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여행, 서점에서 시작하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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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여행, 서점에서 시작하는 거 어때요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3.29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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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작가와 작은 책방 베란다북스
베란다북스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으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사진 출처/ 베란다북스 인스타그램

[트래블바이크뉴스] 북촌한옥마을이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여행자가 몰리고 있다. 그런데 북촌에 들를 때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하니 그동안 북촌에는 서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해외 유명 관광지에는 골목이건 광장이건 모두 서점이 있다. 파리, 런던, 뉴욕, 브뤼셀...

그러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북촌에 서점이 문을 연 것이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중앙고등학교 방향으로 200m가량 올라가다보면 작은 책방 ‘베란다북스’(종로구 계동길 120)가 보인다. 베란다북스는 북촌 제2호 서점이다. 인근에 1호 서점인 '무사'가 있다.

책과 사람을 대접하는 그곳, 베란다북스에 가고 싶다. 사진/ 임요희 기자

오픈한 지 정확히 일주일 되던 날 베란다북스를 방문했다. 겉에서 보기만 해도 저절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곳.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자 책이 일렬로 진열된 모습과 함께 은은한 나무 향이 풍겼다.

어린이 방문자를 위해 원목 책꽂이에 아무 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책등보다 앞표지를 보이는 책이 더 많았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곳의 책들은 한 권, 한 권 대접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예술가 부부가 꾸려가는 공간인 만큼 베란다북스는 책 선정이나 배열이 남다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점을 지키는 이는 노준구(36세), 이정아(35세) 부부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노준구 씨는 현재 일러스트 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정아 씨 역시 같은 길을 걷는 예술가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예술가 부부가 꾸려가는 공간인 만큼 책 선정이나 배열에 있어 센스가 남다르다.

“작은 책방인지라 저희가 취급하는 책에는 양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베란다북스는 처음부터 독립출판물, 아트북, 그래픽노블, 진 등 시각예술서적 위주로 장르를 정했습니다.”

노준구 작가의 설명이다. 여기서 진(zine)이란 ‘Magazine’에서 ‘maga’를 뺀 것으로 특정 팬들을 위한 ‘비격식 잡지’를 말한다.

서점은 이곳 주인들의 작업실도 겸하고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과거에는 글보다 그림이 돋보이는 책은 어린이용으로 분류했지만 요즘은 어른도 그림이 많이 들어간 예쁜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책 표지에 그려진 예쁜 그림들로 인해 책방까지 환해지는 느낌이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책인 셈.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서점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희 부부가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오래전, 불가리아 소피아에 갔을 때 아주 예쁜 카페에 들렀어요. 그런데 1층이 서점이었고 커피는 2층에서 팔았죠. 그 일이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서점이란 게 꼭 대형일 필요도 없고 시내에 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노준구 씨의 생각이다.

베란다북스는 독립출판물, 아트북, 그래픽노블, 진 등 시각예술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작은 책방이다. 사진은 노준구 작가의 작품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 임요희 기자

서점은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으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책방 이름도 안과 밖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든 열린 공간인 '베란다북스'로 지었다고.

그는 서점이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모임도 열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준구 작가는 책을 사랑하는 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그런데 왜 하필 북촌인지에 대한 의문에 이정아 씨가 답을 했다.

“사실은 북촌에 올 때마다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뜻 북촌이 번잡할 것 같지만 여기 중앙고 쪽은 생각보다 차분해요. 아이 키우기도 좋고요.”

살 곳을 먼저 고른 후, 집과 가까운 곳에 책방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4살 된 딸이 있다. 엄마아빠가 일하는 낮 동안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 있는다.

노준구 작가의 작품 속 사람들은 다들 뭔가에 열중해 있으며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다. 자료 제공/ 노준구

결혼 후 지금까지 세 차례나 배낭여행을 다녀왔을 만큼 부부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들이 꼽는 최고의 여행지는 '크레타'이다.

“크레타 섬에서 한 달 간 살았어요. 뭐 자유업이니까 컴퓨터 메고 그냥 떠난 거죠. 한동네서 먹고, 자고, 보면서 여유 있게 지냈어요. 아침, 닭 우는 소리에 눈이 떠지는데 어떻게 우리나라와 이렇게 흡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노준구 작가는 여행지 풍경을 즐겨 그린다. 그는 아무리 근사한 풍경에서라도 결코 사람을 엑스트라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림 속 사람들은 다들 뭔가에 열중해 있으며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다. 노준구 작가는 책을 사랑하는 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이다.

노준구 작가 부부는 살 곳을 먼저 고른 후, 집과 가까운 계동길 120에 책방을 열었다. 사진/ 임요희 기자

베란다북스처럼 좋은 사람이 운영하는 서점이 우리나라 골목골목에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서점은 좋은 책으로 채워질 게 틀림없다. 아니, 모든 책은 성격이 다를 뿐 다 좋은 책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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