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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 원으로 제주도에 8억 원 짜리 펜션 지었어요"6년째 우수관광사업체 제주 '천상의 노을'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7.22 14:26
지난 2018년 제주도 '우수관광사업체'에 선정된 펜션 '천상의 노을' 전경.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이영근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 그러나 건축기술사에게 잘 지은 건물로 인정받았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제주/ 이혜진 기자]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후 반일 정서가 확산되면서 일본여행을 대체할 국내여행 숙박상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2일 여행 및 숙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야놀자의 7월 1~19일 국내 숙소 예약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특히, 고급 호텔과 펜션 예약비중이 75% 늘었다.

지난 9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가 선정한 ‘우수관광사업체’에 다녀왔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에 위치한 ‘천상의 노을’이다. 김재복 대표와 그의 남편 이영근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날 오후 이영근 씨와 약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어떻게 5천만 원으로 8억 원 대의 펜션을 지을 수 있었을까. 또 건축 전공이 아닌데도 펜션 설계를 직접 도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의 펜션은 어떻게 수 년 간 우수관광사업체에 선정됐을까. 

지난 9일 제주도 '우수관광사업체'에 선정된 펜션 '천상의 노을'에 갔다. 1층 식당 내부에서 오전 9시까지 조식을 먹을 수 있다. 전날 예약하면 전복죽도 먹을 수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Q. 원래 건축 전공하셨나.
A. 아니다. 건축 전공한 사람들이 하는대로 펜션을 설계하면 다른 펜션들처럼 지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이 (설계)한 것은 하나도 마음에 안 들더라. 우리 펜션은 (객실마다) 같은 구조가 하나도 없다. 어떤 전문가가 이렇게 해주겠나. 

Q. 그렇게 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들 텐데.
A. 비용도 그렇지만 일반 집보다 설계가 훨씬 복잡하다. 최근에 친구의 집을 설계해준 적이 있는데 건축사무소 4군데서 다 못하겠다고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전형적인 사각형 건물로 지었다.

'천상의 노을' 객실 내부. 호텔 등 일반 숙박업소보다 천정이 훨씬 높은 것이 특징이다. 매트리스가 두꺼워 쾌적한 수면을 할 수 있다. 창밖으로는 애월해안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 이혜진 기자

Q. 친구 집도 펜션인가.
A. 그건 아니고 제주도에서 수석 전시관을 한다고 하더라. 2층은 카페, 3층은 자기 집 이렇게 한다고 했다. 250~300평쯤 된다. 

Q. 이 펜션 설계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A. 설계법을 배우고 연습하는데 1년 걸렸다. 그리고 건물 짓는데 1년 걸렸다. 여기 같이 살자고 하는 (전 직장) 동료들과 후배들이 있어서 신중하게 지었다. 그런데 지금 그 친구들이 안 오고 있다. 육지에서 지청장하는 애도 있고 다들 터전이 여기와 멀다보니 그런가. 

'천상의 노을' 식당 내부도 객실과 마찬가지로 천정의 일부 면적이 위로 솟아있다. 창 밖으로 키가 큰 열대 식물들이 자라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Q. 펜션은 언제 지었나.
A. 2003년이다. 

Q. 퇴직을 일찍 하셨나 보다.
A. 퇴직은 한참 후에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펜션 구상을 할 때 새벽 1시, 2시까지 책상에 앉아 자금 조달, 시공, 운영 등에 대해 생각했다. 당시에 돈이 5천만 원밖에 없었는데 설령 오차 하나라도 생기면 그 재산마저 날릴 판이었으니까. 그래도 그 힘든 생활을 견디게해준 원동력은 바로 미니어처였다. 그냥 머릿속으로만 ‘이제 펜션 사업 좀 해볼까?’ 생각했다간 평생 생각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주도는 건전하고 품질 높은 관광서비스 제공을 위해 해마다 우수관광사업체를 지정하고 있다. '천상의노을'은 6년 간 우수관광사업체로 선정됐다. 사진/ 이혜진 기자

Q. 그런데 돈이 5천만 원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펜션을 지었나.

A.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우선 땅을 담보 잡아서 3천만 원을 확보했다. 그다음 은행에 미니어처를 들고 가서 “여기처럼 경관이 좋은 곳에 펜션을 지으면 사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옆에 소위 말하는 ‘바람잡이’도 데려갔다. 그렇게 해서 2억 5천만 원을 빌렸다. 

