진/ 임요희 기자

이란은 파키스탄 접경지역을 제외하고는 안전한 편이다. 다른 아랍국가들과 달리 테러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19군데나 보유한 만큼 세계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란에 가해진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교통, 숙박 등 여행 인프라도 좋아졌다. 현재 주몽, 대장금과 같은 우리 드라마가 이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때 가면 더 큰 환영을 받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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