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네시아의 전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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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네시아의 전설을 만나다
  • 조용식
  • 승인 2014.05.13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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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7회를 맞이한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는 괌을 비롯하여 사이판, 마샬군도, 팔라우, 폰베이 등 마이크로네시아의 수많은 섬이 참가하는 괌 최대 규모의 문화 행사이다. 이 축제는 괌정부관광청 뒤편에 있는 조셉 플로레스 주지사 기념공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올해로 27회를 맞이한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는 괌을 비롯하여 사이판, 마샬군도, 팔라우, 폰베이 등 마이크로네시아의 수많은 섬이 참가하는 괌 최대 규모의 문화 행사이다. 이 축제는 괌정부관광청 뒤편에 있는 조셉 플로레스 주지사 기념공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현지취재 = 괌] 오랜 세월 동안 괌을 지켜온 열대나무의 한쪽에는 코코넛 껍질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 옆으로는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괌 원주민 전통배의 마무리 작업을 하는 원주민의 모습이 보인다. 코코넛 줄기를 짜서 만든 돛대는 삼각형의 모양을 내기 위해 날개 부분은 촘촘히 박은 모습이다.

돛대 끝 부분은 대나무 크기만큼의 구멍이 나 있지만, 실용성을 우선으로 만든 것이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돛대에는 'TASI'라는 이름이 크게 적혀 있다. 삶의 터전인 바다로 나서기 위해 바쁜 손놀림을 하는 원주민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 풍경이다.

마이크로네시아의 전설을 만나는 축제의 장 
올해로 27회 맞은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GMIF)'

폰페이(pohnpei), 마샬 군도(Marshall islands) 등 각 섬을 대표하는 전통 공예품, 전통 음식을 소개하는 부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폰페이는 이탈리아 고대도시인 폼페이(Pompeii)와는 다른 곳이다). 그 옆으로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Guam Micronesia Island Fair)의 개막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 차모로족의 전통춤과 공연을 시작으로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가 시작된다. 올해는 '마이크로네시아의 전설들'이라는 주제로 각 분야의 장인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 축제가 시작되는 입구에서는 카라바오(물소)를 타기 위해 많은 어린이가 기다리고 있다. 카라바오를 탄 한 소녀가 등을 쓰다듬으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가 열리는 주지사 기념공원 바로 앞에는 이파오 비치가 있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들이 평화롭기만 하다. 사진 왼쪽 아래는 괌 원주민 전통배를 직접 제작한 원주민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는 괌정부관광청의 뒤편에 있는 조셉 플로레스 주지사 기념공원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이다. 올해로 27회를 맞은 이 축제는 사이판, 마샬군도, 팔라우, 키라바티, 나우루, 폰베이 등 마이크로네시아의 수많은 섬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문화행사이다.

올해에는 '마이크로네시아의 전설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각 분야의 장인과 전문가들이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흥미진진한 전설과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통문화와 공예, 세공, 직물, 무용과 음악, 요리 등 분야별로 장인들이 참가해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차모로족의 전통춤과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을 스케치한 후에는 각 섬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전통음식을 맛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저녁 시간이기도 했지만, 여행자에게 먹거리만큼 관심이 끌리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파티나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 중의 하나인 '차모로 바비큐'는 간장과 식초에 3~4시간 정도 재운 후 석쇠에 구워 내놓는다. 하얗게 연기가 피어오르며 구워지는 바비큐를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넘어간다. 바비큐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레드 라이스이다.

아쵸떼라는 식물의 씨인 아나토에서 얻은 색소로 붉은 빛깔의 밥을 레드 라이스라 부른다.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짭짤한 바비큐를 먹기 위해서는 레드 라이스를 계속해서 먹어주어야 한다. 좀 많이 짜기 때문이다.

얼굴 크기의 칠면조 다리 바비큐를 먹는 여학생
카라바오를 탄 소녀는 긴장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음료와 식사를 준비한 후에는 한쪽에 식사를 할 수 있게 마련된 식당 부스의 테이블에서 만찬을 즐기면 된다. 검게 그을린 바비큐와 레드 라이스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충분했다. 10대로 보이는 여학생이 자신의 얼굴크기의 고기를 들고 맛나게 먹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 괌에서는 스콜이 한 차례 지나가면 무지개가 나타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도시 전체를 뒤덮을 만큼의 커다란 무지개는 투몬 지역의 호텔에서도 보일 정도로 선명하다.

