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 돈으로 요트 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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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 돈으로 요트 탔지 말입니다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4.19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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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한강에서 요트타고 즐긴다
일 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나라에 요트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 출처/ www.pixabay.com

[트래블바이크뉴스] 요트, 하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부자들의 놀이라고 생각하는가.

요트의 대중화를 점치는 데는 국민소득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5천 달러면 요트 문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3만 달러에 이르면 완전히 대중화된다는 것이다.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나라에 요트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요트라고 하면 부산, 제주 등지에서 6~7만 원은 들여야 탈 수 있는 스포츠였다. 4인 가족 30만 원 가까이 들었던 스포츠를 이제 영화 볼 돈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강 서울마리나 요트 계류장에서는 일 인당 15,000원만 받고 한 시간 요트 체험을 제공한다.

인태남 씨는 서울시 공무원을 은퇴한 후 요트 운항사 면허를 취득, 정식 스키퍼가 되었다. 사진 임요희 기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60대에 접어든 각계 은퇴자들이 협동조합을 결성, 14대의 요트를 임대하여 직접 휠을 잡았기 때문이다. 기자를 안내했던 인태남(62) 씨는 요트 운항사 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 국민안전청에서 발급하는 요트 운항사 면허를 취득, 정식 스키퍼가 되었다.

자, 요트를 타고 한강 일대를 누벼보자. 당산철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구간까지 항해가 가능하며 부근의 절두산성지, 당인리발전소, 국회의사당, IFC빌딩, 여의도 쌍둥이빌딩, 63빌딩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단, 다리 높이가 낮아 요트의 미스트가 걸리는 양화대교와 한강철교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요트 하부에는 배 무게의 3분의1에 해당하는 킬이 있어 결코 뒤집히지 않는다. 돌풍에 배가 45도 이상 기우는 순간 황급히 돛을 감아올리는 인태남 씨. 사진 임요희 기자

선박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요즘, 요트는 안전할까. 인태남 씨의 대답을 들어보자.

“안전 문제는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트 하부에는 배 무게의 3분의1에 해당하는 킬(keel)이 있어 66.7도까지 기울어도 결코 뒤집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일정한 바다 항해에 반해 한강은 바람의 세기가 일정치 않고 가끔 돌풍이 불어 운항이 까다롭다고 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돛을 풀었다 놓았다 하는 등 요트 운항에 들어가는 체력적 소비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취재에 나선 날은 바람이 몹시 세서 요트가 45도 이상 기울기도 했다. 요트 운항이란 게 가만히 서서 휠만 잡는 게 아니라 바람, 물과 싸우며 맞춰주며 진행하는 일이었다.

바로 그런 데 요트의 묘미가 있다고 인태남 씨는 말한다.

한강 서울마리나 요트 계류장에서는 일 인당 15,000원만 받고 한 시간 요트 체험을 제공한다. 사진 임요희 기자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요트는 달리고 빌딩 숲은 점점 멀어진다. 강 한가운데 오자 세상이 말할 수 없이 고요해진다. 엔진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찰박찰박하는 물소리뿐.

“세일 요트는 동력으로 가는 게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가는 겁니다. 출항 시나 계류장에 접안할 때만 잠시 엔진을 가동할 뿐이죠.”

소음공해는 물론 대기오염도 발생하지 않고 기름 냄새도 나지 않는 게 요트라고 인태남 씨는 말한다. 쾌적, 여유, 편안함이야말로 요트가 지닌 가장 강력한 매력이다.

서울마리나에서 바라 본 국회의사당.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를 이용, 국회 정원을 통과하여 북문으로 나오면 바로 요트 계류장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그렇다면 보트와 요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인태남 씨에게 물었다.

“보트는 돛이 달리지 않은 조각배의 통칭입니다. 반면 요트는 돛을 이용, 바람의 힘을 이용해 속도를 냅니다.”

기자가 탄 27피트 요트는 줄곧 2~3노트의 속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바람이 셀 때는 10노트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바람의 힘으로 가는 게 그랬다.

4인 가족 30만 원 가까이 들었던 스포츠를 이제 영화 볼 돈이면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진 임요희 기자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요트는 달리고 빌딩 숲은 점점 멀어진다. 강 한가운데 오자 세상이 말할 수 없이 고요해진다. 사진 임요희 기자

요트는 자동차와 달리 엔진의 힘이 아닌 선체의 길이로 구분한다. 32피트 요트에는 스키퍼(선장)를 포함하여 12명의 인원이 탑승 가능하다. 맥주와 같은 주류의 반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배를 임대하여 하루 종일 놀 수도 있다.

생일 혹은 기념일을 맞아 가족들과, 친구들과 요트 안에서 하루 동안의 파티를 즐겨보자. 선실이 넓어 10여명의 인원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으며 그 외 화장실, 침실, 주방 등 부대시설이 완벽히 갖추어져 있어 생활하는 데 조금도 불편이 없다.

생일 혹은 기념일을 맞아 가족들과, 친구들과 요트 안에서 하루 동안의 파티를 즐겨보자. 사진 임요희 기자

지루할 즈음 갑판을 드나들며 바람을 쐬거나 경치를 구경하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요트 파티는 생애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루 동안의 추억을 사는 비용은 36만 원이다.

서울마리나에 오려면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를 이용, 국회 정원을 통과하여 북문으로 나오면 된다. 2호선을 이용할 시 당산역 4번 출구 앞 토끼굴을 통과한 후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고 강변을 따라 걸으면 바로 서울마리나다. 휴무는 없고 오전 11시에서 밤 9시까지 운행한다.

기타 문의는 서울요트조합(02-761-129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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