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마츠야마’에서 나스메 소세끼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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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여행 ‘마츠야마’에서 나스메 소세끼를 추억하다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8.12.19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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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히메 현의 자랑 ‘봇짱열차’와 ‘도고온천’
마츠야마 명물,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노면전차. 사진/ 임요희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마츠야마/ 임요희 기자]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은 이제 그만!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여행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일본여행에 있어서도 오사카, 도쿄에 집중되던 여행인구가 서서히 소도시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일본 소도시의 아름다움은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최근 에히메 현(愛媛県)의 마츠야마(松山)가 주목을 끌고 있다. 마츠야마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가 중학교 교사 시절을 보낸 곳으로 소설 ‘도련님(봇짱, 坊っちゃん)’의 무대이다.

소설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차림의 승무원이 승객을 맞이하는 봇짱열차. 사진. 임요희 기자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쓰메 소세끼의 소설 ‘도련님’에는 메이지 시대의 마츠야마 거리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최근 방문한 마츠야마는 1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당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마츠야마 명물로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노면전차가 있다. 트램이라 부르는 노면전차는 서울 시내에서는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일본 18개 도시에는 여전히 운행 중이다. 마츠야마에 들어서면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주황색 노면전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마츠야마에는 특산품 '귤'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이 있다. 사진은 즉석 귤주스 자판기. 1잔에 300엔. 사진/ 임요희 기자

‘봇짱열차’는 1888년부터 1954년까지 운행되던 증기열차를 21세기 들어 디젤 엔진으로 개량 복원한 것으로 일반 트램과 달리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소설 속 ‘봇짱’도 하숙집에서 도고온천까지 작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다녔다.

소설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차림의 승무원이 승객을 맞이하는 봇짱열차는 관광열차면서 실질적인 이동수단이다. 봇짱열차로 도고온천을 찾아가는 일은 마츠야마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만큼 반드시 경험해야 할 코스이다.

봇짱열차 종점에는 3000년 역사의 도고온천이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봇짱열차 종점에는 3000년 역사의 도고온천(道後温泉, どうごおんせん)이 있다. 일본 황실 전용욕실이 있을 만큼 도고온천의 권위와 명성은 일본 내에서 알아준다. 참고로 우리나라 아산시 도고면에도 도고온천이 있지만 이름만 같을 뿐 두 온천은 관계가 없다.

일본인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온천이다. 도고온천 일대에서는 유카타를 입고 목욕바구니를 든 행인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소설 속 ‘봇짱’도 매일 빨간 수건을 들고 도고온천을 찾았다.

일본 황실 전용욕실이 있을 만큼 도고온천의 권위와 명성은 일본 내에서 알아준다. 사진/ 임요희 기자

도고온천에는 ‘타마노유(령의 온천)’와 ‘카미노유(신의 온천)’ 욕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밖에 개인실, 2층석 등 4개의 입욕코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목욕을 끝낸 후에는 유카타를 입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게 순서다.

휴식 중 방문객은 숯불에 정성스레 끓인 차나 차가운 우유, 봇짱 당고 등의 간식을 함께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게 보통이다. 그밖에 일본 유일의 황실 전용 욕실 유신덴(yushinden), 나쓰메 소세키가 사용했던 ‘봇짱의 방’을 견학할 수 있다.

목욕 후 마시는 시원한 우유 한 병. 온천장에서의 우유나 차 음용은 일본 온천문화의 한 일면이기도 하다. 사진/ 임요희 기자

아울러 도고온천 본관에서 도고온천역까지는 아케이드로 이어져 또 하나 볼거리를 제공한다. 봇짱 경단, 에히메 특산품 귤 말고도 다양한 수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다.

쇼핑거리가 끝나는 호조엔 광장에는 ‘봇짱 카라쿠리 시계탑(坊っちゃんカラクリ時計)’이 있다. 매시 정각이면 ‘봇짱’의 등장인물 인형이 튀어나와 흥겨운 무대인사를 건네는 이곳에서 인증사진 한 장씩 남겨보자.

마츠야마성의 하이라이트 천수각. 사진/ 임요희 기자

마츠야마 관광은 문학기행을 넘어 근대기 이전 전국시대 유적 답사로 이어진다. 도고온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마츠야마성(1627년)은 히메지성, 와카야마성과 함께 일본 3대 평산성에 꼽힌다.

평산성은 산성과 평지성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로, 평지 한가운데 구릉에 터를 잡아 도시 전체를 요새화하되 외부와의 교류가 쉬운 것이 특징이다.

당대 뛰어난 무장이었던 가토 요시아키(加藤嘉明)가 25년에 걸쳐 해발 132m 가쓰 산에 건축한 이 성은 상층부로 항하면서 혼마루, 니노마루, 산노마루 형태를 띤다.

도보로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지만 중간성인 니노마루까지 로프웨이와 체어리프트를 운행하므로 스릴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다. 로프웨이 이용료는 왕복 510엔(한화 약 5100원)

마츠야마성에서 맛보는 귤 토핑 아이스크림. 일본은 특산품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으로 가공한다. 사진/ 임요희 기자

마츠야마성의 하이라이트는 천수각이다. 천수각(天守閣, 덴슈가쿠)이란 일본 성의 독특한 건축형태로 전쟁 시 지휘관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마츠야마 성 천수각에 오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데도 찾아가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적을 교란하기 위해 일부러 길을 헷갈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천수각 망루에 오르면 마츠야마 시내는 물론 이시즈치 산맥부터 세토 내해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마츠야마성 일대는 3월말부터 4월 초에 걸쳐 벚꽃이 일제히 개화해 장관을 연출한다. 이때를 기해 매년 4월 초 토, 일요일을 중심으로 봄축제가 펼쳐진다.

10월이면 ‘일본의 에게 해’로 불리는 세토 내해에서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 ‘사이클링 시마나미’가 개최된다. 사진/ 임요희 기자

아울러 2년에 한번 10월이면 ‘일본의 에게 해’로 불리는 세토 내해에서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 ‘사이클링 시마나미’가 개최된다.

6개의 섬을 연결한 교각과 도로를 번갈아 달리며 세토 내해의 섬들의 문화적 자산과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 관건인 이 대회는 지난 10월 28일(일) 개최되어 26개국, 7000명의 라이더를 한 자리로 불러들였다.

30km에서 140km를 자기 페이스로 달리면서 세토 내해의 풍경을 감상하는 일은 어느덧 전 세계 라이더의 소망으로 자리 잡았다.

마츠야마 맛집으로 꼽히는 일본요리 전문점 ’스시마루’. 사진/ 임요희 기자

마츠야마 가볼만한 식당으로 일본요리 전문 ’스시마루’(すし丸)가 있다. 오전 11시에 오픈해 오후 10시까지 손님을 받는다.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 있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이탈리안 식당 츠케로(ズッケロ)도 적극 추천한다. 와인과 함께 맛보는 스테이크 요리가 일품. 오후 12시에 오픈해 자정까지 영업한다(12시부터 16시 30분까지는 카페 메뉴만 가능), 주말(금,토,일)에는 1시간 연장 영업.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있으며 화요일 휴무이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이탈리안 식당 츠케로. 마츠야마 맛집 중 한 곳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제주항공에서 인천-마츠야마 노선을 주 5편 운항한다. 마츠야마 시내는 노면전차 1일 무제한권을 구매하는 게 이득이다. 성인 기준 600엔(6000원). 봇짱열차는 1회 편도 요금이 800엔(8000원)이다.

한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 히로시마로 이동한 후, 마츠야마 행 페리로 갈아타도 된다. 도쿄에서 하루나 이틀 놀다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의 여행도 감행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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