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여행’ 전국 확대에 쓴소리…예산 구조·생활인구·데이터 인프라까지 전면 재설계 주문

[트래블바이크뉴스=김효설 기자] “관광은 사람을 모으는 이벤트가 아니라, 돈이 돌게 만드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주민이 웃지 않는 ‘반값’은 결국 허상입니다.”
대한민국 지역 관광의 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강진 반값 여행’. 그 설계자이자 실행 책임자였던 임석 전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가 정부의 ‘반값 여행’ 전국 확대 정책을 향해 직설적인 경고를 내놨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강진 모델’을 기반으로 전국 20개 지자체에 ‘지역사랑 휴가지원(반값 여행)’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장 설계자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까웠다.
“할인이 아니라 ‘돈이 도는 구조’…강진은 시스템으로 승부했다”

임 전 대표는 ‘반값 여행’의 본질을 단순 할인 정책으로 보는 시각을 강하게 반박했다.
“강진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관광객이 쓴 돈의 일부를 지역 화폐로 돌려주고, 그 돈이 다시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설계한 겁니다.”
실제로 강진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 페이백 방식을 통해 예산의 외부 유출을 차단했다. 관광객은 혜택을 받지만, 그 소비는 다시 지역 상인과 주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다.
그는 이 구조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설계의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반년 이상 준비했습니다. 시스템 없이 ‘반값’만 따라 하면 결국 돈만 새는 정책이 됩니다.”
“관광객을 돈 주고 사 온다고?”…기존 인센티브의 한계

기존 지자체 관광 정책의 핵심이었던 ‘단체관광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그는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원래 인센티브는 ‘포상’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행 가격을 깎는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결국 여행사만 힘들어지고 시장은 망가집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인센티브가 가격 경쟁을 유도하면서 산업의 수익 구조를 무너뜨리는 ‘독’으로 작용해 왔다.
임 전 대표는 강진에서 이 구조를 과감히 뜯어고쳤다. 여행사 중심이 아닌 개별 자유여행객(FIT) 중심으로 전환하고, 행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왜 모든 관광객과 업체를 잠재적 부정 사용자로 봐야 합니까? 규제를 낮추니 시장이 살아났습니다.”
“3:7 예산 구조?… 인구 소멸 지역엔 ‘벌칙’ 수준”

정부 정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공모사업은 국비 3, 지방비 7의 매칭 방식이다. 이에 대해 그는 “현실을 모르는 설계”라고 단언했다.
“7억 원을 낼 수 있는 인구 소멸 지역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 건 지원이 아니라 경쟁을 강요하는 구조입니다.”
그는 최소 5:5 이상의 예산 구조로 재설계해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옆 동네도 고객이다”…생활인구 개념의 재정의

‘생활인구’ 개념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행정은 자꾸 선을 긋습니다. 하지만 관광은 반대입니다.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
임 전 대표가 정의한 생활인구는 단순 체류 기준이 아닌 ‘지갑을 여는 사람’이다.
“장흥 사람이든 해남 사람이든 강진 와서 돈 쓰면 고객입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순간 마케팅은 죽습니다.”
그는 인근 지역까지 포함하는 ‘이기적 마케팅’이야말로 지방 관광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복제는 실패한다”…전국 확산 정책의 함정

강진 모델의 전국 확산에 대해 그는 가장 큰 위험으로 ‘무분별한 복제’를 꼽았다.
“껍데기만 따라 하면 실패합니다. 지역마다 정체성과 구조가 다릅니다.”
실제로 ‘일주일 살기’ 등 유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지만 성공 사례가 드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준비 없이 따라 하면 결국 예산만 소진하는 ‘보고용 사업’으로 끝납니다.”
“비전문가 관광정책, 현장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지역 관광 조직 운영 구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관광은 전문가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비전문가가 요직을 맡고 정책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DMO(지역관광추진조직)가 행정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우려하며,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돈이 아니라 ‘데이터 고속도로’”

임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정부 역할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
“지자체에 돈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데이터입니다.”
금융·통신 등으로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해 지자체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초 지자체가 빅데이터 시스템까지 직접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판’을 깔아줘야 합니다.”
“모두가 웃는 관광만이 살아남는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관광의 본질’을 다시 강조했다.
“관광은 주민, 관광객, 사업자가 함께 웃어야 지속됩니다. 한쪽만 이익 보는 구조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강진 반값 여행’은 단순한 할인 정책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하나의 설계된 시스템이었다.
정부의 ‘반값 여행’ 전국 확대가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이 본질을 얼마나 이해하고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겉모습을 베끼는 정책이 될지, 지역을 살리는 진짜 해법이 될지—지금이 그 분기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