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은수야! 마을버스 타고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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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은수야! 마을버스 타고 세계여행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3.15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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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놀라운 세계여행기
'마을버스 타고 세계여행 프로젝트'의 캐치 프레이즈는 'Jump new life!'다. 루브르박물관을 배경으로 은수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임택(뒤), 정인수(앞) 씨. 사진 출처/ http://insoo.kr

[트래블바이크뉴스]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다는 마을버스. 높은 인구밀도, 좁은 도로가 마을버스라는 교통수단을 탄생시켰다.

골목골목, 구석구석 승객을 실어 나르던 마을버스가 두 남자를 태우고 세계여행길에 올랐다.임택(57세), 정인수(47세) 씨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2014년 10월 페루에서 출발하여 북남미(시즌1), 유럽(시즌2) 여행을 마친 상태다. 다음 목표지인 아시아(시즌3) 일주를 앞두고 일시 귀국하여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그들을 모처에서 만났다.

일행은 2014년 10월 페루에서 출발하여 북남미(시즌1), 유럽(시즌2) 여행을 마친 상태다. 곧 3차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두 사람과 은수. 사진 출처/ Facebook/nulbo1019

'은수'라는 애칭은 소속회사인 ‘은수교통’에서 따왔다. 12번 마을버스 은수는 혜화역,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종로5가역, 세운상가, 종로3가역을 쳇바퀴처럼 돌며 9년 6개월을 보냈다. 마을버스의 정년은 10년이라고 한다.

그들은 왜 곧 퇴직을 앞둔 마을버스와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었을까.

“은수나 저희나 황혼기에 접어들도록 삶의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았습니다. 충분히 뛸 수 있는데도 은퇴 위기에 놓인 마을버스의 모습이 저희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나이 때문에 활동을 접어야 한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충분히 뛸 수 있는데도 은퇴 위기에 놓인 마을버스의 모습이 저희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사진 출처/ http://insoo.kr

뜻하지 않게 일선에서 은퇴해야 했던 임택 씨의 말이다. 무모한 도전이라며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었지만, 임택, 정인수 씨와 은수는 보란 듯이 세계를 누볐다.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그들의 행로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이라든지 음식에 관한 문제는 사소한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죠.”

로마에 들렀을 때, 도둑이 버스 유리창을 깨고 침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 출처/ Facebook/nulbo1019

임택 씨는 유럽 투어 때 독일에서 벌레에 물리는 바람에 크게 고생을 했다. 치안 부재의 나라에 들르는 경우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도둑이 유리창을 깨고 들이닥치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차내에는 노트북, 카메라와 같은 고가의 장비가 보관되어 있으며, 두 사람의 가방에는 적지 않은 여행경비가 들어 있지 않은가. 실제로 로마에서 도둑이 버스 유리창을 깨고 침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모한 도전이라며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었지만, 임택, 정인수 씨와 은수는 보란 듯이 세계를 누볐다. 사진 출처/ Facebook/nulbo1019
은수는 세계 처음으로 북남미와 유럽을 횡단한 마을버스가 됐다. 사진 출처/ Facebook/nulbo1019

시즌3 아시아 여행을 앞둔 지금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이다. 아시아야 말로 가장 어려운 여행지라는 게 임택 씨의 말이다.

“사람은 입국이 가능해도 차량은 못 들어오게 하는 나라가 많아요. 대표적으로 인도와 중국이 그렇지요. 여차저차 어떻게 차를 갖고 들어왔다고 해도, 도로 갖고 나가는 일이 또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녀야 하는 게 아시아 투어입니다.”

그래도 그들은 이번 여행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최종 목표는 북한을 통해 당당하게 서울로 입성하는 것입니다.” 실현이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임택 씨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장차 사회적 활동가의 삶을 살기로 노선(!)을 정했다. 여행지에서 만나 사람들과는 다 친구가 된다. 사진 출처/ Facebook/nulbo1019

두 사람에게는 남다른 꿈이 있다. 임택 씨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장차 사회적 활동가의 삶을 살기로 노선을 정했다.

“어렵고 힘들수록 큰 세계를 봐야 합니다. 1990년대 우리나라로 유입된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지금 이 나라의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에 머물러 있어요. 그 아이들에게 세계로 나가는 비행기 티켓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추천하는 최고의 여행지는 슬로베니아다. 차분하고 아름다운 나라, 슬로베니아 블래드 인근 지역을 달리는 은수. 사진 출처/ Facebook/nulbo1019

큰돈이 드는 일인데 그게 가능할까?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임택 씨가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저도 힘닿는 대로 마련하겠지만 항공사, 여행사, 기업 등 뜻있는 분들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며칠 후로 예정된 모 항공사 강연에 응하면서 그는 강연료 대신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항공권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에 본인 이름으로 펴내는 책의 인세를 전부 티켓 값으로 기부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세계여행을 통해 이 땅의 40, 50대 중년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다. 시즌3 출발에 즈음하여 정인수 씨의 미소가 환하다. 사진 출처/ http://insoo.kr

정인수 씨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여행작가의 꿈을 실현할 계획이다. ‘사오정 세계일주’라는 이름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저술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 땅의 40, 50대 중년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도 해냈지 않습니까? 10년 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종로 거리를 뱅뱅 돌던 은수도 해냈고요.” 5060버세프(5060 버스 타고 세계여행 프로젝트)의 여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은수 파이팅! 5060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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