Q. 그렇다고 해서 그 큰돈을 바로 빌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A. 일단 (펜션을 세울) 터를 잡고 펜션이 완성됐을 때 근저당(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설정하는 ‘지상권(다른 사람의 땅을 사용할 권리)’을 설정했다. 당시 은행 지점장이 내게 “착공하시라. 지상권 설정하면 2억 원 이상 대출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상의 노을' 건물 내부의 벽에 SBS 드라마 '요조숙녀'에 방영된 곳임을 알리는 액자가 걸려 있다. 이 씨에 따르면 해당 드라마에서 이 펜션은 극중 인물의 별장으로 등장했다. 사진/ 이혜진 기자

Q. 그래도 대출금 2억 5천만 원에 그 전에 갖고 있던 돈까지 더해도 3억 원 남짓이다. 펜션을 짓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A. 예전에 2억 5천만 원을 빌릴 땐 땅 위에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지만, (펜션을) 준공한 이후엔 땅 위에 건물이 하나 생긴 것 아니겠나. 건물을 짓고 난 후엔 (은행에서) 10억 원도 빌려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5억 원을 추가로 빌렸다. 그래서 5천만 원으로 시작해 제주도에 8억 원짜리 펜션을 지었다. 

Q. 펜션은 사모님과 공동 운영하시나.
A. 2003년에 펜션 준공 뒤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당시 아내의 연봉은 3천만원대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제주도에서 여성이 그 정도 돈을 벌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가 펜션 운영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아내가 심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결국 그만둔 후 펜션을 1~2개월 운영해보니 자기가 받던 월급의 5배 정도 매출이 나오니까 비로소 좋아하더라.

펜션 1층 식당 내부에선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오후 10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과일 안주도 곁들여 판매하고 있다. 조식은 전날 예약하면 전복죽을 먹을 수 있다. 바베큐그릴 사용도 가능하다. 사진/ 이혜진 기자

Q. (카운터 옆에 놓인 상패를 가리키며) 도에서 선정하는 ‘우수관광사업체’에 선정되셨다. 축하드린다. 
A. 이미 6년째 우수관광업체로 인정받았다. (2017년 12월 말, ‘천상의 노을’은 도에서 우수관광업체로 선정됐다. 선정된 숙박업소 수는 9곳이다. 19일 현재 제주도엔 총 5371곳의 숙박업소가 있다) 제주도에 호텔 같은 몇몇 숙박업소 빼면 이런 업소가 4천개가 넘는다. 

Q. 우수관광업체라도 경쟁업체가 너무 많아서 예전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진 않겠다.
A. 그렇다. 

'천상의 노을' 건물 내부엔 흡연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전 객실과 식당에선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흡연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 이혜진 기자

Q,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들였을 텐데.
A. (타일을 가리키며) 이게 예리한 칼날로 그어도 금이 안 간다. 16년이 지나도 보시다시피 때도 하나 안탔다. 도장(부식을 막기 위해 도료를 칠하거나 바르는 것)만 20년 했다는 전문가도 잘 모르던데 타일에 코팅 한 번만 하면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보통 다른 타일들은 2~3년만 지나도 까맣게 변하고 금이 가지만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다. 벽에도 코팅제를 사서 분무기로 다 뿌려줬다. 처음 펜션을 지을 때 금색에 가까운 색의 반광 페인트(무광과 유광 사이의 광을 내는 것)를 건물 전체에 바른 뒤 다시 그 위에 흰 색 페인트를 또 발라 하얀 벽에 약간의 반짝임이 보이게끔 만들었는데 (코팅제를 안 뿌려서) 2~3년 만에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 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이런 식으로 펜션을 지어서 그런지 예전에 (건축)기술사가 우리 펜션을 둘러보고 간 적도 있다. 

Q. 정원 관리에도 일가견이 있으신가보다. 나무들을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다듬었다. 
A. 30분이면 다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원시적인 방법으로 하면 이틀은 걸린다. 15만원  정도 들여서 어떤 기계를 하나 사면 되게 안전하고 빠르게 정원을 관리할 수 있는데 대부분 그걸 모르더라. 

Q. 그런 효율은 준비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A. 테스트와 검증을 반복해야 한 치의 오차 없이 펜션을 만들 수 있으니까. 

이혜진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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