► 수공예품 전문가가 괌을 상징하는 거북이, 전통배 등을 직접 만들어 축제 기간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 마이크로네시아의 전통 먹거리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비큐이다. 축제가 열리는 주지사 공원의 외곽에서는 바비큐를 굽는 손길이 분주하다. 사진 위 오른쪽 사진은 얼굴 크기만한 칠면조 다리 바비큐를 들어보이고 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칠면조 다리 바비큐'라고 한다. "어떻게 저걸 다 먹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다 먹지 못한다. 먹다가 남는 것은 봉지(칠면조 다리 바비큐를 살 때 손잡이용으로 주는데 칠면조 다리가 이 봉지에 쏙 들어갈 정도로 크다)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가서 마저 먹는다고 한다.

때마침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우리가 생각했던 불꽃놀이보다는 미흡했지만, 괌 밤하늘을 수 놓는 불꽃들의 향연이 더욱 기분을 들뜨게 하는 점이 너무나 고마웠다.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해 준 것이다.

3일간 계속되는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 위해 이른 오후에 축제의 현장을 찾았다. 입구에는 카라바오(karabao:물소)를 타는 어린이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다소 긴장한 듯하면서도 카라바오가 움직일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카라바오 탑승을 기다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껏 들떠 있다. 카라바오 탑승은 축제 주변을 돌아보는 짧은 시간이지만, 환하게 웃는 어린이의 모습이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마냥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어하는 표정이다. 탑승료는 3달러.

괌의 토종닭을 들고 나온 젊은 청년, 도마뱀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무료로 해주는 원주민, 스파이더맨 페이스 페인팅을 한 외국인 소년까지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는 괌을 찾는 모든 사람의 축제였다.

축제가 열리는 조셉 플로레스 주지사 기념공원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이파오(Ypao) 비치가 있다. 백사장에 누워 일광욕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신혼부부, 동네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 그리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수영복을 입혀 주는 아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만 느껴지는 풍경이다.

전설, 전통문화 그리고 다양한 음식 경험을 기회
괌을 찾는 여행자에게 멋진 선물이 된 축제 

이파오 비치에서 멀리 '사랑의 절벽'이 보이며, 옆으로는 투몬 지역의 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다. 스콜이 지나간 자리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어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 카약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휴양지에 와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자메이카 레게 밴드인 '이너서클'의 공연이었다. 괌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 밴드의 공연에 수백 명의 관중이 열광을 하며 한껏 흥을 돋우고 있다. 

► 괌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전통 배를 만드는 장인은 매일같이 이파오 비치를 운항한다. 가끔 외국인 여행자가 기념 촬영은 물론 탑승을 할 수 있는 시간도 할애하고 있다. 

► 괌에서 만난 사람들. 1. 스파이더맨 분장을 한 꼬마가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2. 시크하면서도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성이 개막식이 열리는 곳을 주시하고 있다. 3. 축제에서 만난 괌의 소녀들이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고 있다. 4.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부스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부탁하자 흔쾌히 응해주었다. (사진 위로부터 시계방향)

괌의 다양한 음식 문화와 생활 풍습, 그리고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는 매년 열린다. 올해는 마이크로네시아 섬에서 가져온 식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현지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11년, 2012년에 이어 올해도 괌 마이크로네시아 섬 축제를 관람하게 됐다는 김현수 씨는 "마이크로네시아의 작은 섬까지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여행자에게는 원주민의 전통음식을 체험하고, 다양한 공예품 등을 구경하기에 좋은 축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괌 주민들에게 인기 높은 자메이카 레게 밴드인 '이너서클'의 특별공연이다. 축제 마지막 날에 열린 이너서클 공연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뜨거운 젊은이들의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수백 명의 관람객이 이너서클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하는 모습을 연출해 이번 축제에서 가장 뜨겁고 흥겨운 모습을 연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축제 마지막 공연을 함께 본 괌정부관광청 관계자는 "마이크로네시아의 모든 문화와 예술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축제였다"고 평가하며, "내년에는 더 많은 전통 화를 개발해서 마이크로네시아 사람들은 물론 괌을 찾는 여행자에게 더 멋진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일간의 축제는 마이크로네시아에 흩어져 있는 섬들의 전설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전통 문화,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순박하면서 활기 넘치는 그들을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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