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자영업자의 출근길…‘올빼미버스’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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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자영업자의 출근길…‘올빼미버스’서 본 풍경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9.08.0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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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심야버스에서 만난 풍경
서울시 '올빼미버스'가 도봉차고지에서 출발해 시내로 향하고 있다. 이 버스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인정받은 심야버스로, 30억 건의 이동통신 통화량과 500만 건의 심야택시 데이터를 분석해 노선을 만들었다. 사진/ 이혜진 기자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새벽에 서울에서 택시를 타 본 적이 있는가. 요금 일이만 원은 기본이다. 설령 돈이 많아도 승차 거부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서울 시민들의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착한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이름은 일명 ‘올빼미버스’. 심야버스 또는 N버스로도 불린다. 

7일 오후 11시 37분 서울 강동구 버스차고지 주차장에 심야버스인 N30 차량 두 대가 나란히 서 있다. 해당 버스는 차고지를 기준으로 오후 11시 20분부터 다음날 오전 3시 40분까지 달린다. 사진/ 이혜진 기자

7일 오후 11시 54분 강동공영차고지에서 N30(강동공영차고지~서울역 버스환승센터) 버스를 탔다. 차 안은 조용했다. 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대리기사였다. 이들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 30만 명이 주로 밤에 몰린다는 천호동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 안에서 만난 ㄱ씨는 “지난해까진 셔틀버스(대리기사를 픽업하는 차)를 타고 다녔다”며 “(셔틀버스가) 심할 땐 (속력을) 140km 넘게 밟은 적도 있고, 불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82조)이라 보험 적용도 안 돼 이걸 타는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강동차고지 정류장에서 심야버스 N30을 탄지 18분만인 8일 오전 12시 13분, 천호역으로 가는 버스 안에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앉아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버스에서 내린 시각은 1시간여 뒤인 오전 1시 5분. 이어 1시 11분에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N16 버스(도봉차고지~온수동차고지)를 탔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기자에게 동대문의 한 호텔에 가는 버스가 무엇인지 물어보던 외국인 여행객들도 같은 차에 탑승했다. 이들은 김포공항에서 자정을 넘겨 막차를 타고 서울역 환승센터에 도착한 뒤 5분 가량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차에 탄지 불과 15분만에 만석이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광희동 정류장에서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내렸다. 버스에 탔던 5명의 외국인과 화려한 옷차림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내린 곳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한 가운데다. 평화시장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다. 24시간 돌아가는 동대문은 이날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탑승한지 1시간여 만인 오전 1시 16분이 되자 버스는 도봉차고지에 도착했다. 잠든 승객들은 차고지의 직전 정류장인 도봉산역에 가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리자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야성을 이루던 동대문과 달리 사방이 어둡고 적막했다. 

서울시 심야버스 N16에 캐리어를 들고 탄 외국인 승객과 나이 많은 여성 등이 승차해 있다. 해당 버스는 종점을 기준으로 오전 12시 10분에 출발해 3시 45분에 마지막 차를 운행한다. 사진/ 이혜진 기자

다시 같은 노선의 다음 버스를 타고 동대문에서 내렸다. 오전 5시가 되자 버스 정보 안내판에 N62번 버스를 제외한 3개의 올빼미버스가 운행을 종료했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N30번 버스가 1분 전 마지막으로 승객을 싣고 간 후였다. 일출 시간이 지난 5시 36분 다시 버스 정보 안내판을 확인했을 땐 N62번 버스 옆에도 ‘종료’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앞서 5시 정각에 46분을 더 기다리라는 안내 문구가 떴으나, 10분 전 도착했을 땐 버스가 이미 떠난 뒤였다. 

서울역의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동대문에서 152번 버스를 탔다. 밤새 일하다 퇴근하는 대리기사들이 보였다.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정류장의 버스 정보 안내판에 심야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나와있다. 버스는 새벽 늦은 시각까지 대리기사, 자영업자, 학생 등 교통 복지가 절실한 계층의 발이 되고 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버스 안에서 만난 대리기사 ㅂ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어제 9시부터 일하다가 지금 집에 가는 길”이라며 “한 달에 평균 150만 원 정도 번다. 오늘은 ‘콜’ 8개를 받았어도 10만원밖에 못 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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