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바이크뉴스] 한국의 볼료냐를 표방하며 서울시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성수동 수제화 거리. 원래 성수동은 1970년대 경제개발 붐을 타고 가죽공장 등 크고 작은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곳이다.
이후 3천 개에 달하는 수제화 공장과 부자재 점포가 거리를 메우게 되었고 2012년부터는 수제화 특구로 지정되어, 트렌디한 수제화 거리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은 구두테마역으로 전철역사라기보다 구두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공간이다. 서울시는 역사 내 1·4번 출구에 다양한 조형물과 게시판을 설치, 구두의 어제와 오늘을 살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리 상자 안에 실제 구두를 전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그림 자료를 통해 구두의 제작공정을 보여준다. 일반 박물관처럼 비디오 상영 구간이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 그밖에 성수동에 위치한 구두공방과 매장 지도를 게시, 이곳을 찾는 여행자가 어렵지 않게 일대를 돌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성수동 1번 출구로 나오면 ‘서울 성수동 수제화 타운(SSST)’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수제화 25개사가 조합을 결성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매장으로 디자인과 마케팅, 판매가 한 곳에 이루어지기에 저렴한 가격에 맞춤 수제화를 구입할 수 있다.
날렵한 느낌의 족형 느낌을 살린 페니 로퍼 스타일의 남성화를 비롯하여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제작한 수제화를 원 없이 만날 수 있는 곳. 장인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수제화를 이태리 명품의 10분1 가격으로 살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 건너편이자 성수역 아래층에 해당하는 자투리 공간에는 구두 공동판매장인 ‘프롬SS’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에서 컨테이너를 설치, 인근 지역에 공방을 열고 있는 구두 장인에게 저비용으로 임대를 주었다.
소비자는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구두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구두 장인은 보다 가까운 곳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곳의 장점은 매장마다 스타일이 다른 구두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1호 매장의 선전에 힘입어 이번 달에는 ‘프롬SS’ 2호 매장이 추가로 오픈했다. 성수역에서 뚝섬 가는 방향에 위치한 2호 매장에는 13개 점포가 입점, 구두 장인의 진검 승부를 펼쳐 보이고 있다.
성수동 브루클린을 표방하는 ‘대림창고’는 인더스트리얼 카페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너른 공간에 덜렁 테이블 몇 개를 늘어놓은 이곳은 카페라기보다 팝아트 갤러리에 가까워보인다.
제목을 짐작하기 어려운 대형 조형물과 선반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심플한 그림이 노출 콘크리트 내벽과 어우러져 더할 수 없이 환상적이다. 천정으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자연광 역시 국내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멋진 공간감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이곳 성수동 매장에서 샵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평소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신사, 숙녀가 주 고객이지만 휴일이면 데이트에 나선 젊은 층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의외로 싼 가격에 놀라 그 자리에서 구두를 몇 켤레 씩 사가는 손님도 있다고.
배가 출출하면 1번 출구에서 몇 발짝 거리에 있는 족발 골목으로 향하자. 국내 다양한 족발 체인점이 입점해 있는 이곳의 핫플레이스는 뭐니뭐니해도 ‘성수족발’이다.
여의도 용설족발, 시청 뒤 오향족발, 장충동 할머니 족발과 더불어 서울 4대 족발 명가로 불리는 성수족발은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유명하다. 한 입 베어물면 혀 위에서 콜라겐이 대폭발,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늘 대기자가 줄을 서있어 허기진 사람은 못 기다리고 포기하는 성수족발은 성수동에 족발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이기에 성수동은 주거지로도 촉망 받는 곳이다. 멀지 않은 곳에 서울숲이 있어 저녁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서울숲은 영국 하이드파크, 뉴욕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서울 시민의 휴식처로 개발하고자 서울시가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한강변에 조성한 근린공원이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생명의 숲, 시민과 함께 만드는 참여의 숲, 누구나 함께 즐기는 기쁨의 숲이 캐리프레이즈인 만큼 요즘 같이 해가 긴 봄철, 저녁 시간을 보내기 좋다.
수제화도 구경하고, 족발도 먹고, 서울숲도 산책하고 1석3조인 성수동.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고 지역적으로 명소가 흩어져 있어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는 게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