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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성지하믄 부산 아잉교”시티투어 버스 타고 떠난 ‘해운대 송정’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8.14 16:34
부산 송정해수욕장은 전국 서핑인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부드러운 모래에 부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며 서퍼들은 해수욕과 함께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부산은 억울하다. 서핑 성지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요즘은 서핑 하면 강원도 양양의 죽도해변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 땅의 서핑은 원래 부산에서 기원했다. 부산의 허다한 해수욕장 중에서도 송정해수욕장이 성지로 통한다.  
  
송정 바다에는 여전히 많은 서퍼들이 찾아든다. 그 중 약 70%가 7, 8월에 몰린다. 지난 10일 부산역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곳엔 튜브를 탄 물놀이객보다 널빤지 같은 서핑보드 하나에 의지한 채 파도에 몸을 맡긴 서핑족이 많았다.

지난 10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 갔다. 이 곳에선 서핑을 배우고 싶은 초보자도 장비를 빌리거나 강습을 받은 후 서핑을 할 수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송정해수욕장의 서핑 인프라는 좋은 편이다. 서핑숍이 20여 군데에 달하는 이곳엔 겨울에도 제주도 다음으로 따뜻한 수온이 유지되고, 늦여름과 초가을엔 2m 이상의 높은 파도가 생긴다. 송정 외에도 부산엔 광안리 해변에 4곳, 다대포 해변에 3곳의 서핑숍이 있다.

서핑을 마친 뒤엔 송정 커피거리에 가도 좋다. 이날 커피거리엔 해안가를 따라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물론이고 특색 있는 커피숍들이 여럿 보였다. 푸른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니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듯했다. 

동해남부선의 간이역, 옛 송정역. 1960년대부터 해운대, 경북 경주 등을 찾는 낭만적인 철길로 각광을 받았다. 사진/ 이혜진 기자

해수욕장 주변에는 지금은 선로가 걷힌 동해남부선의 옛 송정역이 있다. 송정에는 부산과 경주를 잇던 동해남부선 열차가 지나던 단선 폐철로가 남아있다. 철로 복선화로 해안가의 단선 철길이 폐선되면서, 1941년에 지어졌다는 옛 송정역도 문을 닫았다. 

이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면이 책을 펼쳐서 엎어놓은 모양의 박공지붕인데, 그 중심선을 맞추지 않고 왼쪽으로 치우친 모양이었다. 박공과 출입문 캐노피 사이에 세 쪽의 작은 창이 있는데 이 또한 왼쪽으로 치우치게 했다. 일탈이고 파격이다. 사람으로 치면 입 한쪽을 씩 올리며 반갑게 웃는 모양같다. 

부산 송정역 건물. 정면이 책을 펼쳐서 엎어놓은 모양의 박공지붕인데, 그 중심선을 맞추지 않고 왼쪽으로 치우친 모양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철길 옆에 있는 노천대합실(1967년 건축)도 눈여겨보니 재밌다. 천장의 삼각 트러스와 기둥 윗부분의 장식이 특히 매력적이다. 아르누보 스타일 철제 장식으로 고품격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송정에서 긴 백사장 너머의 구덕포를 지나 청사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은 한적한 어촌 풍경의 모습 그대로다. 청사포에서 고개 하나만 넘어가면 세련된 카페 일색의 달맞이길과 마천루 숲인 해운대인데도 그렇다. 부산 근교에서 이런 풍경이 남아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방파제로 둘러쌓인 구덕포어항. 아름다운 어항인 청사포, 구덕포를 끼고 도는 동해남부선 미포∼송정 폐선구간은 훼손되지 않은 수려한 해안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구덕포에는 용비늘소나무가 있다. 포구 안쪽의 주택가에 있는 수령 300년이 넘은 소나무로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다. 소나무는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용비늘을 연상케 하는 두껍고 큰 나무껍질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둥치부터 가지까지 바위에 촛농처럼 흘러내리듯 온몸을 뒤튼 나무의 형태다. 나무의 모습이 어찌나 그로테스크한지 ‘독특하다’는 말보다 ‘기이하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구덕포에서 옛 동해남부선 철길에 조성 중인 ‘그린레일웨이’를 따라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이내 청사포다. 청사포에는 바다 위 20m 높이를 걸을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놓여 있다. 바다 위로 이어지는 다리에다 강화유리 투명바닥을 설치한 ‘다릿돌전망대’다. 유선형의 전망대는 위에서 보면 유연하게 굽어 있는데, 청사포에 전해지는 뱀의 전설에서 착안한 것이다. 

부산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포구인 청사포에 갈 수 있다. 이곳은 달맞이 아래 있는 작은 포구로 예로부터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 이혜진 기자

청사포 지명의 ‘청사(靑沙)’는 ‘푸른 모래’라는 뜻. 이름만으로도 곱디고운 모래 해변과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본래 지명에는 ‘모래 사(沙)’가 아닌 ‘뱀 사(蛇)’ 자를 썼다. 청사포란 ‘푸른 뱀의 포구’였다는 것이다. ‘푸른 뱀’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전설은 진부하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여인을 가엾이 여긴 용왕이, 여인에게 푸른 뱀을 보내 용궁으로 불러서는 죽은 남편을 만나게 해주었다는 얘기. 식음을 전폐한 여인이 바닷가 바위에서 죽고 당산을 지키는 ‘골맥이 할매’가 됐다는 좀 더 창의적인 버전도 있다. 

바다 위로 길게 나간 다릿돌전망대의 형상은 전설 속의 ‘푸른 뱀’을 상징하는데, 뱀이 삿된 욕망을 상징해서일까, 정작 전망대 안내판에는 전망대가 상징하는 대상을 ‘푸른 뱀’ 대신 ‘푸른 용’으로 적어놓았다. 그게 뱀이든 용이든, 전망대에 오르면 청사포 일대의 해안 경관과 송정해수욕장의 백사장까지 눈에 다 들어온다. 

이혜진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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