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까를교 위에서 삶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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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까를교 위에서 삶을 생각하다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4.0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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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프라하여, 영원하라
천년고도 프라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사진 출처/ 프라하관광청

[트레블바이크뉴스] 까를교, 프라하 성, 바츨라프 광장, 블바타 강,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프라하(Praha)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중 하나이다.

들꽃이 무리지어 핀 봄날, 꿈의 도시 프라하에 15년째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구용준(58세) 화백을 만나봤다.

그는 블바타 강의 석조다리 위에서 프라하 체류를 결심했다고 한다. 작가 구용준이 서 있던 다리는 그 유명한 까를교다. 까를교는 세계문화유산인 프라하 구시가지와 프라하 성을 연결하는 다리로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교각이다.

다리 난간에 서 있는 동상으로 유명한 까를교. 성서 속 인물을 비롯하여 체코의 성인 등 30명의 인물이 까를교 난간에 서서 여행자를 내려다본다. 사진 출처/ 프라하관광청

“다리가 지닌 철학적 함의는 연결과 소통, 전환입니다. 다리는 깊고 넓은 강을 건너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널 수 있게 해주죠.”

작가 구용준에게 까를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닌 한국과 체코 사이의 아주 긴 다리인 셈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또 하나를 얻게 되는 걸까. 한국에서 연극인의 삶을 살았던 그는 이곳 프라하에서 새로이 미술작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2012년에는 프라하 소재 ‘갤러리 도미노’에서 개인전도 가졌다.

카를교의 상징은 다리 난간에 서 있는 동상들이다. 성서 속 인물을 비롯하여 체코의 성인 등 30명이 까를교 가장자리에 서서 여행자를 내려다본다.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에 왠지 우리의 삶이 관통 당하는 느낌이다.

까를교를 가리켜 체코 감독 카렐 파섹(Karel Vacek)은 “프라하 성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칭송했다. 까를교는 현재 수많은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햇볕이 좋은 날 구용준 작가는 스케치북을 들고 프라하 거리로 나선다. 저 멀리 천 년에 걸쳐 지어진 프라하 성이 보인다. 그림/ 구용준
구시가지에서 까를교를 건너면 말로스트란스카 거리가 나타난다. 말라스트란스카 지역의 오래된 건물 사이에 있는 이 골목길은 체코에서 가장 좁은 길이다. 사진 출처/ 프라하관광청

구 화백을 따라 프라하의 유태인 공동묘지로 발길을 돌려보자. 프라하 3구역, 유태인 묘역은 세계의 대문호 카프카가 잠든 곳이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카프카의 묘역은 소박하기 그지없어요. 아이비 덩굴이 땅바닥을 기며 무덤을 덮고 있고, 여행자들이 놓고 간 시든 꽃 몇 송이가 쓸쓸함을 더할 뿐이죠. 그런 고적함이 좋아 몇 시간씩 카프카 무덤 맞은편 벤치에 몇 시간씩 앉아 있곤 하죠.”

구시가지 한복판, 주황색 지붕에 에워싸여 있는 바츨라프 광장은 1960년대 ‘프라하의 봄’의 배경이 됐던 장소다. 그림/ 구용준

이와 대비되어 비셰흐라드 언덕에 있는 예술가 묘지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곳에는 드보르작을 필두로, 내로라하는 체코의 예술가들이 묻혀 있다.

노을 지는 저녁, 블타바 강과 저 멀리 프라하 성의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젖어본다. 돈 많은 사람은 음악을 하고 가난한 사람은 글을 쓴다는데, 이곳 프라하도 예술의 상식적인 풍속도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한 듯하다.

바츨라프 광장의 상징인 자연사박물관. 역사는 그날의 봄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림/ 구용준

구시가지에서 까를교를 건너면 프라하 성, 말로스트란스카 거리가 나타난다. 이곳 언덕에는 체코의 국민시인 네루다의 이름을 따서 ‘네루다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네루다 언덕 좌우에는 앙증맞은 상점과 카페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여행자를 맞이한다.

그중 맘에 드는 곳에 들러, 진한 에스프레소나 쌉쌀한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한 잔을 음미하는 것도 좋을 일이다.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보헤미안 맥주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술이다.

'프라하의 봄'이란 소련 등 바르샤바 조약군에 의해 자유화운동이 짓밟히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사건이 일어난 바츨라프 광장의 구시청사 건물. 사진 출처/ 프라하 관광청

프라하 성이 완공된 것은 200년 전의 일로, 무려 천 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신비한 힘의 소유자인 리부셰 공주가 “하늘을 찌를 영광을 누릴 큰 도시가 있으리라” 예언한 곳에 프라하 성은 세워졌다. 이곳에서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 성, 소송 등의 작품을 남겼다.

프라하 성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트성당 꼭대기에 오르면 블타바 강 너머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주황색 지붕에 에워싸여 있는 바츨라프 광장은 1960년대 ‘프라하의 봄’의 배경이 됐던 장소다.

신비한 힘의 소유자인 리부셰 공주가 “하늘을 찌를 영광을 누릴 큰 도시가 있으리라” 예언한 곳에 프라하 성은 세워졌다. 그림/ 구용준

프라하의 봄이란 소련 등 바르샤바 조약군(軍)에 의해 자유화운동이 짓밟히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역사적인 사건을 상기시키려는 듯 이곳 시계탑에서는 매 시각마다 인형들의 춤이 시작되어 구경꾼을 불러 모은다.

화가 구용준 씨는 프라하 거주 15년 차다. 사진 제공/ 구용준

이슥한 밤, 이방인들은 우르켈을 마시기 위해 뒷골목으로 향하고, 작가 구용준은 홀로 까를교 위에 선다. 몽롱한 도시의 잔상이 물 위에 어리는 밤, 그는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인천에서 프라하까지 직항 편이 개설돼 있다. 유럽 내에서는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독일 뮌헨이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발하면 가깝다. 체코는 유로 사용국이 아니다. 은행에서 크라운 혹은 꼬룬이라 불리는 체코 화폐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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