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의 곡운구곡은 조선 시대 성리학자인 곡운 김수증이 지촌천의 아홉 구비의 계곡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 9곡 중에서 가장 비경이 뛰어난 곳은 '용담계곡'이라고 불리는 제3곡 신녀협과 제4곡 백운담 사이이다.
용담계곡의 특징은 편상절리가 잘 발달한 넓고 평평한 화강암반석이 제3곡 신녀협과 제4곡 백운담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바닥이 흙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장마가 지나고 나면 맑고 깨끗한 물 아래로 화강암석이 잘 보인다고 한다. 올여름 이곳을 찾을 때면 거대한 화강암석의 자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제3곡인 신녀협으로 내려가기 전 '청은대'라는 이름의 누각이 하나 서 있다. 이는 김수증이 선녀협의 언덕인 수운대를 매월대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곳에 매월당 김시습이 머물렀다고 확신하고 누각을 지은 후 김시습의 호를 따 '청은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옆으로 비스듬히 세워진 소나무 한그루가 청은대와 함께 제3곡을 지키고 있다.
신녀협으로 내려가면 넓적하고 평평한 화강암석이 여행으로 고단한 다리를 쉬어갈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올해는 가뭄이라 물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더위는 사라져 버렸다. 휴가철에는 계곡에 발 담그며, 시원한 제철 과일이 먹고 있는 여행자들의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 곳이다.
제3곡에는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있다. 안전요원은 급류나 깊은 곳에서 물놀이할 경우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 질서를 유지시키는 일을 한다.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팔각정 매점'도 있다. 이곳에서는 닭도리탕, 닭백숙, 수수부꾸미, 전병, 음료수 등을 판매한다.
제4곡 백운담으로 들어가는 길은 56번 국도와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지난해까지 없었는데, 올해 설치를 해 놓았다. 다행히 차량이 많지 않고 안전펜스도 높지 않아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 역시 편상절리 화강암석이 넓게 계곡 바닥에 자리하고 있다. 계곡 주변이 모두 산림으로 뒤덮여 있어 시원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으며, 위로는 푸른 하늘이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암석 주변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이 작은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들린다. 밑으로는 평평하고 넓은 화강암석이 여행자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올해도 인기 높은 휴식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천의 계곡은 곡운구곡과 더불어 화음동정사지도 유명하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위로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돌 위에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다. '저곳을 어떻게 올라갔을까?' 하며 입구에 있는 화음동정사 추정 복원도를 보니 도운교 또는 한래왕교라는 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적혀있다.
화악산 북쪽 기슭에 자리 잡은 화음동정사지는 조선 현종 때 평강현감을 지냈던 김수증이 벼슬을 사직한 후 이곳에 정사를 짓고 살았던 곳. 돌 위에 세워진 정자 이름은 '송풍정'이며, 이곳을 오가기 위해서 도운교라는 다리를 지었지만, 지금은 소실되고 없다. 수풀을 헤치고 들어간 삼일정 앞의 너럭바위에는 성리사상의 표현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가지 도(圖), 서(書)를 새겨 하나의 축소된 음양오행사상과 음양소식관이라는 상수역학을 표현한 곳이다.
화음동정사지의 하늘과 맞닿는 풍경,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계곡 물을 바라보며 정계를 은퇴한 김수증의 은둔생활이 어떠했는지 생각게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