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친구 되다! 요트 타고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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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친구 되다! 요트 타고 세계일주
  • 임요희 기자
  • 승인 2016.05.2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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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항, 무원조 김승진 씨 209일간의 대기록
김승진 씨는 ‘아라파니’호를 몰고 홀로 충남 당진 왜목마을을 출발, 무기항·무원조 세계일주에 나섰다. 사진 출처/ 김승진 페이스북

[트래블바이크뉴스] 인간에게는 지구의 다른 종에게는 없는 고유의 모험심이 있다. 인간은 목숨을 걸고 암벽을 등정하고 태평양을 횡단하고 남극을 탐험한다.

인간은 왜 그러는 걸까. 힐러리 경은 왜 산을 타냐는 물음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2014년 10월 19일, 김승진(53) 씨는 요트 ‘아라파니’호를 몰고 홀로 충남 당진 왜목마을을 출발, 무기항·무원조 세계일주에 나섰다. 아라파니는 순수한 우리말로써, 바다를 뜻하는 아라와 달팽이를 뜻하는 파니의 합성어이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그의 세계일주 목적이자 삶의 목적인 셈이다.

요트는 휘발유 대신 바람의 힘으로 가는 무동력 배다. 사진 출처/ 김승진 페이스북

김승진 씨는 태평양을 횡단, 남극해를 한 바퀴 돈 뒤 동남아를 관통하여 2015년 5월 16일 당진으로 귀항했다. 정확히 209일의 항해였다. 시간으로 따져 5,016시간.

설마 어디 기착해 물이라도 실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휘발유의 도움도 빌지 않았다. 오로지 바람의 힘으로 다녀온 209일이었다.

출발지에서 실은 2L들이 생수 450개, 손으로 썰어 말린 건조식품, 통조림, 쌀, 장아찌가 식량의 전부였다.

우리나라에서 무동력, 무기항, 무원조 세계일주는 김승진 씨가 처음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다.

김승진 씨의 응원군이자 아라파니의 서포터인 '팀아라파니'. 팀 대회 시 함께하는 이들이다. 사진 출처/ 김승진 페이스북

최대 고비는 바다의 에베레스트라 불리는 칠레의 ‘케이프 혼’. 케이프혼은 바람의 속도가 시속 100km에 이르는 곳으로 다가가는 것 자체가 무모한 곳이다. 바람이 센 만큼 파고가 8에서 9m까지 올라간다. 그 정도면 배가 뒤집히지 않을까?

“요트 바닥에는 요트 무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밸러스트 킬이 있어 무게 중심을 잡아줍니다. 웬만해선 뒤집어지지 않습니다.”

요트 일주 중 또 하나의 즐거움은 자체 식량 조달이다. 사진 출처/ 김승진 페이스북

설사 뒤집어졌다 해도 다음 번 파도 칠 때 중심을 찾아 자동으로 복원된다고 한다. 그도 요트가 뒤집혔을 때 그렇게 해서 살아났다. 그의 말대로라면 요트만큼 안전한 탈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정신만 놓지 않으면 됩니다. 항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큰 위험은 없습니다.”

우리 삶도 그렇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실패 속에서도 정신줄만 놓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 문제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거친 파도가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사진 출처/ 김승진 페이스북

김승진 씨는 체력과 담력을 타고난 사람인 듯하다. 그에게 있어 바다 위 7개월은 고난의 시간이 아니라 모처럼의 휴식 기간이었다.

“제겐 모험이 곧 휴식입니다.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이니까요.”

칸트는 말했다. 자유란 방종이 아니라 나태해지려는 본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안전과 안정을 추구하려는 본능의 명령에서 벗어나 모험에 뛰어드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 것이다.

사실 김승진 씨는 이번 여행에서 수도 없는 고비를 겪었다. 한번은 돌고래 수중촬영을 하는데 커다란 상어가 나타나 그를 향해 돌진했다. 죽었구나 싶은 순간, 그는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죽기 살기로 상어에게 덤벼들었다. 간신히 살아난 경험.

항해 일정이 없는 요즘 김승진 씨는 강연 현장에 서고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귀항을 4,500km 앞둔 지점에선 소문으로만 듣던 해적과 맞닥뜨렸다. 한번 해적이 들이닥치면 배 안에 있는 물건을 싹쓸이해간다고 한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그는 잽싸게 꽁무니를 빼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아라파니호. 아라파니는 바다를 뜻하는 아라와 달팽이를 뜻하는 파니의 합성어. 사진 출처/ 김승진 페이스북

5월 19일(목)부터 22일(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6경기국제보트쇼’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서는 등 김승진 씨는 세계일주의 경험을 나누는 중이다. 그는 요트 항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팁을 전했다.

“선체에 구멍이 나면 당황하지 마시고 대형 테이프를 준비했다가 발라버리세요. 물의 유입을 막는 동시에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백주부가 늘 외치듯 “요트 여행 아주 쉽쮸?”다.

그가 당진으로 귀항한 날짜는 2015년 5월 16일. 정확히 209일의 항해였다. 추억의 당진 항. 사진 출처/ 김승진 페이스북

그에게는 남극해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있다.

한번은 반찬에 쓰려고 물고기를 낚는데 남극해의 마스코트인 알바트로스 한 마리가 낚시줄에 걸려 퍼덕이더란다. 가만히 뜰채로 건져 올려 줄을 풀어준 뒤에도 알바트로스는 가지 않고 그를 좇아왔다.

“녀석이 물 위에 떠서 저를 한참 바라보는 겁니다.”

그렇게 김승진 씨는 ‘이리와’와 친구가 되었다. 이리와는 마치 반려동물처럼 ‘이리와!’ 부르면 다가왔다. 두 달 간의 동행이 끝나고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그는 아껴두었던 햄을 녀석에게 주었다.

극지방 조류인 알바트로스가 적도 부근까지 사람을 좇아 왔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승진 씨는 남극해에서 알바트로스 ‘이리와’와 친구가 되었다. 사진 출처/ MBC '사람이 좋다' 방송 캡처

강연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그는 다시 바다에 나갈 계획이다. 내년인 2017년부터 요트 대회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다. 특히 2018년에 펼쳐질 2인 1팀 무기항 요트세계일주대회인 ‘바르셀로나 월드 레이스’는 그가 가장 벼르고 있는 대회다.

누가 더 빨리 다녀오는가가 관건인 만큼 체력 안배를 비롯하여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 바다의 사나이, 김승진 씨의 모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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