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으로부터 말과 종교를 지킨 나라, 불가리아
상태바
이슬람으로부터 말과 종교를 지킨 나라, 불가리아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5.31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흑해 연안의 바르나, 숲과 사원에 둘러싸인 소피아
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장수의 나라, 장미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불가리아관광청

[트래블바이크뉴스] 불가리아(Bulgaria)는 우리에게 장수의 나라, 장미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불가리아에 가면 얼굴이 발갛게 튼 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의 낯빛은 하나 같이 밝고 건강하다.

불가리아는 다른 발칸 지역과 마찬가지로 긴 사회주의 시절을 겪었지만 비교적 풍족했던 탓에 큰 어려움 없이 살았다. 그래서인지 공산사회가 붕괴된 후에도 당 간부로 있던 사람이 정부 관료직에 그대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응징이나 보복 없이 자연스럽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것은 세계사적으로 매운 드문 일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시내 도처에 과거의 영화를 보여주는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진 출처/ 불가리아 관광청

불가리아 관광의 가장 강력한 매력이라면 동방의 분위기에 흠뻑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리아 여행은 동서양이 만나는 이스탄불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스탄불에서 버스 혹은 철도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바르나 시로 들어올 수 있다.

바르나(Varna)는 고대 제노바의 식민지로 곳곳에 바실리카 양식의 건축물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이곳 바다정원은 매년 6월에서 7월 사이에 개최되는 국제 여름축제인 '레드불축제'의 무대로 이름이 높다. 올해는 7월 2일에 열린다.

흑해 연안의 바르나에서 개최되는 레드불축제. 올해는 7월 2일에 개막한다. 사진 출처/ 바르나 페이스북

1926년 처음 시작된 이 축제는 처음에는 음악축제였으나 연극, 인형극, 오페라, 발레 등이 추가되면서 종합예술축제로 발전했다.

이 축제는 예술인이 주가 되는 예술축제와, 동유럽 국가들의 민속을 재현하는 일반축제를 동시에 개최한다. 예술가들의 전문축제는 스토얀 바히 바로닌 극장에서 매일 밤 개최되며 일반인의 민속축제는 바다정원 입구에서 해질 때까지 계속된다.

바다정원은 예술과 휴식이 결합된 장소로 초상화가, 거리악사, 비보이, 스케이트 보더 등이 총출동해 경합을 벌인다. 곳곳에 불가리아 예술가의 동상이 서 있어 더욱 운치 있는 곳이다.

소피아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이 1914년에 건설한 성 니콜라스 정교회. 사진 출처/ 불가리아관광청

해질 무렵이면 여행자들은 흑해에 면한 방파제를 찾아 삼삼오오 모여든다. 쓸쓸한 바닷바람이 여행의 감미로움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바르나가 지닌 역사적인 의의는 생각보다 깊다. 1444년의 '바르나 전투'는 십자군의 마지막 전투로, 폴란드·헝가리를 주축으로 하는 로마카톨릭과 오스만투르크 간에 벌어진 대 전쟁이었다.

불가리아 최고의 성당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 1882년 착공하여 30여 년에 걸쳐 지어졌다. 사진 출처/ 불가리아관광청

이 전투에서 승리한 오스만투르크가 기독교 성지인 콘스탄티노플을 함락, 이스탄불로 도시 명을 바꾸어버렸다. 이로써 발칸 지역이 이슬람 손에 떨어지게 되었는데 불가리아가 500여 년간 오스만투르크의 식민지로 살아야 했던 원인이 되었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Sofia)는 비토샤 산 계곡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로 녹지의 비율이 매우 높은 곳이다. 또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시내 도처에 과거의 영화를 보여주는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이슬람 문화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종교를 지킨 불가리아.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나라이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특히 14세기부터 500년간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은 탓에 문화적으로 이슬람의 향취가 강하다. 시내 곳곳에 이슬람 사원과 그리스정교 사원이 서 있는데 수도 이름이 ‘소피아’인 것도 오스만 제국이 건축해 놓은 하기야 소피아 성당의 영향이라고 한다.

소피아 여행은 소피아 여신상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여신상에서 출발하여 짜르 그라드스코 쇼세(황제의 도시 거리)를 따라 가다 보면 4세기부터 이어져온 종교의 변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성 조지 성당은 4세기에 로마인에 의해 세워진 건물로 소피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과거에는 교회와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된 곳이다. 사진 출처/불가리아관광청

가장 처음 지어진 것이 4세기에 건축된 성 조지 성당으로 로마 카톨릭교회 건축물이다. 10세기에는 불가리아정교회의 성 네델리아 교회가, 15세기에는 하기야 소피아 사원이, 16세기에는 이슬람 사원인 바냐 바시 모스크가 지어졌다.

가장 나중 것이 1882년 착공하여 30여 년에 걸쳐 지어진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이다. 과거 불가리아 독립전쟁에서 숨진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건축물로 층층이 쌓아올린 돔 건물이 인상적이다.

비잔틴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릴라 사원. 불가리아의 수호 성인인 성 이반을 기리는 성당이다. 사진/ 불가리아관광청

소피아에서 120km 떨어진 지점, 릴라산에 릴라사원이 있다. 10세기 경 ‘성 이반’이 수도를 시작하면서 릴라 성당의 발판이 닦였다. 처음에는 소박한 건물이었으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규모가 커져 1466년 드디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한번 본 사람은 그만 입이 벌어질 정도로 릴라 사원은 웅장함이나 정교함에 있어 따라올 건축물이 없다.

특히 이곳은 500여 년에 걸쳐 오스만투르크 족의 지배를 받는 동안에도 자국의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불가리아인의 정신적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불가리아 지식인들은 후대인이 자국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이곳에서 몰래 어린 수도승들에게 말과 글을 전파시켰다고 한다.

릴라 성당 내부에는 정교한 필치로 성경 내용이 그려져 있다. 사진/ 이헌준 여행가

불가리아 진입은 의외로 쉽다. 터키와 인접한 덕에 이스탄불 공항에서 바로 버스, 철도로 이동 가능하다. 이스탄불은 발칸의 진입도로와 같은 곳으로 인천에서 매일 취항하는 노선이 있다.

화폐 단위는 레바. 1유로는 1.96레바다.

불가리아는 물가가 저렴하여 피자, 케밥의 경우 일인분에 2레바 내외(1,000원)면 충분하다.

Tag
#N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